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박사의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생태유아교육】 1. 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⑥자연, 놀이, 아이다움을 되찾아주려는 노력, 생태유아교육

임지연 승인 2024.02.23 11:30 | 최종 수정 2024.03.19 12:16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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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2. 7살까지 아이의 뇌는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가?
3.아이들은 일상을 반복하다:뇌 발달을 보장하는 하루 일과
4.아이들은 논다:뇌가 좋아하는놀이
5.아이들은 표현한다:만들고 그리고 이야기하며 발달하는 뇌
6.어아이들은 공간과 호흡한다 :뇌발달을 지원하는 환경
7.대한민국에서 지혜로운 부모 되기

#06. 자연, 놀이, 아이다움을 되찾아주려는 노력, 생태유아교육

앞서 요즘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몸과 마음의 아픔들, 영유아교육의 우선순위, 그리고 핵심 원리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제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아이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도대체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수십 년 전부터 유아교육 분야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고자 노력해 온 이들이 있다. 바로 ‘생태유아교육’이다.

생태유아교육, 한국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생적 한국유아교육

생태유아교육(eco-early childhood education & care)은 한국에서 태어난 유아교육사상이며 실천 방법 중의 하나이다. 어린 자녀의 교육에 조금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몬테소리니, 발도르프니 하는 외국 교육이론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태어나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교육이다. 한국의 유아교육 분야는 특히 이런 외국 교육프로그램들이 권위를 갖고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생태유아교육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생적인 한국 유아교육이라는 점은 큰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한국 태생이라는 것은 생태유아교육이 일찍부터 한국 아이들의 문제에 주목하고 그 해결법을 찾으려 노력해 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생태유아교육은 90년대 말 한국 사회에 급증하기 시작한 아토피 피부염에 주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한 ‘아토피’라는 질병은 당시만 해도 생소한 것이었다. 생태유아교육은 아토피로 상징되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나타난 이상 징후를 캐치하고, 이것이 산업화와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식하였다. 그리고 이 문제가 한국 유아교육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책임임을 직감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생태유아교육이 지난 20여 년 동안 유아교육 현장에서 외쳐온 슬로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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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문명의 최대 피해자인 아이들의 몸과 마음, 영혼이 병들어 가고 있다.”
“양계닭 식 유아교육이 아니라 토종닭 식 유아교육을 하자.“
”아이들에게 자연과 놀이, 아이다움을 되찾아주자.“

생태유아교육, 아이와 세상을 ‘생명’으로 바라보려는 노력

문제 해결은 관점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생태유아교육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켜진 적신호는 인간 스스로 자신이 ‘생명’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데서 기인한다고 보았다. 인간도 동식물과 같은 생명체로서 자연에서 왔고 자연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자연이 주는 먹거리를 먹어야 하고 공기로 숨 쉬어야 하며, 햇볕을 쬐고 살아가야 한다. 다른 생명들처럼 먹고 자고 움직여야 하고 다른 생명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만 한다. 좀 거칠게 이야기하면, 아이도 강아지도 매일 산책을 하고 밖에서 뛰어놀아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는 말이다.

생태유아교육은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드리운 병과 오늘날 인간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는 근본적으로 같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즉, 인간이 스스로가 생명임을 잊고, 인간을 자연과 분리해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바라본다. 그리고 생태유아교육은 인간과 자연생태계의 모든 생명을 공존하게 하는 생명의 네트워크와 그 숨은 원리들을 존중하는 생태적 세계관 내지는 생명론적 세계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한마디로 생태유아교육은 생태적 세계관으로 유아교육을 보려는 노력이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들도 달라진다. 아이를 생명으로 바라보는 생태유아교육은 그래서 기존 유아교육 이론에서 다루진 않았던 새로운 부분을 이야기한다. 잉태와 태교를 강조하고, 무엇을 어떻게 먹일 것인가(食), 자연치유력과 면역력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醫), 어떻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가르칠 것인가(農)에 주목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게 하는 것이 어린 생명인 아이를 키우는 최고의 방법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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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유아교육, 자연, 놀이, 아이다움을 되찾아주는 다양한 실천 프로그램

생태유아교육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가정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생태유아교육은 20여 년간 고유의 실천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개발해 왔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 임재택 교수의 연구실에서 구상되고 1995년 개원한 부산대학교 부설 어린이집에서 하나둘씩 개발되고 실천되어 왔다. 현재는 국내의 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생태유아교육의 철학과 방법들을 실천하고 있다.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붙다 보니 자칫 어렵고 복잡한 교육 방법인 것처럼 보이지만 생태유아교육 실천 프로그램들의 원리와 내용은 심플하다. 산책 프로그램, 바깥놀이 프로그램,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 세시풍속 프로그램, 몸짓놀이 프로그램, 손끝놀이 프로그램, 자연건강 프로그램, 생태미술 프로그램, 노인아동 상호작용 프로그램, 절제절약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의 생활을 생태적 의식주로 전환하는 것이며, 동시에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자연과 놀이, 따뜻한 어른들과 또래들이 만드는 따뜻한 공동체를 되찾아주는 일이다. 그래서 6년 남짓의 인생 최초의 시간을 가장 아이답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다. 생태유아교육의 다양한 실천 프로그램들과 아이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향후 본 지면을 통해서 소개하고 그 숨은 가치를 뇌 과학적 관점을 빌려 풀어가고자 한다.

[해운대아이랑어린이집 제공]

생태유아교육은 신명나는 아이들이 만드는 홍익인간 세상을 꿈꾼다

교육은 꿈을 이루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행위이다. 생태유아교육은 이런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런 아이들이 모여서 만드는 생태유아교육이 꿈꾸는 세상이 있다. 생태유아교육이 바라는 아이 모습은 ‘신명나는 아이’이고, 꿈꾸는 세상은 바로 익숙한 ‘홍익인간’ 세상이다.

신명이란 단어가 어색할지 모르지만, 어떤 일이든 ‘신이 나서’ 하는 아이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렇게 열심히 뛰어놀고, 개미 한 마리를 뚫어져라 관찰하는 아이들,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신명(神明)은 여러 가지 학술적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아이 본연이 가진 생명의 기운, 잠재력이 십분 발휘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생태유아교육은 신명나는 아이들이 그 에너지로 홍익인간(弘益人間), 즉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요즘 말로 ‘선한 영향력’을 주변에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 사회 그리고 다른 생명까지고 보살피고 이롭게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생태유아교육이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생태유아교육, 잘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들여다보려는 노력

교육에서 최악은 “보여주기식”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에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면, 중요하지 않은 것에 시간과 정성을 쓰는 교육이 바로 보여주기식 교육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 누가 바보같이 시간과 정성을 쏟겠냐 싶지만, 의외로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요한 것은 정작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생활은 먹고 자고 노는 일상의 반복이다. 반복되고 평범해서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생태유아교육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을 함께 들여다보자고, 그리고 그것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자고 끊임없이 외치는 교육이다.

<참고문헌>

임재택(2003). 생태유아교육개론. 양서원

임지연 박사

◇ 임지연

▷(사)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https://www.ecoikium.org/) 소장

▷서울시 생태친화보육사업 컨설턴트

▷대구교육대학교 생태유아교육 강사

▷호치민시 한국학교 유치원 교사

▷부산대 유아교육학과 학사/석사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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