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생태유아교육】 1. 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⑤영유아교육의 핵심 원리, 생활교육

임지연 승인 2024.02.08 16:13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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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2. 7살까지 아이의 뇌는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가?
3.아이들은 일상을 반복하다:뇌 발달을 보장하는 하루 일과
4.아이들은 논다:뇌가 좋아하는놀이
5.아이들은 표현한다:만들고 그리고 이야기하며 발달하는 뇌
6.어아이들은 공간과 호흡한다 :뇌발달을 지원하는 환경
7.대한민국에서 지혜로운 부모 되기

#05. 영유아교육의 핵심 원리, 생활교육

영유아기 교육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해서 실제 그대로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목표를 정했다고 그 목표를 이루는 방법을 아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교육들이 실패하는 이유이다. 오히려 훌륭한 교육적 성취는 교육이라고 불리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곤 한다. 평범해 보이는 상황이 교육의 핵심 원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영유아기 교육의 핵심 원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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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은 ‘기본’, 교육은 ‘옵션’이라는 오해

생후부터 만 6세까지의 영유아기 교육에서는 유독 ‘발달’이란 키워드가 자주 등장한다. 신체 발달, 사회정서 발달, 뇌 발달 등. 유아교육의 학문적 출발이 발달심리학일 정도로 발달은 영유아기 교육과 밀접하다. 발달(development)이란, 생명체가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말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내용과 속도 차이는 있지만, 종 특유의 발달과정을 거친다. 갓난아이가 때가 되면 뒤집기를 하고 앉았다 걷고 뛰고, 대소변을 가리게 되는 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발달의 예이다.

발달은 인간의 DNA에 프로그래밍 되어있고 아이는 타고난 유전 요인과 살면서 경험하는 환경 요인에 따라 발달한다. 발달이라고 하는 타고난 생물학적 프로그래밍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구속되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뇌 발달의 경우, 학자들에 따르면 60%의 유전 요인과 40%의 환경 요인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타고난 것만큼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니, 영유아기 교육이 욕심나는 이유이다. 40%의 가능성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영유아기 발달에 대한 심각한 오해가 깃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발달은 정상적으로 태어나고 기본적인 영양상태만 충족된다면 자동으로 달성되는 본능 같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발달에서는 ‘정상’이냐 아니냐, ‘평균’이냐 아니냐만 중요한 이슈가 된다. 다행히 아이가 ‘정상’이라면, 그다음은 ‘더 나은’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바로 ‘교육’이 시작되는 타이밍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유아기 교육에서 발달은 ‘기본’이고, 교육은 ‘옵션’처럼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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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발달, 더 이상 ‘기본’이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 발달이 ‘기본’이고 교육이 ‘옵션’이던 시절은 지난 것 같다. 계속해서 언급해 왔듯이 아이들의 몸, 마음, 사회적 관계에 나타난 문제들은 결국 우리가 ‘기본’이라고 여겨왔던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이다. 정상으로 태어났더라도 온전한 발달을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보자. 예전에는 갓난아이가 마룻바닥을 쉴 새 없이 기어다니다 걷고 뛰었다. 그러나 오늘날 아파트 위주의 서구식 주거문화 속에서 바닥은 갓난아이에게 다니기에 위험한 곳이 되었다. 아이가 있는 집들은 바닥에 매트와 울타리를 치기 바쁘다. 아이가 마음껏 구르고 기고 돌아다닐 수 있는 장애물이 없는 넓고 안전한 바닥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아이가 앉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테이블과 의자 중심의 입식 생활에 맞춰 아이를 앉혀 놓는 경우가 많다. 마음껏 기어다닐 기회를 잃은 아이들은 팔다리와 손끝과 발끝에 적절한 힘과 균형감각을 습득하지 못한 채 서고 걷고 뛰게 된다. 그나마 생활 속에서 걸을 기회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팔다리에 힘이 없고 균형 감각이 떨어진다. 걷는 자세도 어색하고 잘 넘어진다. 때가 되면 기고, 걷고 뛰는 것은 당연한 영유아기 발달 과정이지만 이제 그 발달을 온전히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자동차와 기계가 발달했으니 걸을 일도 줄었으니, 팔다리에 힘이 좀 없고 걷는 자세가 좀 어색한 게 무슨 대수냐고 반문하고 싶은가?

다른 예를 들어보자. 인간은 발바닥에 아치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는 걷거나 달릴 때 발생하는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등 보행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아치 구조가 무너지면 걷는 자세가 흐트러지고 발바닥 통증을 유발하거나 전신 관절에 무리가 생긴다. 발바닥 아치의 발달은 대개 6~7살 정도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8살 전후로 완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선천적 평발이 아닌 이상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누구나 발바닥에 아치가 생겼다. 발달은 당연하였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를 보면 발바닥 아치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 같다. 평발 환자는 2010년 9,121명에서 2017년 1만 9,437명으로 8년 새 2배 넘게 증가하였으며, 전체 환자 중 소아청소년(0~19세)이 72%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수년간 평발 유전자가 갑자기 증가한 것일까? 분명한 것은 발바닥 아치의 발달을 온전히 달성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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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기 교육의 핵심, 아이와 함께 건강한 생활을 살아가는 것

요즘 아이들이 예전만큼 온전한 발달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발달을 지탱하던 두 축인 유전과 환경 중에서 환경, 즉 생활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식했든 하지 못했든 우리의 생활환경 속에는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가능케 했던 무수한 유무형의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존재한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걷는 자세나 발바닥 아치를 고민하지 않았던 이유는 의식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기고 걷고 뛰면서, 꼭 필요한 발달적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생활 속에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이 바뀌고 생활문화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자연스러웠던 일이 이제는 노력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인간으로서 온전한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 시대의 영유아기 교육이 짊어져야 할 엄중한 책임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영유아기 발달은 매일의 생활이 반복되고 쌓여가면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유아교육의 핵심 원리를 만난다. 바로 영유아기 교육은 아이와 함께 건강한 생활을 꾸준히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생활로 채워가는 일이 바로 영유아기 교육의 핵심이다. 아이에게 충분히 걸을 기회를 주기 위해 주 1~2회의 체육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바깥 산책을 하는 생활을 아이와 함께 해나가는 것이 최고의 교육인 것이다.

영유아기 교육의 본질, 생활 교육

최고의 영유아교육이란, 아이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생활을 하는 것이라니 너무 소박해서 실망스러울지 모른다. 좋은 교육은 마치 화려한 자료를 가지고 전문 강사가 아이와 마주하고 진행하는 특별한 체험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는 그런 특별해 보이는 수업들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평범해 보이는 건강한 생활을 오늘도 내일도 지속하는 생활교육이야말로 영유아기 교육의 본질이다. 이것이 우리 민족이 수 천 년 간 ‘유아교육학’이라는 학문 없이도 아이들을 건강하고 길러낼 수 있었던 이유이고, 이 시대 모든 부모가 유아교육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는 이유이다.

<참고자료>

인간 직립의 힘은 발바닥 ‘가로 아치’에 있었다 <한겨례> 2020.02.29.

임지연 박사

◇ 임지연

▷(사)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https://www.ecoikium.org/) 소장

▷서울시 생태친화보육사업 컨설턴트

▷대구교육대학교 생태유아교육 강사

▷호치민시 한국학교 유치원 교사

▷부산대 유아교육학과 학사/석사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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