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현이 만난 사람】 이현호 ㈜글로벌탑넷 대표 "부산의 첫 유니콘 기업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축구선수 출신으로 고교 시절 프로그래밍에 흥미
군대에서 전산병으로 근무, 서버의 기능과 본질 파악
2018년 IT 스타트업 창업, 코로나 팬데믹 기간 국산 서버로 대박

조송현 대표기자 승인 2024.03.04 09:52 | 최종 수정 2024.07.12 09:45 의견 0

부산에 본사를 둔 IT 관련 스타트업 중 요즘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바로 ㈜글로벌탑넷(대표 이현호·31)이다. 주력제품은 국산 서버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융합 서버 제품을 개발, 공급하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시스템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급속히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글로벌탑넷은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으로 인증받았으며, 2022년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 2023년 부산중기청장 표창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 신진연구자 과제 수행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올 초에는 국비 5억 원의 중기부 신제품개발사업자로 선정됐다. 지난주 부산 금정구 시실로 11-3 ㈜글로벌탑넷 본사에서 이현호(31) 대표를 만났다.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인증패를 들어보이며 글로벌탑넷을 소개하는 이현호 대표 [사진 = 조송현]

Q1. 이현호 대표님, 반갑습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신진연구 과제 사업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중기부 신제품개발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역량을 공인받고 있는데요, 글로벌탑넷을 소개해주세요.

▶이현호 대표 : 저희 글로벌탑넷은 2018년도 초에 소프트웨어 개발 및 홈페이지 제작 회사로 출범하였습니다. 홈페이지나 앱 개발의 경우 성장률이 매우 낮습니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고속성장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초기 자본이 많이 투입돼야 하죠. 그래서 저희는 2019년부터 컴퓨터 서버 국산화에 주력해 조달 쇼핑몰에도 우수 제품으로 등록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즈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중국 우한의 컴퓨터 서브 생산라인들이 멈춘 데다 비대면 업무가 많아지면서 컴퓨터 서브의 수요가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저희 글로벌탑넷의 국산제품이 수입제품에 비해 품질이 뒤지지 않아 국내 대기업과 관공서에서 선호하더군요. 코로나 팬데믹이 오히려 회사 성장의 호기가 된 셈이죠. 팬데믹 2년 만에 회사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으니까요. 회사가 기반을 잡고 보니 중기부에서 저희 회사를 알아주기 시작하더군요. 지난해 중기부 신진연구 과제 사업을 수주했고, 올 초엔 중기부의 국비 5억 원짜리 신제풀개발사업자로도 선정되었습니다.

Q2. IT 분야를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글로벌탑넷의 주력제품인 서버(Sever)가 뭔지를 설명해주세요.

▶이현호 대표 : 서버(server)는 사전적으로 고객들에게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하는 컴퓨터를 의미합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려면 직간접적으로 서버가 필요하며, 온라인 게임이나 웹게임은 물론 팬데믹 동안 많아진 비대면 강의, 화상회의도 서버를 통해 서비스를 합니다. 서버는 사람으로 치면 뇌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병원이나 대기업의 전산실에 가보면 불이 반짝이는 장비들을 볼 수 있는데, 그게 서버입니다. 해당 병원이나 대기업의 전산업에 관한 수많은 데이터들을 저장, 관리하는 곳이죠. 개인용 컴퓨터가 PC라면 기업용은 서버라고 생각하셔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Q3. 글로벌탑넷이 서버를 국산화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이현호 대표 : 하드웨어는 외국제품을 쓰지만 고객(기업)의 주문에 맞춰 직접 설계해 서버를 맞춤형으로 개발한다는 뜻입니다. 저희는 특히 기능별로 모듈화해 서버의 효율을 높였습니다. 기업이 처음 특정 용도의 서버를 쓰다가 기능을 추가하려면 모듈 서버를 덧붙이면 되도록 만들었어요. 모듈 서버를 덧붙이는 게 서버를 통째로 바꾸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죠.

Q4. 팬데믹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아 글로벌탑넷의 모듈형 서버가 주목을 받은 것이군요. 그 현황을 설명해주시죠.

사무실에서 이 대표

▶이현호 대표 : 팬데믹이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실시하게 되었죠. 당연히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관리할 수 있는 서버의 수요가 높아졌고, 저희는 이에 재택근무 서버 모듈을 만들어 공급했죠. 또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증명서 발급 등 비대면 행정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이에 맞는 서버의 수요가 많아졌죠. 특히 저희는 대학과 연구소처럼 고성능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 곳에 알맞는 병렬연산의 GPU 서버를 개발해 제공했습니다.

Q5. 요즘 Chat GPT, GPT4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사용이 보편화 추세인데, 글로벌탑넷의 업무와도 관련이 있겠죠?

▶이현호 대표 : 관련이 많습니다. GPT를 개발한 미국 오픈AI라는 회사는 GPU 서버 수만 대를 돌리고 있거든요. 이제 고객들에게 GP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대용량의 서버를 구축해야 합니다. 저희는 모듈 서버로 확장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연구소나 대학, 대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대로 언제든 서버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회사만의 장점입니다. 팬데믹 기간 비대면학습(LMS) 서버를 사용해온 대학이 이제 추가로 AI학습 서버가 필요하다면 저희는 AI학습서버 모듈을 금방 만들어 제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Q6. 글로벌탑넷 창업의 꿈은 언제부터 가졌나요. 창업 과정을 소개해주세요.

▶이현호 대표 : 창업의 꿈 이야기를 하려면 고교 시절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중2까지 축구선수를 하다 전기·전자·통신 특성화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됐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고교 과목은 재밌더라고요. 특히 프로그래밍은 공부와는 다른 딴 세상인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졸업과 함께 군대를 다녀와서 대기업에 들어가자고 결심했죠. 입대해 배치받은 곳이 전산병과였습니다. 서버실에서 근무하는 게 전산병이라 종일 서버를 들여다보며 지냈죠. 서버가 내부 구성과 물리적 구조는 동일한데 업무에 따라 소프트웨어 부분만 다르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 저는 전역하면 서버 관련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전역한 뒤 통신 분야 기업에 입사해 영업 업무를 2년가량 했습니다. 새로운 발상으로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개인사업을 하고 싶어 2년 만에 그만두었습니다. 그때 제 통장에는 퇴직금을 합쳐 총 1억 원가량이 있더군요. 저의 전 재산 1억을 털어 창업한 것입니다.

Q7.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그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나요?

▶이현호 대표 : 지금 생각해 보면 ‘겁 모르고’ 창업한 거죠. 직원 3명과 함께 일했는데, 1년도 안 돼 통장 잔고가 3000만 원밖에 없더군요. 불안해지기 시작했죠. 회사를 접고 다시 월급쟁이로 돌아갈까 하는 고민도 하루에 수십 번 하게 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지’ 하는 오기가 발동해 끝까지 가보자고 다짐했죠. 하지만 얼마 못가 큰 위기가 닥쳤어요. 당장 5000만 원이 필요한데 회사 통장에는 겨우 1000만 원 남았더군요. 눈앞이 캄캄했죠. 은행에서도 실적이 없다며 대출을 못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아, 이게 이제 부도라는 거구나. 회사는 압류되고 나는 신용불량자가 되겠구나...

Q8. 그 위기를 어떻게 벗어났나요?

▶이현호 대표 : 정말 행운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가 없어요. 돈 빌릴 곳을 찾다 찾다 친한 형님한테 빌려볼 요량으로 술 한잔하자며 만났어요. 근데 차마 돈 빌려 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근데 그 형님이 ‘너 표정이 안 좋은데, 우리 로또나 사러 가자’ 하더군요. 그래서 5000원어치를 샀어요. 근데 그게 당첨이 된 겁니다. 2등. 상금 7000만 원인데, 세금 떼고 나니 5천만 원쯤 남더군요. 이런 행운이 있을까요? 대박이죠.

업무 중인 이 대표

Q9. 로또 2등 당첨이라고요! 정말 행운이네요. 그 이후에 어떻게 됐죠?

▶이현호 대표 : 그 돈으로 급한 불을 끄고 나니 그때부터 일이 잘 풀리더군요. 그때 저는 사업을 계속하라는 하늘의 뜻이구나 하고 생각했죠. CEO가 돼서 사람을 많이 고용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라는 영감을 갖게 됐죠.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계약 건들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계약 건이 하나 둘 생기고, 또 제품이 괜찮다는 소문이 나면서 점점 더 잘 팔리기 시작했죠. 그렇게 되니까 정책자금 대출도 나오더라고요. 회사 운영에 숨통이 틔게 됐죠. 글로벌탑넷은 2018년 직원 3명에서 시작해 2023년 말 현재 직원 18명, 매출액 65억 원으로 성장했죠.

Q10.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을 들어볼까요?

▶이현호 대표 : ‘젊은 인재를 양성하자’입니다. IT업계는 라이프 사이클이 짧습니다. 40대 후반만 돼도 새로운 개발 업무를 하기 힘듭니다. 요즘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들은 두뇌 작동 방식이 아예 다릅니다. 정말 잘합니다. 기성 세대들은 절대 못 따라가요. 이들을 자꾸 발굴해 키워줘야 기업이 생존하고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Q11. 회사가 성장가도에 오른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현호 대표 : 지금 생각해보면 제 역량의 기여도는 30% 정도였던 것 같고 나머지 70%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새삼 인적 네트워크가 정말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초기 저희 제품 브랜드와 인지도가 전혀 없을 때 대학에서 알게 된 선배가 맨 먼저 제품을 구매해줬어요. 막상 써보니까 저희 국산제품이 외산에 비해 나쁘지 않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줬고, 조금 알려지기 시작할 때 코로나19가 터졌어요.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코로나 팬데믹은 저희 회사에 날개를 달아줬죠.

Q12. 젊은 기업인으로서 꿈은 무엇인가요?

▶이현호 대표 : 글로벌탑넷을 ‘유니콘 기업’으로 만드는 게 저의 꿈입니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말합니다. 현재 부산에는 유니콘 기업이 아직 없는데, 제가 부산의 제1호 유니콘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50세 이후에는 기업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대학의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Q13. 글로벌탑넷의 미래 비전을 그려본다면?

▶이현호 대표 : IT기업은 성장하려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고 그러려면 젊은 인재들이 계속 들어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젊은 인재를 수혈받기 위해 이를 양성하는 학교법인을 세워 회사와 함께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현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런 비전을 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저희 회사에서 첨단 시스템을 개발하는 인력은 경력자들이 아니라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젊은 친구들이거든요. 옛날에는 회사에 들어가 선배들로부터 실무를 배웠지만 요즘은 신입직원이 선배한테 배울 만한 것은 AI로 대체하고 자신만의 참신한 발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게 보통입니다. 사정이 이런 만큼 젊은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게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어렵다면 학원부터 시작하더라도 학원교육을 이수한 젊은 인재가 우리 회사에 입사해 제품개발에 매진하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 생각입니다.

Q14. 회사를 경영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현호 대표 :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는데, 시상식에 갔더니 지역에서 온 기업인은 저뿐인데다가 제가 제일 젊더라고요. 그때 자부심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또 요즘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사업도 많이 축소된 상황에서 글로벌탑넷이 지난해 중기부 신진연구자 과제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올 초 국비 5억 원의 중기부 신제품개발사업자로 선정된 데 대해서도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Q15. 창업을 저울질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이현호 대표 : 사실 창업이라는 게 인생에 있어서 엄청 큰 도전이잖아요. 저는 창업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창업을 한 사람들에게는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창업 자체가 큰 도전이기 때문에 거기서 계속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근데 창업을 하기 전이라면, 우선 최소한 사회가 돌아가는 지식을 얻은 후 창업을 하길 바라고, 그 다음엔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지 고민을 충분히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창업은 실패할 경우 엄청난 물질적, 정신적 고통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젊다는 것은 나이 든 사람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도 분명한 만큼 준비만 잘 한다면 창업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지요.

Q16. 이 대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축구선수였다죠? 모교 중학교 축구부에 기부를 한다고 들었어요.

▶이현호 대표 : 사실 중학교 때 축구를 하기에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운동복과 축구화 구입비도 부담이었죠. 근데 어느 기업 회장님이 기부를 해줬어요. 전교생에게 운동복과 축구화를 사줬는데, 그때 그게 제게는 큰 힘이 되더라고요. 그 회장님이 되게 감사했죠. 그때 느낀 고마움을 조금이라도 갚으려고 저도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 이현호 대표 약력

▷대양고등학교,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동대학 산업대학원 석사 과정 졸업

▷국립부경대학교 일반대학원 공학박사 과정 재학 중

▷한국산업융합학회 우수논문상 수상

▷부산광역시교육감 표창, 부산지방중소기업벤처기업청장 표창, 부산경제진흥원장 표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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