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 조송현의 과학 토픽】우주의 새벽에 발생한 몬스터 블랙홀 충돌 사건

조송현 승인 2024.06.13 11:58 의견 0

Q1. 지난 시간에 유럽우주국이 하늘의 은하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쏘아올린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의 성과를 소개해주셨는데, 이번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탐사 소식이네요. 제임스웹이 충돌하는 블랙홀을 발견했다고요?

--> 예, 그렇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원인 한나 위블러(Hannah Übler) 팀이 제임스웹의 탐사내용을 분석해 지난달 중순 왕립천문학학회 월간 공지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주의 새벽에, 빅뱅 이후 7억4000만년 후(지금으로부터 약 130억 년 전) 병합 중인 두 개의 블랙홀을 발견했습니다. 이들 블랙홀의 크기는 각각 5000만 태양질량으로 조사되었습니다. ZS7이라는 이름의 은하계 중심에서 강력한 에너지방출이 나타나는데, 이를 제임스웹의 근적외선카메라NIRCam 촬영해 분석했더니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Q2. 우주의 새벽에 이렇게 큰 블랙홀들이 충돌하는 장면, 생각만 해도 장관인데요, 블랙홀 충돌 중 가장 빠른 시기의 사례인가요?

--> 맞습니다. 우주가 탄생한 지 7억4000만 년 된 시점에 두 블랙홀이 병합하는 장면은 블랙홀 병합 장면으로는 가장 이른 시기의 것입니다. 현대 우주론에 따르면 이 시기는 별이 생겨나고 막 은하가 형성되는 때입니다. 이때 벌써 두 개의 초대질량 블랙홀의 병합하는 장면은 현대 우주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입니다.

Q3. 별과 은하가 생겨날 시기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서로 충돌할 정도로 활동한다는 현대 우주론으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군요.

--> 바로 그렇습니다. 이번 발견은 우주의 초기에 이렇게 큰 천체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현대 우주론에 도전장을 던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한나 위블러는 이번 발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의 발견은 ‘병합’이 블랙홀이 우주의 새벽에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경로임을 시사한다"고 말하면서 "먼 우주의 천체에 대한 Webb의 다른 발견과 함께, 우리의 결과는 또한 거대한 블랙홀이 처음부터 은하의 진화를 형성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Q4. 이번 발견은 큰 블랙홀이 되는 방법 중 하나가 병합임을 시사한다는 얘기군요. 근데 이참에 블랙홀 공부를 조금 하고 넘어가죠. 블랙홀도 크기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고요?

-->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스텔라 질량 블랙홀(Stellar-mass black holes) 태양질량의 10~100배의 질량인 블랙홀입니다. 별이 수명을 다할 때 초신성폭발로 생깁니다. 그 다음, 중간질량 블랙홀(Intermediate-mass black holes)이 있습니다. 수백에서 수천 태양질량을 가진 블랙홀로 생성 메커니즘을 잘 모릅니다. 세 번째는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s)인데, 생성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초기 은하계형성 과정에서 중심부에 물질이 집중되면서 형성되었지 않았을까 추정해왔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병합 중인 블랙홀은 태양은 5000만배 질량이니까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초대질량블랙홀인데, 이렇게 우주 새벽부터 병합해 급속히 체급을 높여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다음 제4 카테고리의 블랙홀이 있는데, 이건 원시블랙홀(Primodial blackhole)인데, 우주 탄생 1초만에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크기는 그램 단위에서 10만태양질량까지 다양할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아직 원시블랙홀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찾지못했죠. 작은 블랙홀은 호킹복사에 의해 증발해버렸다고 추정되고, 나머지 큰질량 원시블랙홀은 우주에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Q5. 블랙홀 종류도 4가지나 되네요. 이번에 충돌하는 블랙홀은 초대질량블랙홀이다, 이들이 덩치를 키운 방법이 바로 충돌(병합)이라고 이번 발견은 시사한다, 이렇게 이해하겠습니다. 근데, 우주에서 블랙홀 충돌, 병합이 자주 일어나나요?

--> 우주에서 블랙홀 충돌사건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일반인에게 알려진 대표적인 블랙홀 충돌 사건과 관련된 것이 2017년 노벨물리학상입니다. 그해 노벨물리학상은 미국 킵손 칼텍 명예교수, 배리 배리시 라이고-비르고과학협력단장, 라이너 바이스 MIT 명예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갔는데 이들의 업적이 바로 블랙홀 충돌로 생긴 중력파를 검출한 것이었습니다.

블랙홀이 충돌할 때는 엄청난 에너지가 중력파로 방출되거든요. 아인슈타인이 중력파를 예언한 지 정확히 100년 뒤인 1915년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가 미국에 설치된 두 곳의 중력파 관측소에서 동시에 중력파를 탐지했죠. 관측 신호를 분석한 결과 중력파가 태양의 29배와 36배의 질량을 갖는 두 블랙홀이 서로 마주보며 돌다가 마침내 충돌해 태양의 62배 질량을 갖는 블랙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방출되었으며, 이 중력파는 13억 년 전에 발생했는데 빛의 속도로 달려와 2015년 지구에 도달한 것이죠. 충돌 과정에서 잃은 태양 3개의 질량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중력파로 변한 겁니다. 인류 최초의 중력파검출이었죠.

이 이후에도 라이고는 매년 2, 3건의 중력파를 검출했는데 모두 블랙홀 충돌로 생긴 중력파가 대부분인데, 가끔 중성자별의 충돌로 중력파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라이고 외에도 유럽중력파천문학연구소의 비르고, 일본의 중력파관측소 KAGRA에서도 관측에 합류했는데, 한달에 2개 이상 블랙홀 충돌을 탐지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Q6. 블랙홀이 자주 충돌하는군요, 우주가 광대하긴 한가 봅니다. 이번엔 블랙홀 충돌 사건을 제임스웹망원경이 근적외선으로 찍었는데, 이때 생긴 중력파는 라이고 등에서 검출되지 않았나요?

--> 좋은 질문입니다. 이번 논문 저자들은, 이번 사건은 워낙 먼 거리에서 일어났기 중력파라는 잔물결이 너무 희미해 중력파탐지기로 포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중력파 탐지의 가장 먼 시간은 90억 년 전인데, 이번 발견은 130억 년 전의 사건입니다. 우주는 가속 팽창을 하기 때문에 거리로 따지면 두 사건이 일어난 거리는 ’90억 광년 대 130억 광년‘보다 훨씬 더 벌어집니다.

그래서 유럽우주국은 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라는 전용 우주 중력파 관측소를 건설 중인데 2030년 완공 예정입니다. LISA는 세 개의 우주선으로 별자리를 형성하며, 이들은 250만 킬로미터의 변을 가진 정삼각형을 이룹니다. 이 우주선들 사이의 거리는 정확하게 모니터링되어 중력파의 통과를 감지합니다. 리사는 우주공간에서 지상의 라이고보다 훨씬 민감하게 중력파를 감지해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LISA는 중력파를 이용하여 우주의 역동적인 천체현상을 측정하는 새로운 우주 탐사 도구로서, 블랙홀, 빅뱅, 그리고 다른 아직 알려지지 않은 천체를 발견하는 데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임스웹과 유클리드우주망원경, 그리고 중력파관측소 라이고와 비르고, 나아가 LISA는 빅뱅과 우주의 진화 관련 미스테리를 벗겨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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