【박기철 장편소설】 저곳 - 5. 무식과 진숙③

박기철 승인 2024.01.24 10:09 의견 0

저곳에서
남녀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는
물권색
物權色

5-3. 위안스카이보다 많았던 거

아니 얼마나 많은 자식을 두었길래 큰 소리야! 또 그게 그리 큰 소리칠 만한 자랑인가? 이름처럼 무식하구만.

난 그냥 있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거야. 내가 추앙했던 나폴레옹, 즉 나폴레옹 1세는 자식이 한 명 밖에 없었지. 숱하게 다녔던 전쟁터에서 현지 부녀자를 취해 얻은 자식들이 또 있겠지만 공식적으로는 하나야. 나폴레옹 2세로 일컬어지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마저도 병약하여 자식도 못얻고 21세에 요절했으니 나폴레옹은 권력의 크기 만큼 후손을 얻지 못한 거지. 나폴레옹의 동생들로 후손이 이어지며 조카가 나폴레옹 3세가 대통령이 되고 황제도 되긴 했지만 나폴레옹의 직계는 아니지. 방계로 이어지는 나폴레옹 가문이 있다지만 나폴레옹의 직계로 이어지는 직접적 씨는 아닌 거지. 그런 점에서 나폴레옹은 나보다 못해.

무식이가 나폴레옹보다 나은 게 자식 많이 둔 거라는 거네. 잘 났어 정말!

내가 그리도 추앙하는 나폴레옹보다 잘 하는 게 뭘까? 사실 그게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화두였어. 그래서 나는 내가 누리는 권력의 세기를 더욱 강하게 하는데 온통 신경을 썼지. 그러니 나폴레옹의 황제대관식을 철저히 고증하여 따라한 나의 황제대관식은 더 화려하게 되었던 거지. 진숙이 네가 보기엔 촌빨 날린다고 했지만 사실 엄청난 돈을 쓴 행사였어. 당시 우리나라 국가예산의 1/3을 썼다고 하면 대충 실감나겠지. 그 정도였으니까 나는 내 마음대로 신나게 나라를 주무른 거야. 나폴레옹도 그 정도로 못했을 걸. 나는 대관식도 나폴레옹보다 거나하게 성대하게 치르고 싶었고 나폴레옹보다 더 많은 여인을 취하고 싶었어. 나폴레옹은 부인이 겨우 두 명뿐이었지. 한 명은 나폴레옹이 그녀의 은밀한 체취마저도 사랑했다는 그 유명한 조세핀, 그리고 그녀가 자식을 얻지 못하자 얻은 두 번째 황후인 마리 루이즈야. 한 시기에 한 명의 아내만 있었던 거지. 둘 다 당연히 백인이었지. 그런데 나는 거의 동시에 아내가 17명이나 있었어. 흑인 백인 황인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었지. 그 아내들을 통해 최소 50여 명의 자식을 두었어. 정확한 인원은 아버지인 나도 잘 몰라. 최소가 그렇다는 거니까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 나는 나폴레옹보다 훨씬 더 나의 직계 후손을 많이도 뿌렸지. 그래서 요즘 세상사람들은 나보고 호색한이라고 하던데 남자는 거의 다 여인의 아름다움을 탐하는 본능이 있으니 다 호색한이야. 그러니 내가 뭐 유별한 호색한은 아니야. 다만 나는 많은 권력을 가졌으니 자연스럽게 많은 여인을 거느리는 호색한이 되었던 거지.

아무튼 위안스카이가 12명의 아내를 통해 32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무식이 너는 17명의 아내를 통해 최소 50명의 자식을 두었네. 그러니 이 방면에서는 네가 위안스카이보다 한 수 위인 게 맞네. 위안스카이가 너처럼 흑인 백인 황인 다양한 부인을 둔 것도 아닐 테고.

위안스카이, 금마는 나한테 상대가 안 돼. 한번 내 앞에 데려와 봐. 금마 원래 그래. 지 밖에 몰라. 지금 여기 어디서 떵떵거리며 설치고 있을 거야. 원래 태생이 그런 작자야. 그런데 내 앞에서는 조용해질 걸. 지가 나보다 여기 80년 빨리 왔어도. 여기선 들어온 순서에 관계없이 선후배라는 게 없잖아. 그러니 내 앞에서 형님이라고 할 걸. 지네들 말대로 나한테 따거(大哥)라고 할 걸. 오면 내가 술 한잔 따라 줘야지. 금마 그거 알고보면 내 앞에선 그저 귀여운 놈이라니까…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 만한 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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