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64) 징검돌 - 이승은

손증호 승인 2024.05.15 08:00 의견 0

징검돌

이승은

길이 뚝, 끊긴 곳을
그대 건너 가신다기에

참말 나 서슴없이 징검돌로 누웠습니다

세상 말 모두 닫은 채 징검돌로 누웠습니다

그 환한 부끄럼도
이냥저냥 감싸 안고

손톱을 물어뜯던
물소리도 흘려두고

총총히 건너가시라 징검돌로 누웠습니다

그대를 위해 ‘서슴없이’ 징검돌이 되겠다는군요. ‘그 환한 부끄럼도’ 감싸 안고 ‘세상 말 모두 닫은 채’ ‘물소리도 흘려두고’ ‘총총히 건너가시라’ 무사히 건너가시라 징검돌로 누운 마음, 참 거룩하고 거룩한 사랑입니다.

손증호 시인

◇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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