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오늘 주제는 우주범선이네요. 때마침 모레 미국 NASA가 신개념 우주범선을 발사한다는 소식인데,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 NASA는 차세대 우주범선 'Advanced Composite Solar Sail System’(ACS3)을 뉴질랜드의 마히아(Māhia)에 위치한 민간로켓기업 Rocket Lab의 Launch Complex 1에서 발사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우주범선은 전자레인지 크기의 초소형 인공위성으로 지상 1000km 상공에서 돛을 펼쳐 지구궤도를 돌게 됩니다. 돛은 한 변이 9m인 사각형으로 면적은 약 80m²입니다. 로켓랩은 소형위성 전문 발사서비스 기업으로 미국에 본사, 뉴질랜드에 자회사를 두고 있습니다. ACS3의 주요 미션은 새로운 세일 붐(돛대) 재료의 작동을 지구 궤도에서 테스트하는 것이다. NASA 홈페이지에는 ‘Next-Generation Solar Sail Boom Technology Ready for Launch’라는 타이틀의 소개글이 떠 있습니다.
Q2. 미항공우주국 나사가 우주범선을 민간로켓에 실어 우주에 보낸다는 소식인데, 그것도 신개념 우주범선이네요, 보통은 위성이나 우주 탐사선을 실어 로켓을 발사하는 것과 좀 다르고요. 먼저 궁금한 건, 우주범선인데, 바람으로 움직이는 배를 범선이라고 부르는 건 알겠는데, 작은 범선은 돛단배이고, 우주에 범선이라, 만화에 나오는 것 같은데요? 우주범선이 뭔가요?
--> 우주에는 지구에서와 같은 바람이 없죠. 그런데 다른 바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태양풍입니다. solar wind라고. 태양풍의 힘을 받아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선을 우주범선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Light Sail, 혹은 Solar Sail인데, 이번 나사 홈페이지에 Solar Sail로 나와 있으니 Solar Sail로 부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Q3. 태양풍이라, 그게 과연 우주선을 움직일 만한 추진력이 될까 싶은데, 과학적 원리를 소개해주시죠?
--> 우주범선을 처음 상상한 과학자는 우리가 잘 아는 천문학자 케플러(1571~1630)입니다. 그는 혜성이 태양 주변을 돌아나갈 때 꼬리가 태양의 반대방향으로 휘는 것을 보고 태양풍의 존재를 예감했어요. 그리곤 그는 태양풍을 받아 우주를 항해하는 범선을 상상하기도 했다고 해요. 그렇다면 정말 태양빛에 범선을 밀어줄 만한 힘이 있을까. 그 답은 케플러가 사망한 지 300년 뒤에 태어난 후배 물리학자 맥스웰이 증명했습니다. 전자기학의 정수인 맥스웰방정식은 전자기파(빛)가 분명히 압력(복사압·radiation pressure)을 지닌다고 말해주고 있거든요. 빛 light을 받아 항해sail 한다고 해서 light sail이라고 했는데, 요즘 빛은 결국 태양에서 나오는 거니까 Solar sail로도 많이 부릅니다. 우주범선이 일반인에게 유명해진 건 2006년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이 발간되면서부터죠.
Q4. 우주범선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 나온다고요? 거기서는 어떤 모양이죠?
--> 소설 ‘파피용’은 인간의 진화에 대한 의지와 미래상을 다룬 SF 소설인데, 이 소설은 자멸해가는 인간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우주범선을 만들어 지구를 탈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주범선을 묘사하는 내용 중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두 번째 날개가 완전히 빠져나오자 두 개의 얇은 황금빛 막이 우주선 흉부에서 길게 뻗어 나와 거대한 나비 모양이 되었다. 돛의 길이가 100만㎞나 되다 보니 지구에서도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 지구인 14만4000명을 실은 '파피용'은 '부지불식간에' 속도가 시속 250만 ㎞(초속 694km)에 이르고 1200여 년 만에 지구에서 2광년 떨어진 미지의 행성에 도착한다.‘
소설의 제목 ’파피용‘은 나비 모양의 우주범선 이름 파피용에서 따온 거죠. 나비가 불어로 파피용이죠.
Q5. 소설에서는 우주범선의 돛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하네요. 우주범선 프로젝트는 소설 ’파피용‘에서 힌트를 얻은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우주범선을 구상하고 실제로 추진한 과학자는 ’코스모스‘로 잘 알려진 칼 세이건입니다. 그는 1980년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를 설립해 우주탐사, 외계생명체 탐색, 소행성 충돌 예방 등의 활동을 벌였죠. 특히 2015년 LightSail1이라는 우주범선을 우주궤도에 올려 돛 펼치기 테스트 미션을 완수했고, 2019년 발사한 LightSail2는 3년 동안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 우주범선의 가능성을 확인했죠. 위성은 주먹만 하고, 추진력을 태양풍으로 삼았는데, 돛의 크기는 32m² 정도였어요.
Q6. 그렇군요. 미국과 다른 나라의 우주범선 개발 역사를 요약해주세요.
--> 미국은 2005년 코스모스1호, 2010년엔 나노세일-D를 발사했지만 실패했어요. 그렇지만 나사는 태양계를 떠나 성간우주를 탐험하는 우주범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발사한 ACS3도 그 같은 차원에서 실행된 것이고요.
--> 우주범선 분야에서는 일본의 이카로스 프로젝트가 성과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일본은 2010년 연(면적 400m²) 모양의 우주범선 이카로스를 금성까지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목성과 목성궤도의 트로이 소행성군을 탐사할 우주범선을 개발 중에 있고요.
Q7. 일본이 앞서간다니 약간 배가 아프네요.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아직 우주범선 개발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우주범선 프로젝트가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 미국은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약 4.4광년 거리의 ‘알파 센타우리’의 프록시마 b(영화 삼체인들이 사는 별)에 초소형 우주선 1000개를 2069년까지 보낸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이름하여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인데, 이것은 2016년에 러시아의 거부 유리 밀너(Yuri Milner),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그리고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에 의해 설립된 연구 및 공학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우주범선의 성간 우주탐사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그램은 빛 추진 나노우주선의 개념을 증명한 뒤, 다음 세대에 알파 센타우리로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2018년 프록시마b에 보낼 초소형 우주선 ‘나노크래프트’의 디자인과 소재, 추진 장치가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됐습니다.
‘나노크래프트는 몸체인 스타칩(starchip)과 빛을 추진력으로 이용하는 라이트세일(lightsail, 돛) 등 2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라이트세일(돛)은 1그램(g) 정도로 초경량이어야 하며, 규모는 수 평방미터(㎡) 이내여야 한다. 신소재인 그라펜은 1g으로 최소 10㎡의 돛을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돛은 추진에 사용되는 빛을 모두 반사해야 한다. 빛을 조금이라도 흡수한다면 돛이 증발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나노크래프트는 로켓에 의해 우주공간에 올려진 뒤 돛(라이트세일)을 펼치면 지상에서 쏜 레이저로 추진력을 얻고 가속하게 됩니다. 우주공간에는 공기저항이 없기 때문에 레이저를 돛에 계속 쏘면 그만큼 가속되죠. 이렇게 하면 광속의 20%까지 낼 수 있다고 해요. 이 속도라면 프록시마b까지 20년이면 갈 수 있다. 삼체인이 400년 걸리는 것보다 20배 빠른 속도죠.
Q8. 지난주에 센타우리의 행성에 사는 영화 ‘삼체인’과 관련된 얘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네요. 우주범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뭘까요?
--> 장점이 많아서이겠죠. 그 첫째는 따로 연료가 장착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태양, 빛에너지는 우주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우주공간에는 마찰이 없기 때문에 태양빛을 받으면 점점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우주범선은 보통 우주선보다 더 저렴하면서도 더 오래 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우주나 심우주를 탐사할 때는 더욱 유리하겠죠.
Q9. 그렇다면 우주범선 현실화의 가장 큰 기술적인 과제와 이번 미국 나사의 신개념 우주범선 ACS3의 의미를 짚어볼까요?
--> 소설 파피용에서 우주범선 날개가 100만km로 묘사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우주범선이 실용화되려면 돛이 커야 합니다. 커야 더 많은 빛을 받고, 그래야 더 큰 추진력을 얻을 수 잇기 때문이죠. 근데 돛이 무거우면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에 돛이 커면서도 가벼워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돛이 크면서도 가볍게 만든다는 게 기술적 과제입니다. 여기에는 돛을 지탱하는 돛대의 경량화도 절대적인 과제입니다.
이번 NASA의 ACS3(Advanced Composite Solar Sail System) 이런 과제에 대한 신개념을 적용했다고 자부하는 작품인데, 붐(mast, 돛대)을 이전보다 더 견고하고 가벼운데, 탄소섬유와 유연한 폴리머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번 ACS3 우주범선은 지상 1000km 지점 궤도에 도착하면 붐을 펼치고 돛을 전개하는데, 약 25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특히 새로운 복합재로 붐은 매우 가볍고 튼튼하며 컴팩트하기 때문에 달과 화성 주거지의 구조건설에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자동펼침 텐트와 같은 기능을 상상하면 될 것 같습니다. NASA는 다음 단계 미션에서 이를 보여줄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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