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오늘은 동물에 관한 흥미로운 소식을 가져오셨네요. 주제를 ‘동물도 인간처럼 유머를 사용할까?로 달아주셨는데, 정말 동물도 유머를 사용하나요?
-->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동물은 못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도구는 인간만 사용한다고 배웠어요. 근데 요즘 유튜브 보면 까마귀도 도구를 사용하는 장면을 볼 수 있죠. 1960년대 침팬지 연구의 대모인 제인 구달 선생이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까지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관찰하고 보고했죠. 도구사용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수백년간의 편견이 깨진 순간이죠.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아닌 걸로 드러난 사례는 또 뭐가 있을까요?
Q2. 언어야말로 인간만이 사용하는 게 아닐까요?
--> 1970년대 이전에는 인간만이 언어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침팬지가 100여 가지의 수화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죠. 이후 동물들의 수리능력과 사회행동에 관한 연구도 많아지면서 침팬지가 인간처럼 정치를 한다는 것도 알게 됐죠.
Q3. 침팬지가 정치를 한다고요?
--> 그렇습니다. 여기서 <침팬지 폴리틱스>라는 책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 책은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이 네덜란드 아넴의 부르거스 동물원 침팬지를 관찰한 기록입니다. 초판이 1982년 나왔는데, 미의회 필독서목록에 수십년간 올라 있을 정도로 유명한 책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침팬지들이 고도의 정치적 기법을 사용하여 그들만의 관계와 서열을 엮어나갑니다. 이는 인간의 정치적 행동과 매우 유사하며, 이를 통해 침팬지들이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침팬지도 정치를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역으로, 침팬지의 사회관계를 통해 인간의 정치 사회를 살펴보고 해석할 수 있는 거죠. 진화의 역사를 볼 때 정치의 기원은 인간의 역사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음을 각인시켜 주죠.
Q4. 침팬지도 정치를 한다, 놀랍습니다. <침팬지 폴리틱스>라는 책을 꼭 사봐야겠습니다. 인간만의 전유물로 여겨던 도구 사용, 언어 사용, 정치 행위가 다 무너졌는데, 이젠 유머 차례인가요? 연구가 나왔나요.
--> 최근에 미국 UCLA의 박사후 연구원인 이사벨 라우머(Isabelle Laumer) 연구팀이 왕립학회 발표 연구논문으로 내놓은 것인데요, 우리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 4종, 즉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의 일상생활을 녹화해 75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분석한 겁니다. 보노보, 오랑우탄, 고릴라는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침팬지는 독일 라이프치히 동물원에 살았던 겁니다.
Q5. 4종의 동물을 촬영한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의 핵심은 뭔가요?
-->4종 모두한테서 서로 ’놀리는 행동‘이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18가지의 서로 다른 놀리기 행동을 확인했는데, 그중 두드러진 상위 5개 행동으로는 찌르기, 치기, 동료의 움직임 방해하기, 몸을 때리기, 신체 부위 당기기 등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오랑우탄이 털 손질에 바쁜 어른 뒤로 몰래 다가가 손으로 꼭 찌르거나 때리고는 물러나 반응을 살피다가 무시하면 다시 더 세게 때리고, 심지어 몸으로 부딪치기도 한다는 거죠. 상대를 놀리면서 관심을 끌려는 의도죠.
또 동료의 눈앞에서 손이나 물건을 반복적으로 흔들거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거나, 움직임을 방해해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등의 상대를 놀리는 행동을 흔히 했다고 해요. 이런 놀리기 행동은 그냥 놀기와는 표정부터 다르다고 합니다. 이 유인원들의 놀리기는 유아시기 행동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Q6. 이들 유인원의 놀리기 행동이 인간과 비슷하다고요? 사례를 들어주시죠.
-->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생후 8개월부터 부모를 놀리기 시작한다고 해요. 예를 들어 젖병을 내밀었다가 부모가 손을 뻗어 집으려 하면 유아는 다시 당기거나 떨어뜨려 버린다는 거죠. 얘가 부모의 길을 막는 경우도 가계부를 쓰려 하는데 볼펜을 빼앗기도 하죠. 엄마의 활동을 방해하고 짜증나게 만드는 겁니다. 이런 행동들은 유아 유인원이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인간 이이들처럼 어린 유인원들도 놀림 상대가 반응할 때까지 기다렸다고 이를 무시하면 트릭을 반복하거나 다른 방법을 쓴다는 거죠.
Q7. 침팬지 같은 유인원들이 다 놀리기를 하는데 그 행동이 인간 유아들과 큰 차이가 없다. 듣고 보니 놀랍네요. 근데, 이런 놀리기 행위와 유머는 어떤 관계인가요?
--> 전문가들에 따르면 놀리기 행동은 비언어적 유머의 기초라고 해요. 악의 없는 놀리기 행동은 종종 서로에게 웃음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게 둘 사이의 유대감을 강화한다는 거죠. 결국 사회 집단 생활에 도움이 되는 거죠. 놀리기 행동이 모든 유인원에게서 동일하게 관찰된다는 사실은 정치가 인간 이전에도 있었듯이 유인원의 공통 조상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Q8. 끝으로 이런 유머의 기초인 놀리기 행동을 유인원 말고 다른 동물들도 할까요?
--> 종합적인 연구는 없지만 일화적인 사례는 많이 포착되었습니다. 찰스 다윈은 개가 유머 감각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죠. 또 쥐가 상대의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잘 웃는다는 관찰보고도 있습니다.
마무리 – 유머를 나누는 것보다 친구를 사귀는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유머는 유대를 강화하고 집단사회에 적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은 인간처럼, 오히려 인간보다 먼저 그런 무기, 즉 유머를 사용해왔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은 침팬지, 오랑우탄, 보노보, 고릴라 등 인간과 가까운 4종의 유인원이 유머의 기초인 놀리기 등의 행동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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