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 조송현의 과학 토픽】약초로 치료하는 오랑우탄은 처음!

조송현 승인 2024.05.14 17:06 의견 0

Q1. 약초로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오랑우탄이 있다고요? 놀라운데요? 어떤 내용인지 전해주시죠.

--> 참고로, 오랑우탄이 무슨 뜻일까요? 오랑(orang)은 말레이어로 사람을 뜻하고 후탄(hutan)은 숲을 뜻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오랑우탄은 숲에 사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인간과 유사하다는 것이죠. 인간과의 유사성이 겉보기만이 아니라는 게 오늘의 주제입니다.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 사는 오랑우탄 라쿠스(Rakus)가 약초로 알려진 아카르 쿠닝(Akar Kuning)을 씹어 눈밑에 난 상처에 붙이고 치료하는 것을 생물학자인 울릴 아자리(Ulil Azhari)가 목격하고 학계에 보고했습니다. 이 논문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되었고, 사이언스뉴스 등 수많은 과학매체에 보도되었습니다.

Q2. 동물인 오랑우탄이 약초를 사용한다, 그들도 약초를 분별하고 심지어 상처에 치료까지 한다는 정말 놀랍습니다. 동물이 약초를 사용한 사례로는 처음이겠죠?

--> 동물이 아플 때 뭔가를 사용한다는 문헌이 있긴 한데, 이처럼 식물이 특정되고 치료과정에 대한 세부사항을 모두 담은 논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Q3. 라쿠스가 어떻게 했는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 현장 생물학자인 울릴 아자리(Ulil Azhari)는 인도네시아 구눙 레우저 국립공원(Gunung Leuser National Park)의 수아크 발림빙(Suaq Balimbing) 연구 지역에서 라쿠스(Rakus)라는 이름의 수마트라 오랑우탄(Pongo abelii)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약 150마리의 유인원이 서식하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1994년부터 이들을 연구해 왔다고 합니다. 2022년 6월 25일 Azhari는 Rakus가 현지에서 Akar Kuning으로 불리는 덩굴식물을 씹어 오른쪽에 눈밑에 생긴 열린 상처에 반죽을 문지르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상처는 며칠 전 다른 수컷과의 싸움에서 생긴 것 같다고 합니다. 약 7분에 걸쳐 반죽을 여러 번 문지르고 붙인 후 Rakus는 리아나 펄프라는 덩굴식물로 마치 상처에 밴드를 붙이듯 상처를 감싸더라는 겁니다.

Q4. 와, 상처에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거나 붕대를 감는 치료행위와 꼭 같네요. 근데 라쿠스가 상처에 씹어 바른 아카르 쿠닝이라는 식물은 약초가 맞나요?

--> Akar Kuning는 꽃식물의 일종의 피브라우레아 틴크토리아라는 식물로 학계에 알려져 있는데, 지역 주민들은 이걸 전통 의학에서 사용하며 항균 및 항염증 치료에 쓴다고 합니다. 식용은 아니고요.

Q5 오랑우탄이 이게 약초인지 어떻게 알았을까, 정말 궁금하네요. 약초를 바른 뒤 상처가 나았나요?

--> Rakus가 스스로 치료한 지 하루 만에 그가 그 아카르 쿠닝 잎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모습이 목격되었고, 치료를 반복했는데, 다른 신체 부위에는 약초를 바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치료를 시작한 지 5일 후에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고 감염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먹지 않던 것을 씹어먹은 행위도 치료를 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랑우탄이 아카르 쿠닝 잎을 먹는 모습은 21년 관찰 기간 동안 라쿠스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Q6. 이런 과정을 보니 오랑우탄 라쿠스가 약초의 효능을 정확하게 알고 사용했다는 데 의심의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놀랍네요. 수마트라 오랑우탄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데 이들을 보호하는 데 좀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우주과 오디세이 저자 /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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