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오늘 과학토픽의 주제는 핵융합이네요. 태양의 내부에서 일어난다는 그 핵융합을 말하는 것인가요?
--> 물론 원리는 같습니다만, 오늘은 태양과 같은 별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인공핵융합을 얘기하려고 합니다.
Q2. 인공태양을 만드는 것이로군요. 핵융합발전을 향해 전 세계가 매진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어떤 소식인지 소개해주시죠?
--> 영국 옥스퍼드세어에 있는 유럽핵융합로 JET(Joint European Torus)가 에너지 출력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연말 마지막 실험에서 0.2mg의 연료를 사용하여 5.2초 동안 69메가줄(joule)의 열에너지를 생산했다고 영국 원자력청이 최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열에너지는 12.5메가와트의 전력 출력에 해당하며 이는 12,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에 해당한다고 영국 원자력청은 설명했습니다. 이전 기록은 2022년 5초 동안 59메가줄의 열에너지 생산입니다. JET의 연구원은 물론 전 세계 관계자들은 이번 실험 결과를 통해 핵융합 에너지 발전의 실현 가능성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Q3. 꿈의 에너지원인 핵융합 발전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니 엄청난 성과네요. 이번 실험 결과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사전 공부가 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JET부터 소개해주시죠?
--> 예, JET(Joint European Torus)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진보된 토카막입니다. 토카막Tokamak이란 도넛 모양의 핵융합로를 말합니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하여 가두는 역할을 하죠. JET는 1983년에 운영을 시작했고, 핵융합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주요한 발전을 이루어낸 유럽핵융합연구의 중심입니다. JET는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하여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장치입니다.
Q4.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인위적으로 일으킨다는 건 엄청 어려울 텐데요, 물론 그게 핵심 기술이겠죠? JET에서 하는 방식을 설명해주시죠.
--> 태양 중심의 온도는 1500만도, 압력은 지구 대기압의 수천억배라고 합니다. 온도라면 몰라도 지구에서 그 정도의 압력을 만들어낼 수 없죠. 그래서 토카막이라는 핵융합로를 만든 건데요, 온도는 태양보다 훨씬 높은 1억도에서 1억5000만도입니다. 압력은 대기압보다 낮아요. 핵융합은 가벼운 원소의 핵이 합쳐 무거운 원소로 결합할 때 질량 결손만큼 에너지가 생긴다는 이론에 근거한 거죠. 그 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에너지-질량 등가공식에 의해 정확하게 산출되고요. 이미 증명이 된 거죠. 근데 제일 가벼운 원자가 수소인데, 안정된 수소 원자는 지들끼리 잘 결합하지 않습니다. 핵력을 무시하고 억지로 결합시키려니 엄청난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죠. 수소의 동위원소 중 중수소(양성자 1, 전자 1, 중성자 1)와 삼중수소(양성자 1, 전자 1, 중성자 2)를 결합시키는 게 그나마 에너지가 덜 듭니다. 이게 실용화에도 가장 유리하고요. JET가 이걸 쓰는 이유입니다. 인공 핵융합 반응의 조건이 있는데요, 온도와 밀도 그리고 가둠시간입니다. 토카막 안의 온도를 1억도 이상 높인 상태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플라즈마 상태로 촘촘하게 그리고 오래 가둬 놓아야 핵반응이 일어납니다.
Q5. JET가 가동된 지 40년이 됐는데도 아직 실험수준인 걸 보면 핵융합의 실용화 길이 험난한 것 같은데, 핵융합 반응 실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뭔가요?
-->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로 오래 유지하는 게 제일 어렵죠. 핵융합 조건 중 온도와 가둠시간이 있는데, 고온으로 오래 가둬두기가 어려운 거죠. 그래서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오래 가둬둘 용기가 필요한데 이게 토카막입니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거죠. 투입한 에너지 대비 생산에너지 비율(에너지 증폭률 Q값)이 최소 1이 넘어야 실용화를 시작할 수 있는데, JET가 거둔 가장 큰 Q값은 0.67이라고 해요.
Q6. 그렇군요. 희망의 빛을 보았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는 뜻이군요. 앞에서 JET가 마지막 실험이라고 했는데, JET가 문을 닫기라도 하나요?
--> 전 세계 핵융합 에너지 연구의 중심이었던 JET가 지난해 연말을 끝으로 가동을 중단합니다. 대신 그 바톤을 현재 프랑스 카다라쉬 지역에 건설 중인 국제원자열핵융합실험원자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에 넘깁니다. ITER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07년에 시작되어 2025년 완공, 2035년부터 본격 핵융합로를 가동합니다. 2050년이면 여기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핵융합 발전소의 원형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ITER의 목표는 에너지 증폭률(Q) 10 이상, 반응지속시간 300~500초로 미래 핵융합 발전소 건설을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겁니다.
Q7. 우리 세대 안에 핵융합 발전의 수혜를 누릴 수 있겠군요. 근데 현재 Q값 1 이상의 성과를 거둔 핵융합로가 있나요?
--> 딱 한군데 있습니다.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에 있는 National Ignition Facility(NIF)입니다. 이건 토카막 같은 자기장핵융합로가 아니라 레이저를 이용하는 '관성 융합’ 방식을 사용합니다. 2022년 말 Q 1.5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고 상용화 연구에 매진 중입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점화’시설에 가까워 발생 에너지를 발전에 이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Q8. 이쯤 해서 우리나라의 핵융합연구는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우리는 수준은 어느 단계입니까?
--> 우리는 ITER 참여국 G7에 속하죠. 한국은 ITER 건설에서 초전도 도체, 진공용기 본체와 포트, 삼중수소 저장 및 공급시스템, 전원공급장치 등 중요한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형 인공태양인 KSTAR는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로 유명하며 1억도 초고온플라즈마 30초 운전 기록이 있는데, 이 30초는 세계 최고 기록입니다. 2026년엔 300초 기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9. 한국이 핵융합발전 분야 G7에 속하고 세계 최고 기록도 갖고 있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끝으로 꿈의 에너지원이라고 하는 핵융합 발전의 장점을 소개해주시죠.
--> 고효율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확석연료보다 400만배가량 높다고 합니다. 게다가 연료가 무궁무진합니다. 핵융합의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바닷물 등에서 거의 무한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장점으로는 깨끗한 에너지라는 점입니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원전처럼 골치 아픈 방사성 폐기물도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핵융합로는 안전하고 관리비용이 크게 들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인류의 꿈의 에너지원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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