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박사의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생태유아교육】(7) 왜 영유아기 교육에서 ‘뇌’에 주목하는가?

뇌과학의 눈으로 평범하지만 위대한 교육방법 찾기

임지연 승인 2024.03.19 12:16 의견 0

<차례>

1.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2. 7살까지 아이의 뇌는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가?
3.아이들은 일상을 반복하다:뇌 발달을 보장하는 하루 일과
4.아이들은 논다:뇌가 좋아하는놀이
5.아이들은 표현한다:만들고 그리고 이야기하며 발달하는 뇌
6.어아이들은 공간과 호흡한다 :뇌발달을 지원하는 환경
7.대한민국에서 지혜로운 부모 되기

영유아 교육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는 뇌과학

영유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나 상품에는 ‘뇌 발달’을 강조하는 홍보 문구가 유독 많다. 뇌 발달이라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로서는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영유아기에 이루어지는 왕성한 발달은 ‘뇌’만이 아닐 텐데 왜 우리는 유독 ‘뇌’가 신경이 쓰이는 걸까?

뇌, 영유아, 육아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많은 양의 자료와 도서가 나온다. 이들은 대개 뇌과학적 지식을 근거로 영유아의 발달과 교육에 관해 이야기한다. 뇌과학(腦 科學, brain science)이란, 뇌의 기능과 구조를 밝히려는 학제적 연구 분야로서, 20세기 초 뉴런의 발견과 함께 실증적인 연구가 시작되었고, 90년대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뇌 과학적 지식은 교육 분야, 특히 영유아 교육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의 성장과 교육을 뇌과학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잘못은 아니나 현재 ‘뇌과학’이라는 권위에 포장되어 영유아기 발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확산하기도 하는 것 같다.

[픽사베이]

영유아기 뇌에 대한 오해 - 뇌 발달은 머리가 좋아지는 것?!

영유아기 뇌 발달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뇌가 잘 발달하는 것이 곧 ‘머리가 좋아지는 것’ 나아가 ‘공부 잘하게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이것이야말로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뇌 발달에 관심을 보이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익숙하긴 하지만, 영유아기 뇌 발달은 물론 다른 발달 영역까지도 잘못 이해하는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뇌(腦, Brain)는 신체 여러 기관 중 중추신경계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신경(神經, nerve)이란 주위의 자극을 감지하고 마치 전화선처럼 다른 기관과 정보를 주고받는 조직이다. 신경을 통해 뇌는 신체 기관의 거의 모든 정보를 모으고 각 기관에 활동이나 조정 명령을 내린다. 그런 의미에서 뇌는 우리 몸의 의식적, 무의식적 감각과 움직임 모두에 관여한다. 뇌 활동이 곧 생명활동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뇌사(brain death)상태를 식물인간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체온과 자율신경계, 수면을 조절하는 것도(간뇌), 호르몬과 식욕을 조절하는 것도(중뇌), 몸의 걷고 뛰거나 소근육의 운동을 조절하는 것도(소뇌), 호흡을 조절하는 것도(연수) 모두 뇌의 기능이다.

지적 능력이 중요한 뇌의 기능임은 분명하다. 우리가 흔히 머리가 좋다고 판단하는 고차원적 인지능력 즉, 판단력, 이해력, 언어능력, 논리·수리력 등도 기억, 감정, 욕구 조절과 같은 뇌의 또 다른 기능에 의존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뇌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가져야 하는 신체와 정신의 제 능력이 통합되는 곳일 뿐이다. 아이의 뇌가 잘 발달하는 것은 머리 좋은 아이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면역력이 좋아져 몸이 더 건강해지고, 정서가 안정되어 더 행복해지며, 사회성이 좋아져 친구들과 더 잘 지낼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한다는 의미로 이해되길 바란다.

[픽사베이]

영유아기 뇌에 대한 오해 - 영유아기는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

발달에서 ‘결정적 시기’라는 말만큼 부모를 조급하게 만드는 단어도 없다. ‘0~5세는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 ‘7살까지 뇌 발달의 90%가 결정된다.’라는데 조급해지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으랴.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7살까지 뇌 발달의 90%가 결정된다는 말은 의심스럽기만 하다. 기껏해야 손가락을 꼽으며 더하기나 빼기를 할 수 있는 7살 아이를 생각해보라. 자유롭게 암산을 하는 성인의 지적 수준과 단순 비교를 해보더라도 도대체 7세 이전에 결정 난다는 그 90%는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이 들지 않는가?

영유아기 90%의 뇌 발달은 뇌세포(뉴런)의 연결고리인 시냅스의 변화량을 말한다. 영유아기의 시냅스의 생성량과 소멸은 양적으로 성인보다 월등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냅스의 연결만으로 인간의 뇌 발달의 과정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뇌 발달이 영유아기에만 국한되는 것도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뇌는 일생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해 간다. 뇌는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계속해서 학습되며 기능이 달라진다. 이를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부르는데, 한마디로 아이큐나 판단력, 수리력 등의 지적 능력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계속해서 변화해 간다는 뜻이다. 최근 학습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업기억은 30세 전후까지 계속 발달한다고 한다.

뇌는 생애를 거쳐 계속해서 변화해간다. 인간의 뇌는 그렇다. 인간이 무한한 잠재력을 갖는 이유이다. 긴 호흡으로 아이의 일생을 바라보며 영유아기에는 필요한 것을 하기 바란다.

영유아기 뇌에 대한 오해 - 뇌과학 지식은 효과적인 교육 방법?!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뇌과학의 연구 결과와 이론으로 유아교육을 설명하는 서적이나 교육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속에서 뇌과학의 지식과 정보가 우리가 몰랐던 효과적이고 새로운 교육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7살까지 뇌 발달의 90%가 결정된다.’, ‘뉴런의 시냅스는 오감을 자극할 때 잘 발달한다.’는 2가지 정보는 뒤따르는 모든 형태의 교육 방법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준다. 교재에 줄을 긋고 색칠을 하든, 김장매트에서 오감놀이를 하든 모두 뇌 발달을 촉진하는 교육방법이 되는 것이다.

뇌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깊어지게 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지식이 곧바로 유아교육의 실천 방법들을 알려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지식은 실험실에서 나오지만, 교육은 실험실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뇌과학자나 신경정신과 의사가 좋은 교사가 될 수 없는 이치이다.

뇌 과학의 눈으로 평범하지만 위대한 교육을 찾아보자

뇌 과학의 섣부른 적용이 다소 위험성이 있음에도 필자는 뇌과학을 통해 유아교육을 바라보려는 시도를 하려고 한다. 생명활동의 거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뇌’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영유아기 교육의 지혜는 무궁무진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필자가 하려는 것은 뇌과학 지식으로 새로운 유아교육 방법을 개발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이다.

비싼 교재를 구매해서 보란 듯이 하는 활동이, 시간 맞춰 센터에 가서 전문가에게 받는 수업이 마치 최고의 교육인 것처럼 여겨진다. 반면, 평범해서, 특별하지 않아서, 현란한 기교가 필요 없어 보이는 반복되는 일상은 교육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부모의 눈길을 끌기 위해 영유아를 위한 교육이 자꾸만 포장되고 보여주기식으로 흐른다. 그런 가운데 인정받지 못하는 좋은 육아 문화와 최고의 교육 방법들이 사라져 간다.

따라서 필자는 뇌과학의 관점으로 우리 주변이나 생활 속에서 이미 존재하는 ‘좋은’ 영유아기 교육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좋은 교육 방법이 사라지지 않고 제대로 평가받도록!

임지연 박사

◇ 임지연

▷(사)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https://www.ecoikium.org/) 소장

▷서울시 생태친화보육사업 컨설턴트

▷대구교육대학교 생태유아교육 강사

▷호치민시 한국학교 유치원 교사

▷부산대 유아교육학과 학사/석사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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