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인력시장 – 박홍재

박홍재 승인 2024.06.02 10:56 의견 0
[jtbc 캡처]

인력시장

박홍재

후줄근한 가방 속에 덜 깬 잠 구겨 넣고
늘어선 의자 위에 하루치 일당 찾아
휴대폰 만지작거리며
곁눈질로 힐끗 본다

때마침 벨 소리에 화들짝 눈이 뜨여
다시 한번 가방끈을 다잡아 보았지만
먼저 온 순서에 따라
하루 인생 시작된다

남은 사람 둘러보며 안타까운 마음 담아
멋쩍게 웃음 지며 전화기 바라보며
조금만 기다리세요
일자리는 있겠지요

- 2022년 세종도서나눔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새벽 인력시장은 눈치 보는 전쟁터다.
오늘 일을 하러 가서 일당을 버느냐 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루 밥벌이가 노동으로 보상을 받는다.
뛰어난 기술이 있으면 수월하다.
자신의 가진 기술에 맞는 일자리가 오늘 있어야 한다.
그처럼 자신이 지목되어 나가기까지 맘 졸인다.
괜히 옆 사람 눈치도 보고 걸려 오는 전화기에 귀가 번쩍 띈다.
자주 들리는 벨 소리에 사람들은 어깨를 편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공간에 맴돈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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