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오늘은 미스테리한 우주의 거대구조에 대해 말씀해주시겠다고요? 도대체 어떤 거대구조가 발견되었나요?
--> 지난 1월 제243회 미국 천문학회회의에 보고되었고, 최근 프리프린트 페이퍼 아카이브에 실려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있는 건데요, 미국 센터럴 랭커셔대학의 천문학자 알렉시아 로페즈 박사가 하늘에서 자이언트 아크 Giant Arc와 빅링 Big Ring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거대구조를 발견했다는 겁니다.
Q2. 우주는 원래 광활하니 거대구조가 있는 게 뭐가 이상하냐 하는 생각이 얼핏 드는데, 규모가 얼마나 크기에 거대구조라는 건가요?
--> 자이언트 아크는 길이가 33억 광년, 빅링은 반지름이 13억 광년, 둘레는 82억 광년쯤 됩니다. 은하들이 모여 이런 모여 이런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은하 반지름이 약 53광년이니까, 우리은하를 수천만 개 이어놓은 길이와 비슷한 거죠. 참고로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지구를 중심으로 반경 465억 광년, 지름 930억 광년이니까, 자이언트 아크는 우주 총 길이의 3.5%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크기죠.
Q3. 우리은하의 크기와 비교해보니 그 규모가 정말 거대하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근데 우주에 은하들이 많은데 이들이 모여 거대한 링이나 아크 모양을 이룬다는 게 뭐가 문제인지 궁금한데요?
--> 좋은 질문입니다. 광활한 우주에 천체들이 거대구조를 형성하는 뭐가 문제냐? 이 물음의 답은 우주론 원리(Cosmological Principle)에 있습니다. 현대 우주론은 한마디로 우리가 어디에 있든 우주는 동일하게 보인다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거시적 규모에서 볼 때 우주는 등방성(Isotropy)과 균질성(Homogeneity)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등방성은 우주의 어느 방향에서나 동일한 관측증거를 사용할 수 있다, 동일한 물리법칙이 우주 전체에 적용된다는 원리입니다. 균질성은 우주의 다른 위치에 있는 관찰자들이 동일한 관찰 증거를 사용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일부는 공정한 표본이라는 겁니다. 이 두 가지는 연결돼 있죠. 균질하지 않으면 등방성을 잃을 테니까요. 우주의 곳곳의 일정 체적을 잘라냈대면 그 각각들의 모습이 비슷해야 한다는 겁니다.
근데 이 거대구조가 있다는 건, 어떤 곳은 거대구조가 있는 반면 다른 곳은 거대구조가 없으니까 우주 각각의 표본의 모습이 영 다르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균일성, 동방성이 깨지고 우주론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우주론 원리에서 허용하는 거대구조는 길이 12억 광년이라고 합니다.
Q4. 우주론의 원리는 우리가 어디에서 보건, 어느 방향으로 보건 우주의 모습은 비슷하다 라는 건데, 어느 한 곳에 거대구조가 있으면 이게 성립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로군요. 그래서 거대구조의 발견은 현대 우주론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는 것이군요. 그런데, 예전 빅뱅 공부를 할 때 우주배경복사(CMB)가 빅뱅우주론의 결정적인 증거인데 거기에는 미세한 비등방성이 나타난다, 그 비등방성이 바로 별과 은하들의 씨앗이다, 이렇게 설명해주신 기억이 있는데요, 그것과 이 우주론 원리는 배치되는 것 같은데요?
--> 우주배경복사가 빅뱅우주론의 증거라는 사실을 기억하시는 걸 보니 아주 훌륭하십니다. 우주론 원리는 등방성, 균질성을 전제하는데, 우주배경복사CMB에는 비등방성이 나타나지 않느냐는 게 의문의 핵심이죠? 그건 우주론 원리는 우주를 거시적으로 볼 때이고, CMB는 미시적인 관점입니다. 예를 들면, 붉은 카펫을 멀리서 보면 표면이 매끈해 보입니다. 근데 껌이 붙어 떼려고 보면 카펫의 재질도 약간 거칠다는 걸 느끼죠. 만약 돋보기나 확대경으로 보면 더 심하겠죠. CMB는 우주가 10만분의 1 수준에서 비등방성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우주의 특정 한 부분을 조사했더니 은하가 10만 개인데, 같은 체적의 다른 곳을 조사했더니 10만 1개이더라. 우주 곳곳에 따라 이 정도의 차이는 있다, 이런 뜻입니다.
Q5.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거대구조가 확실히 문제인데, 이번에 발견된 게 처음인가요, 아니면 이전에 발견된 다른 게 또 있나요?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 하늘 전역의 은하 분포 지도를 그리는 ‘슬로안 전천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2003년 발견된 ‘슬로안 장성(Sloan Great Wall)’이 있습니다. 이 장성은 은하들이 13.8억 광년 길이로 길게 이어져 분포합니다. 2013년 발견된 헤라클레스자리-북쪽왕관자리 장성은 규모가 무려 100억 광년입니다. 그리고 2021년에 발견한게 지금 나오는 자이언트 아크인데, 북두칠성의 국자손잡이 아래, 목동자리 사이 영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 뒤 올해 1월 발견한 게 빅링입니다.
Q6. 거대구조 발견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리 많은 것도 아니네요. 현대 우주론 원리에어긋나지만 관측된 건 사실이잖아요. 그렇다면 천문학계, 물리학계에서는 어떻게 해석합니까?
--> 물리학계는 2020년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자 블랙홀 특이점 정리로 유명한 로저 펜로즈의 CCC가설 즉 등각순환우주론을 소환합니다. 펜로즈의 등각순환우주론을 거칠게 요약하면 우주는 빅뱅과 우주팽창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가설입니다. 우주가 팽창을 거듭하면 양성자, 전자까지 분해되어 모든 물질이 사라지고 빛만 남은 상태가 될 즈음 다시 빅뱅이 일어나 이전의 우주를 똑같이 반복한다는 겁니다. ‘빅뱅 이전’ 물음에 답을 주는 매력적인 가설이죠.
Q7. 이건 정말 수학적으로만 가능한 가능성 1도 없는 시나리오 같은데 이게 거대구조 설명과 연결되는 거죠?
-- > 이 우주론이 묘하게 그 유명한 스티븐 호킹의 ‘호킹복사’ 이론과 연결됩니다. 펜로즈는 우주의 별과 은하가 사라지고 블랙홀만 남는데, 호킹에 의하면 블랙홀도 호킹복사로 결국 증발해버리거든요. 근데 블랙홀이 사라지는 최후의 순간 시공간에 중력파를 일으킵니다. 바로 한 우주의 종말 직전에 벌어지고 다음 우주의 시작인 빅뱅에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전 시대의 블랙홀 증발로 생긴 중력파 요동이 다음 우주에서 파문을 일으켜 팽창과 함께 퍼져나가 한 우주에서 생기기 어려운 거대 고리, 빅링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건 펜로즈가 관측방법을 제시한 사례의 하나를 찾았다는 데서 의가 있습니다. 물론 빅링 하나가 펜로즈의 등각순환우주론을 입증한 것은 아니고요. 만약 이런 게 우주 곳곳에서 발견된다면 그게 펜로즈의 이전 우주의 중력파 여운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지난해 유럽우주국이 유클리드우주망원경을 띄워 우주의 가속팽창 측정차 우주의 은하분포 실측에 나섰는데요, 과학계의 가장 좋은 희망은 우주 전체에 흩어져 숨어 있는 빅링 같은 은하배열이 더 많이 발견되는 것입니다.
와우, 오늘은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우주 전체를 종횡무진 하느라 한편으론 황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식의 범위가 지금까지 상상 이상으로 넓어졌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표기자/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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