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과학 인사이드 이 시간엔 알아두면 교양이 되는 다양한 과학 소재를 찾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지난시간엔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의 활용법과 문제점 등을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어떤 내용을 들려주실 건가요?
--> 오늘도 쉽고 친근한데, 그 의미와 무게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가져왔습니다. ‘지금은 인류세 시대’라는 주제로 ‘인류세’의 논의와 그 의미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Q2. 인류세라, 설마 세금은 아닐 테고, 인류세가 뭔지 궁금한데, 우선 이 주제를 선택한 배경부터 들려주시죠?
-->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2023년의 주목할 만한 과학이슈 10건을 꼽았는데, 그중의 하나가 ‘인류세의 본격 논의’입니다. 그리고 내년 8월에 부산에서 아주 큰 국제행사가 열리는데, 그게 바로 세계지질과학총회(IGC)입니다. 그 총회의 핵심 안건이 바로 인류세 선언 혹은 그에 관련한 선언문 발표 등입니다. 그 총회 D-1 기념행사가 지난 8월 28~30일 부산 벡스코와 야외공연에서 열렸지요. 그 즈음에 이 주제를 다루는 게 더 적절했는데, 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소개하는 게 좋겠다 싶어 오늘 주제로 정했습니다.
Q3. 요즘 부산에 세계적인 국제행사가 많은데, 중요한 행사인데도 모르고 넘기는 경우가 많죠, 이 기회에 내년 세계지질과학총회와 인류세에 관해서도 미리 공부를 좀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자, 그렇다면 인류세가 뭡니까?
--> 인류세는 지질시대의 명칭 중 하나입니다. 영어로 Anthropocene이라고 하는데, Anthropo가 인류라는 뜻이고, cene은 시기 혹은 시대라는 뜻이니 합쳐 인간의 시대 즉 인류세라고 하는 겁니다.
지질시대는 지구가 생긴 이후부터 약 46억년 동안 지구의 역사를 나타냅니다. 지질시대는 흔히 ‘대-기-세’로 구분됩니다. 고생대, 중생대, 고생대 들어보셨죠. 가장 큰 구분입니다. 고생대 앞에는 선캄브리아누대라고 부릅니다. 공룡이 번성했던 지질시대는 ‘중생대-쥐라기’이죠. 이런 지질시대 구분은 지질, 지층 등에 나타난 흔적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감안해 정합니다. 이를테면 고생대의 첫 캄브리아기는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생물의 다양성이 잘 나타나는 시기죠. 고생대 데본기 후세에는 원겉시식물 같은 최초의 종자식물이 나타난 시기고요. 고생대 이후 지질시대의 구분은 주로 지상에 어떤 생물이 살았느냐 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이게 화석으로 지층에 투영되니까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는 공룡을 비롯한 지배파충류가 등장하여 번성하기 시작하고요, 백악기 후세에는 속씨식물과 함께 꿀벌, 말벌과 같은 새로운 곤충이 출연하죠. 인간이 태어난 지질시대는 어디쯤일까요? 신생대 제3기 플리오세 때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타납니다. 이어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에는 거대 포유류가 번성하다 멸종하고 현생인류가 진화하죠. 그리고 현세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라고 하는데 약 1만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질시대를 말합니다. 인류가 빙하기가 끝나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지층에 이전과 다른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 것이죠.
Q4. 1만년 전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시기를 홀로세라고 했는데, 또 따로 인류세를 정한다는 것은 지금 인류가 1만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인간과 다르다는 얘기인가요?
-->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전에 인간과 지금의 인간이 다르다는 겁니다.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고 그게 지층에 나타날 정도라는 겁니다. 지질시대 구분 중에 인간의 영향이 반영된 지층은 홀로세가 처음이죠. 하지만 홀로세에는 인간이 농사를 짓었으나 모든 생명체는 지구 환경에 적응하며 살았어요. 근데 그 이후 어떤 시기부터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대시 환경을 바꿔버리고 있는 겁니다. 지구가 최근 급격하게 바뀌는 모습을 보니 이제 홀로세로 같은 선상에서 생각할 수 없다, 새로운 지질시대를 정해야겠다, 이런 인식이 바로 ‘인류세’ 논의의 시작입니다.
Q5. 그렇군요. 인류세 명칭 도입을 주장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 1995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네덜란드) 박사가 2000년에 현재의 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자고 제안했어요. 이 분은 대기화학자로 지구오존층 구멍의 주범인 프레온 가스 퇴치에 일등공신이어서 세계가 주목했죠. 그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인류세라는 말을 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었죠.
Q6. 그렇다면 그 후 인류세 지정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노벨상 수상자가 한마디 한다고 금방 정해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 맞습니다. 이를 정하는 데는 아주 복잡하고 엄밀한 절차가 있다고 합니다. 지질학계는 인류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물리·화학적 시스템이 중대한 변화를 겪어 홀로세의 안정적인 상태를 벗어났다고 보고, 2009년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국제층서위원회(ICS) 제4기 층서위원회(SQS) 산하에 ‘인류세 실무그룹’(AWG)을 결성해 인류세를 새로운 공식 지질시대로 등재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해왔어요. 지난 7월 인류세 실무그룹은 인류세의 대표 지층(골든 스파이크-황금못)인 국제표준층서구역으로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를 정하고, 1950년대 수소폭탄 실험과 방사능 낙진과 함께 지구에 흔적을 남긴 플루토늄을 주요 마커(표지)로 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AWG는 국제층서위원회 산하 제4기층서소위원회(SQS)에 인류세를 공식화하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이는 소위원회와 국제층서위원회(ICS) 심의와 의결을 차례로 거친 뒤, 총회에서 최종 결정됩니다.
AWG 위원장인 콜린 워터스 영국 레스터대 명예 교수는 “1950년대 핵 실험 과정에서 나온 플루토늄이 인류세 도래를 보여주는 ‘매우 명확한 지표’를 제공했다”며 “이와 더불어 화석 연료와 비료 소비의 급증, 토지 이용의 급격한 변화, 농업으로 인한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이 인류세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Q7. 내년 부산 총회에서 인류세가 최종 결정될까요? 반론은 없나요?
--> 사실 반론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1950년부터 지금까지 불과 70년이란 세월이 지질학적인 측면에서 너무 짧다는 겁니다. 인류문명의 시작인 홀로세와 겹쳐 뚜렷한 경계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되고요. 그래서 존 루든 국제질과학연맹 회장은 지난 8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IGC2024) D-1주년 기념행사’에서 “여전히 지질학계에서 인류세의 시작점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고 명확한 결론도 나지 않았다”며 “내년 행사에서 인류세를 선포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어요.
Q8. 내년 부산 총회에서 인류세 결정이 나지 않는다 해도 인류세 논의의 기본 의의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의의를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지금까지 인류세 논의의 의미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영향은 엄청나다는 인식이며, 따라서 이를 최소화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인간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상기해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루든 회장도 내년 총회에서 인류세 선포는 어렵다 하더라도 새로운 시대를 맞아 미래를 열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어요. 그 공동 선언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가 기다려집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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