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오늘 주제는 다소 황당한데요, 질량이 없어도 중력이 생긴다, 고로 암흑물질은 필요없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 앨라배마 대학(헌츠빌) 리차드 리우 교수가 최근 왕립천문학회 월간공지에 발표한 연구인데요, “암흑물질에 대한 우리의 헛다리 짚는 것일 수도 있다. 해결책은 우주의 초기 단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우주 전역에서 발견되는 ‘질량이 없어도 중력 효과를 발생’하는 위상학적 결함에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암흑물질은 필요 없다고 선언한 겁니다. ‘질량 없는 중력’ 이론은 뉴턴의 중력이론 이후 337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이래 109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 이론이 맞다면 물리학자들을 괴롭혀온 암흑물질은 1932년 탄생한 지 거의 한 세기만에 사라지는 겁니다. 마치 에테르처럼.
Q2. 리우 교수는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했는지요?
--> UHA의 물리학 및 천문학 석좌교수인 리우는 연구 동기에 대해 “한 세기 동안 직접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암흑물질의 개념을 붙들고 있는 상황에 대한 나의 좌절감에서 비롯됐다”고 밝힙니다. 그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장 방정식에 대한 대안 솔루션을 찾다가 은하와 은하단의 조건에 적용할 수 있는 단순화된 버전으로 ‘푸아송 방정식’을 알게 됩니다. 이걸 풀었더니 ‘검출 가능한 질량이 없어도 유한한 중력이 생기’더라는 거죠. 리우 교수는 푸아송 방정식을 이용하여 질량이 없어도 중력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을 처음으로 제시한 물리학자로 평가될 겁니다.
Q3. 푸아송 방정식, 처음 듣는 명칭인데요,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의 대안 방정식으로 기억하겠습니다. 여기서 질량이 없어도 중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수학적으로 도출되었다는 것이군요. 근데 이게 어떻게 ‘암흑물질은 없어도 된다’는 명제와 연결되는 거죠?
--> ‘암흑물질’이란 개념이 생겨난 연원을 설명 드리면, 1932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얀 오르트(Jan Oort)가 은하와 같은 물체들이 서로 모여 있는 데 필요한 소위 ‘누락된 질량 missing mass’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제안한 했는데, 아직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죠. 이론적으로 우주 물질의 85%를 차지하는데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제2의 에테르’일지도 모르는 암흑물질을 100년 가까지 찾아헤매고 있는 상황입니다.
회전하는 은하단이 모여 있으려면 원심력을 상쇄할 만한 중력이 있어야 하고, 따라서 은하단에 보이는 은하의 질량 외에 미싱 매스, 누락된 질량이 있어야 한다는 게 암흑물질의 존재 이유인데, 만약 은하단 안에 또 다른 원인으로 중력이 생겨난다면 암흑물질은 필요 없겠죠. 리우는 푸아송 방정식에 따라 질량이 없어도 중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확인했고, 우주에 전역에 존재하는 어떤 구조를 그 후보로 제시했습니다.
Q4. 질량이 없는데 중력이 생기는 구조라, 정말 상상이 잘 안 되는데요. 리우 교수가 제시한 구조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 리우 교수는 ‘조개 껍데기 형태의 위상학적 결함(shell-shaped topological defects, 솔리톤)의 동심적 집합’이 은하단을 유지하는 초과 중력의 근원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리루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껍데기는 양의 질량을 가진 내부 층과 음의 질량을 가진 외부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질량 측면에서 두 층의 총 질량은 정확히 0이지만 별이 이 껍질 위에 놓일 경우 큰 중력을 받아 껍데기의 중심을 향해 끌려간다고 합니다. 여기서 ‘음의 질량’은 가설적인 물질 형태로, 힘을 가해 밀면 오히려 힘을 가하는 쪽으로 되돌아오는 특성을 가진 물질입니다. 훰홀 등 천문학에서 많이 쓰이는 개념입니다. 또 중력은 시공간 자체의 굴곡을 수반하기 때문에 질량이 없는 광자한테도 영향을 미쳐 진로를 휘게 만들죠. 이들의 영향으로 인해 은하단 안에 많은 양의 ‘암흑물질’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Q5. ‘위상학적 결함’이 어려운 용어인데, 이게 뭐고 어떻게 우주에 생기는지 설명해주시죠.
--> ‘위상학적 결함’(Topological Defect)은 수학과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물리 시스템 내에서 변형에 대한 안정성을 가진 구조를 의미합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솔리톤(Soliton)이 있는데, 이는 파동(파동 묶음 혹은 펄스)이 주변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스스로 강화하여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것을 말합니다.
위상학적 결함이 어떻게 생기느냐, 초기 우주에서 상전이가 발생했을 때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봅니다. 우주론적 위상 전이로 알려진 물리적 사건은 우주 전체에서 물질의 일반적인 상태가 동시에 변할 때 발생하거든요.
리우는 "우주에서 어떤 정확한 형태의 상전이가 이런 종류의 위상학적 결함을 야기할 수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위상 효과는 물질의 밀도가 매우 높은 매우 조밀한 공간 영역으로, 일반적으로 우주 끈으로 알려진 선형 구조의 형태인데, 구형 쉘과 같은 2D 구조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Q6. 우주에 ‘조개 껍데기 형태의 위상학적 결함(topological defects, 솔리톤)의 동심원적 집합’의 구조가 실제로 있나요?
--> 얼마 전에 자이언트 아크, 빅링, 슬로안 장성 같은 우주의 거대구조를 소개한 적이 있잖아요. 그들이 바로 ‘위상학적 결함’에 의한 우주의 구조 후보들입니다. 리우 교수는 이런 거대구조가 암흑물질의 대안 모델에 많은 지지를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Q7. 현대 우주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우주의 거대구조가 이렇게 연결되는군요. 끝으로 이번 연구의 한계와 의미를 요약해주시죠.
--> 한계는 분명하죠. 어디까지나 수학적 결론이라는 것, 물리적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의미까지 없는 건 아니고요, 중력이 질량 없이 존재할 수 있다는 최초의 수학적 증거를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한 세기 가까이 매달리는 암흑물질 문제를 해결하는 가능성도 발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계속 연구될 것이라고 봅니다. 과학사에서 에테르를 상기하면 이번 연구의 의미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전자기학이 등장하면서 에테르는 빛의 매질로서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반세기 이상 찾아헤맸는데 허탕쳤고, 아인슈타인이 ‘에테르는 필요없다’고 선언하며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에테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거든요. 암흑물질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리우 교수의 이번 연구가 그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합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531/1/1630/7673084?login=false
https://www.sciencealert.com/wild-new-study-suggests-gravity-can-exist-without-mass
https://phys.org/news/2024-06-gravity-mass-mitigating-hypothetical-dark.html
https://www.techexplorist.com/new-study-shows-1st-time-gravity-exist-mass/84885/
https://www.universetoday.com/167332/if-gravity-can-exist-without-mass-that-could-explain-dark-matter/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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