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오늘 주제를 보니 ‘암흑물질은 없다, 암흑물질이 에테르의 전철을 밟을까? 인데요, 먼저 에테르가 뭔지를 알아봐야겠네요. 에테르는 고대 서양에서 우주를 구성하는 제5의 원소 아닌가요?
--> 맞습니다. 에테르는 고대 그리스의 아이테르에서 유래하는데요, ’항상 빛나는 것‘이란 뜻입니다. 신의 제왕 제우스가 지배하는 영역을 의미했죠.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에테르를 천상을 구성하는 제5의 원소로 상정했고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며, 새로 만들어지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으며, 더 증가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고 정의했죠. 천상의 세계는 영원불멸이라고 여겼으니까 그 구성원소도 그러한 성질을 가져야겠죠.
2000년간 ‘고귀한 천상 세계의 물질’이란 개념으로 굳어진 에테르는 19세기 빛과 전자기장의 신비를 푸는 과정에서 인간 곁으로 다가옵니다. 파동인 전자기파(빛)의 매질로서 에테르가 초대된 것이죠. 당시 물리학자들은 에테르는 밀도는 높은데도 공기처럼 가볍고 보이지 않으면서 온 우주에 충만한 물질이라고 봤어요. 또 빛 속도의 기준이 되는 절대정지 상태여야 했고요. 투명하고 움직이지 않는 안개라고 할까, 불가사의한 물질임에 틀림없었죠.
에테르 찾기 노력 중 ‘마이컬슨-몰리 실험’이 유명한데요, 바람이 없는 날에도 연을 들고 달리면 연이 뜨듯이 정지한 에테르 안개 속을 달리는 지구에는 ‘에테르 바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그 효과를 검출하려는 실험이었죠. 정교한 실험인데도 에테르 효과는 포착되지 않았어요. 반드시 존재해야 할 에테르의 흔적을 찾지 못한 물리학계는 낭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에테르 없이는 빛의 요상한 행동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죠. 당시 관측에 의하면 광원이나 관측자가 어떻게 움직이든 빛의 속도는 일정했어요. 매질도 없이 언제나 꼭 같은 속도로 달리는 파동(전자기파, 곧 빛)이라니. 말도 안 돼!!!
물리학의 붕괴 위기라며 모두 전전긍긍할 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베어버린 알렉산더처럼 에테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인물이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아인슈타인입니다. 그는 “에테르는 필요치 않다”고 선언했어요. 아인슈타인은 운동의 상대성을 들어 “빛은 절대정지의 에테르(매질) 없이도 일정한 속도로 전파한다”며 요상한 빛의 행동을 간단히 ‘광속 불변의 원리’로 설명해버렸어요.
(특수)상대성이론의 성공은 아인슈타인의 기상천외한 선언이 옳았음을 보증해주었죠. 이로써 빛의 매질이자 절대기준계로 상정된 에테르는 상대성이론이라는 혁명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과학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나요?
Q2. 에테르가 고대에는 천상을 구성하는 제5의 원소였다가, 19세기 과학의 시대에는 빛의 매질로서 꼭 필요한 물질로 인식되었는데, 결국 발견되지 못했고, 그러던 차에 물리학의 천재 아인슈타인이 ‘에테르는 필요없다’고 선언함으로써 에테르가 과학사에서 사라졌다는 얘긴데요, 그렇다면 암흑물질의 에테르의 전철을 밟는다는 것은 현재 암흑물질이 있어야 한다는 게 표준이론인데, ‘암흑물질은 필요 없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는 게 오늘의 본론인 듯 싶은데요. 맞습니까?
--> 정확하게 맞췄습니다. 본론을 설명 드리기 전에 먼저 암흑물질(dark matter)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현대 물리학과 천문학에 따르면 우주 전체는 암흑에너지 68%, 암흑물질 27%, 일반물질 5%로 구성됩니다. 암흑물질은 빛(전자기파)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보이지는 않지만 중력법칙에 따라 존재가 요구되는 물질입니다. 1930년대 스위스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다가 1978년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Vera Rubin)이 은하계 가장자리의 별들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은하계 내부에 관찰가능한 것보다 6배 더 많은 질량, 즉 암흑물질이 존재해야 한다고 추정했고, 현대과학은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하나 은하단의 회전 곡선, 은하단의 중력 렌즈 효과, 그리고 우주의 대규모 구조 형성 등은 암흑물질의 존재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성질은 아직 밝히지 못해 현재 물리학과 천문학의 가장 큰 미제 중 하나로 꼽힙니다.
Q3. 암흑에너지(dark energy)를 뭘 말합니까?
-->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가속팽창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뭔가’로 해석됩니다. 우주가 일정한 속도로 팽창하는 게 아니라 갈수록 속도가 빨라진다는 겁니다. 속도의 변화, 즉 가속도가 생기려면 어떤 힘이 주어져야 하거든요. 그게 암흑에너지라는 것이죠. 현대 우주론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없다는 것 현대 우주론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대사건인 셈이죠.
Q4. 그렇다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필요 없다는, 현대 우주론을 붕괴시킬 만한 주장을 한 과학자는 누구인가요?
--> 지난해 7월로 기억하는데, 우리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 아니라 267억 년이라고 주장했던 라젠드라 굽타를 기업하십니까. 캐나다 오타와 대학연구교수인데요. 그가 당시 피곤한 빛 가설과 변화하는 결합상수를 결합해 수학모델을 만들었더니, 우주의 나이가 267억 년으로 나오더라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든 빅뱅 초기 존재할 수 없는 거대 블랙홀과 은하를 설명할 수 있죠. 이 굽타 교수가 이번엔 더욱 우주론에서 필수적인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없는 우주를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Q5. 이번에도 기존 우주론을 뿌리째 뒤흔드는 과감한 주장을 했군요. 그 내용을 소개해주시죠.
-->굽타 교수는 최근 천체물리학저널 The Astrophysical Journal에 ‘Testing CCC+TL Cosmology with Observed Baryon Acoustic Oscillation Features’이라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는데요,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자신의 이론 공변결합상수와 피곤한 빛 가설을 결합한 CCC+TL 모델이 빅뱅 이후 우주 발전을 설명하는 ΛCDM 모델을 대체할 수 있더라, 단 그런데 자신의 모델에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필요 없는 우주가 도출되더라는 겁니다. ΛCDM 모델은 현대 우주론의 표준 모델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정한다고 해서 암흑에너지-차가운 암흑물질 모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람다 Λ는 원래 아인슈타인 중력장방정식의 우주상수인데, 이 모델에서는 람다를 암흑에너지로 해석합니다. 이 모델은 현재 우주 관측 사실을 잘 설명하지요. 근데 굽타의 CCC+TL는 람다를 암흑에너지가 아니라 공변결합상수로 보고 TL은 피곤한 빛 가설을 적용해보았더니 ΛCDM 모델에서 예측하 것과 같은 결과를 내놓더라, 그러니 애초 암흑에너지니 암흑물질을 가정할 필요가 없다. 우주에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없다, 는 게 굽타 논문의 요지입니다.
Q6. 아인슈타인이 당연히 존재할 것으로 믿었던 에테르에 대해 ‘필요없다’고 선언했듯이 굽타는 현대 물리학과 천문학의 미제인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해 ‘필요없다’고 선언한 것이군요. 이 연구의 의미를 요약해주시죠.
--> CCC+TL 모델의 두 가지 가설 즉 ‘변하는 결합상수’와 ‘비곤한 빛’의 직접적인 관찰 증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를 인정하면서도 굽타 교수는 "암흑 물질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러 논문이 있지만 주요 우주론적 관찰과 일치하면서 암흑물질의 우주론적 존재를 제거한 첫 번째 논문이 나의 논문”이라고 자평합니다. 이것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없는 첫 우주모델로서 과학계가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에 대해 오랫동안 믿어온 믿음을 재고하도록 유도하고 우주의 근본적인 힘과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흥미롭고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이 모델은 우주의 나이가 267억 년으로 기존 이론보다 2배가량 많은 것으로 추정, 초기 우주의 거대은하와 블랙홀의 존재 등 현대 우주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관측 결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아인슈타인이 “에테르는 필요없다”고 선언하기 전에 그 누구도 확인되지 않은 에테르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고 믿었다는 상황을 상기하면 굽타 연구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본지 편집장 /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