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 조송현의 과학 토픽】 쿼크 얽힘 사상 최초 확인 - 양자 탐험의 새로운 길 열다

조송현 승인 2024.07.31 10:28 의견 0

Q1. 지난 시간엔 ‘깨어나는 거대 블랙홀’을 소개해주셨는데, 오늘은 어떤 과학토픽을 전해주실 건가요?

--> 지난주의 주제가 우주와 블랙홀이라는 거시세계였다면 이번 시간엔 원자보다 작은 미시세계의 흥미로운 현상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쿼크의 얽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Q2. 쿼크의 얽힘이라, 쿼크도 들어본 것 같고, 얽힘 현상도 이 시간에 제법 언급된 것 같은데요?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주시죠.

--> 본격 소개하기 전에 먼저 주제와 관련된 짤막한 동화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옛날에 ‘킹 톱’이라는 왕이 살았어요. 하루는 척후병한테 급보가 왔는데, 외적이 침입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킹 톱은 즉시 전령을 보내 ‘이 땅의 모든 백성들은 방어 태세를 갖춰라’고 명령합니다. 그런데,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킹 톱은 다시 전령을 보내 ‘방어 태세를 풀고 유화적인 태도를 갖도록 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킹 톱의 그날 하루에도 수차례 이렇게 상반된 명령을 전령을 통해 하달합니다. 백성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또 어떤 명령이 내려올까, 어느 명령을 받들어야 하나, 하고 말입니다.

한데 왕궁과 멀리 떨어진 한 도시에 ‘안티 톱’이라는 지도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특별한 생리적인 특성을 가졌는데, 그는 저도 모르게 톱 킹의 마음 상태와 반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톱 킹의 마음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백성들에게 왕의 명령을 정확하게 알려주었고, 왕국은 혼란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Q3. 킹 톱과 안티 톱이 텔레파시로 통하는 건가요? 이게 오늘의 주제와 관련이 깊은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여기서 킹 톱은 톱쿼크를, 안티 톱은 킹 톱의 반물질인 반톱쿼크입니다. 이 두 쿼크가 얽혀 있는 것을 표현한 겁니다. 이 내용은 이번 연구팀장인 미국 로체스터대학 물리학과 레지나 데미나 교수가 소셜미디어 채널에 올린 겁니다.

Q4. 첨단 물리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의 연구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문학가처럼 은유를 사용한다는 점이 신선하고 재밌네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연구 내용을 들어볼까요?

--> 데미나 교수팀은 사상 처음으로 무거운 소립자인 쿼크(물질)와 반쿼크(반물질) 사이에 얽힘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얽힘은 아인슈타인이 그 유명한 말 ‘유령 같은 원격작용’이라고 부르며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현상이자 보어와의 3차 논쟁 주제였죠. 결국 1981년 알랭 아스페의 실험으로 ‘유령 같은 원격 작용’(양자얽힘)이 실제로 가능함이 밝혀졌고, 2023년에 아스페를 비롯한 3인의 물리학자가 양자얽힘 규명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죠.

근데, 지금까지 양자얽힘 연구는 광자와 전자 등 가볍고 안정된 입자들 사이에서 확인되었지만 쿼크 같은 무겁고 불안정한 입자를 대상으로 확인된 적은 없었습니다.

Q5. 신비한 양자얽힘 현상이 미시세계에서는 어느 입자이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무거운 소립자 쿼크에서는 처음 확인되었다는 게 오는 주제의 핵심이군요. 그렇다면 이 실험의 의미를 알아보기 전에 우선 쿼크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죠. 저번에 신의 입자, 힉스 보존을 소개할 때 들은 기억이 납니다만.

--> 표준모형에서 이 우주에 존재하는 입자는 총 17종인데, 이들 입자는 페르미온과 보존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페르미온 12개, 보존 5개죠. 페르미온과 보존의 결정적인 차이는 우선 스핀인데, 페르미온은 스핀이 1/2, 3/2 등 홀수배의 각운동량을 갖고, 보존은 스핀이 0 혹은 정수배입니다. 페르미온과 보존의 결정적인 차이 중 다른 하나는, 페르미온은 질량을 갖고, 보존은 질량이 없다는 겁니다. 보존에는 글루온, 광자, W보존, Z보존, 힉스 보존이 있는데, 보존은 힘의 매개입자인데, 그중 힉스 보존은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페르미온 12개를 보면, 6개가 쿼크(하드론)이고 나머지는 전자 뮤온 타우,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렙톤)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쿼크를 살펴보면 업-다운, 참(매력)-스트레인지, 톱-보텀쿼크 등 세 쌍, 6개입니다. 이들 쿼크의 질량은 각기 다릅니다. 업쿼크가 가장 가벼운데, 업-업-다운은 양성자, 다운-다운-업은 중성자를 이룹니다. 톱쿼크는 양성자보다 184배나 무겁고 금 원자와 비슷합니다. 소립자이면서도 엄청 큰 원자 수준의 질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톱 쿼크는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입자가속기에서 큰 에너지를 들여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업-참-톱의 전하는 2/3, 다운-스트레인지-바텀의 전하는 –1/3입니다. 또 쿼크는 빛깔로도 구분하는데, 업-빨강, 다운-파랑, 참-초록 / 스트레인지-빨강 톱-파랑, 보텀-초록 등입니다. 앞의 세 쿼크를 합치면 무색이 되고 뒤의 세 쿼크를 합쳐도 마찬가지입니다.

Q6. 쿼크라는 이름이 요상합니다. 일반적인 입자 이름, –ton –ron이 붙는 경우와 다르네요. 어떤 사연이 있나요?

--> 물리학도들이 입자물리학에 입문할 때 대개 한 번씩 갖는 의문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머리 겔만이라는 미국 물리학자가 1964년 이론으로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루는 소립자가 있다고 예언했습니다. 머리 겔만은 쿼크(quark)라는 이름을 제안할 때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Finnegan’s Wake’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소설 속에서 무의미한 갈매기 울음소리를 의미하는 "three quarks for Muster Mark"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겔만은 여기 나오는 ‘three quarks’에 꽂혔습니다. 당시 자신이 업-다운-스트레인지 등 세 가지 쿼크를 이론적으로 제안했거든요. 4년 후인 1968년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에서 세 개의 쿼크가 처음 관찰되었고, 그 이후 1974년 참 쿼크, 77년 보텀 쿼크가 추가로 발견되었고, 1995년에 톱 쿼크가 발견되면서 3쌍-6개가 모두 발견되었습니다. 이번 데미나 교수팀이 톱 쿼크 발견을 이끌었죠.

Q7. 아, 그렇군요. 이참에 데미나 교수팀의 톱 쿼크 발견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시죠.

--> 톱 쿼크는 자연상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입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 중 가장 무거우며 여러 힘들과 상호작용을 하는데, 생성 직후 다른 입자와 결합하기 전에 소멸하기 때문에 사실상 단독으로 존재하는 자유쿼크입니다. 우리 주변의 원자들은 모두 업-다운 두 가지 쿼크로만 구성되어 있고, 톱 쿼크를 비롯한 나머지 쿼크는 가속기를 통해서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1995년 칼텍의 토니 리스, 로체스터대학의 폴 팀톤이 이끄는 연구팀이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실험에서 발견했는데, 이때 데미나가 대학원생으로 로체스터대학 연구팀의 일원이었다고 합니다. 뒤에 데미나 교수는 미국의 물리학자팀을 이끌고 힉스보존 발견에 핵심역할을 한 추적장치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는 CERN의 CMS 협업에 의해 보고되었습니다. CMS(Compact Muon Solenoid)는 ATLAS와 함께 CERN의 두 개의 검출장치 중 하나입니다.

Q8. 자, 이제 이번 발견의 의미를 짚어볼까요.

--> 로체스터대학 측은 ‘양자 탐사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자평합니다. 흔히 광자나 전자의 얽힘 실험은 양자컴퓨팅이나 양자통신의 실용화를 앞당긴다는 등의 의미가 있죠. 그러나 톱 쿼크의 얽힘은 이와는 다릅니다. 톱 쿼크가 자연상태에 존재하지 않고, 이 입자를 만들어내려면 가속기에서 고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니까요. ‘양자 탐험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것은 우주의 초기상태를 이해하는 데 큰 통찰을 줄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우주가 초기 급팽창단계 이후 얽힌 상태에 있었다고 보거든요. 그 이후 우주에 양자 얽힘이 끊어진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죠.

이번 연구를 통해 얽힘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그 얽힘이 ‘아들-딸’ 입자나 붕괴 생성물로 전달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얽힘을 깨뜨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힐 수 있다고 해요. 이건 바로 우주 초기 상태를 아는 데 도움이 됩니다. 빅뱅 이후 짧은 시간 동안 고에너지의 물질과 반물질이 거의 동등한 양으로 가득했습니다. 반물질은 물질과 반대부호의 전하를 가진 물질을 말합니다. 전자의 반물질은 양전자입니다. 양성자의 반물질은 반양성자이고요.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빛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우주에 에너지만 남고 물질이 없어야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10억 개의 입자 중 1개의 물질입자가 살아남아 오늘의 우주, 천체로 가득 찬 우주를 만든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톱 쿼크와 반톱쿼크 사이의 얽힘 연구는 이 부분에 대한 통찰을 줄 거다. 우주의 신비의 한 자락을 걷어줄 수 있다, 이런 겁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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