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칼럼】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김해창 승인 2024.08.07 11:56 의견 1
'신이 내린 정원'이라고 불리는 국내 최대의 습지이자 천연기념물 문화재보호구역인 낙동강하구 여름철의 모습[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문화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사항을 조사·심의한다’는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위원장 이상석)가 지난 7월 24일 끝내 대저대교와 장낙대교 건설을 승인하는 결정을 내렸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8월 2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자연유산위원회의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난개발 승인을 규탄했다.

국가자연유산(천연기념물 제179호)이자 세계적 자연유산으로 철새도래지인 낙동강하구의 핵심지역을 통과하는 교량의 추가건설은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것은 적지 않은 연구자의 조사와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낙동강하구에 조금의 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상식임에도 자연유산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한 누구보다도 전문가로 자처하는 자연유산위 위원들이 이같은 개발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허망한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에 환경시민단체는 허탈·분개하고 있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특히 문화재보호에 앞장서야 할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라는 공적 기구가 법과 상식을 걷어차고 ‘영혼 없는 존재’로 일반 시민의 기대와 요구를 헌신짝처럼 내던진 작금의 사태를 개탄했다. 시민행동은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 이상석 위원장과 김용식, 백운기 등의 위원들과 박형준 시장을 비롯한 부산시 공무원들, 김도읍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가 등에게 국가자연유산 파괴를 공모하고 협조한 범죄행위의 당사자로서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했다.

시민행동은 더 이상의 낙동강하구 난개발을 막기 위해 법적 소송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이날 거듭 밝혔다.

시민행동은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일원에 이미 27개의 각종 교량이 건설돼 이용 중임에도 부산시가 16개의 신규 교량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중 대저·엄궁·장낙대교는 문화재보호구역의 핵심지역을 관통해 결정적 훼손을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녹색연합, 부산환경운동연합, 한국습지NGO네트워크 등 전국 65개 단체가 모여 2018년 결성됐다.

이들이 이처럼 분노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초고령화·초저출산사회로 진입하여 부산시 전체 교통량이 2016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고, 낙동강 횡단교량의 교통량 역시 2015년에도 미치지 못해 굳이 교량 건설이 필요치 않다는, 일반인도 알고 있는 통계 자료들을 자연유산위원회가 외면하거나 부정했다는 것이다.

둘째, 설사 교량건설을 하더라도 사상대교 우선 건설 등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고 교통개선효과는 최대화하는 더 좋은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유산위원회가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낙동강하구 대저대교 건설예정지에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큰고니들 [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셋째, 자연유산위원회가 핵심 쟁점인 교량건설이 문화재보호구역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큰고니의 안정적 서식을 위해서는 최소 4km의 교량간격이 필요하다는 공인된 학술논문들과 2021년 환경부의 결정은 배척하고 근거가 불분명한 부산시 주장을 사실 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수용해 버렸다는 것이다.

넷째, 1997년 이후 수많은 대체서식지가 낙동강하구 일원에 조성되고 먹이를 인위적으로 공급함에도 철새들이 감소하고 있다는 객관적 조사자료가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이는 외면하고, 조사구역의 확대를 숨긴 채 자료를 왜곡해 대체서식지 조성으로 새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부산시의 거짓·왜곡 주장을 자연유산위원회가 검증 없이 수용하였다는 것이다.

자연유산위원회 소위원회는 6월 20일,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내 대저대교 장낙대교 건설 승인 권장’ 결정을 내렸고, 6일 후 국가유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차 자연유산위원회는 추가 현지조사와 부산시의 구체적 계획서를 재검토 후 의결하기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자연유산위원회는 지난 7월 18일 이상석 위원장(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과 백운기(충남대), 이융남(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김용식(영남대 명예교수), 서정호(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위원이 참석한 추가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건설추진 주체인 부산시로부터 대저·장낙대교 건설계획을,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으로부터 교량 건설의 문제점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지난 7월 24일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내 대저대교 장낙대교 건설을 승인(조건부 가결)하였다. 2차 자연유산위원회 보류 결정에서 최종 승인까지 채 1달이 걸리지 않았다.

3차 자연유산위원회가 대저대교와 장낙대교 건설을 승인하자마자 부산시는 ‘대저·장낙대교 건설사업 추진 청신호…국가지정유산 현상변경 통과!’라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보도자료에는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의 국가지정 유산 현상변경 심의에서 대저·장낙대교 건설사업이 조건부 가결로 통과됐다. 최종 관문을 통과함에 따라 올해 말까지 후속 행정절차를 마무리해 공사를 본격 착공할 예정이며 2029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저대교(강서구 식만동~삼락동, 8.24km), 장낙대교(강서구 생곡동~명지동, 1.53km) 건설로 서부산권 주요 간선도로 만성 교통 혼잡난 해결 기대’라고 밝히고 있다.

회의 후 공개된 자연유산위원회의 회의록은 “주기적 모니터링을 통하여 철새 서식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면 위원회에서 공사진행 여부에 대한 재검토. 기존 제시된 대체서식지 조성 및 습지개선 계획 준수. 철새도래지 지속적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실시 후 국가유산청에 월 1회 보고”를 조건으로 참가한 10명의 위원 모두가 개발에 찬성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대저대교 건설예정지의 하늘연못에서 '개발보다 보존' 퍼모먼스를 하는 환경단체 회원들. 이곳은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이에 대해 시민행동은 이러한 자연유산위원회의 ‘조건부 가결’은 난개발에 면죄부를 준 형식적인 심의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즉 자연유산위원회가 정작 대저·장낙대교 건설의 필요성이나 건설될 경우 큰고니 서식지에 미칠 영향 등 근본적인 검토는 하지 않고, 부산시의 대체서식지 및 무논 조성계획을 곧이곧대로 대안이라고 수용했다는 데에 과연 이들이 자연유산을 보전하는 국가유산청이고 자연유산위원회 위원인지 국가유산개발청 개발진흥위원회 위원인지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개탄한다.

시민행동은 자연유산위원회가 환경시민단체가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해온 대저·장낙대교 건설의 문제점에 대해 어느 하나 제대로 검토해 반영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교량건설 허가를 심의하기 위해서는 △교량 건설의 필요성 △천연기념물 큰고니들의 핵심서식지 훼손 여부 △대체서직시와 무논 조성의 실효성 여부 △대안의 검토 등이 따라야 하나 지난 6월 소위원회의 결정은 물론이고 이번 자연유산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런 핵심 내용들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량 건설의 필요성과 관련해 부산시는 교통량이 25% 가까이 급증할 것이라고 하나 실제는 부산시 자료로도 2016년 이후 교통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고, 낙동강횡단 교량의 교통량도 2015년에 미치지 못한다는 국정감사 자료 등 이미 나와 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천연기념물 큰고니들의 핵심서식지 훼손 여부와 관련해 이번 결정은 부산대 홍석환과 경상대 이수동 등의 논문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큰고니의 안정적 서식을 위해 최소 4km의 교량간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위원회의 결정은 2021년 6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부산시와 시민환경단체와 6개월간의 공동조사를 바탕으로 평가위원회를 거쳐 서식지 파편화로 인한 서식지 훼손 결론과 이에 4개 대안노선을 제시한 것을 부산시가 거부한 사실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한 자기모순을 갖고 있다.

대체서식지와 300ha 무논 조성의 실효성 여부를 보면 부산시가 교량건설의 핵심대책으로 간주하는 대체서식지와 무논 조성은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대체서식지 조성사업이 오히려 대모잠자리나 맹꽁이 같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야생생물보호법 위반 행위를 무시하고 있다. 부산시는 대체서식지 조성으로 조류가 증가하였다고 하나 이는 조사대상지역이 늘어난 것을 숨기고 자료를 왜곡발표한 것이며, 최근 10년간의 같은 조건에서 보면 낙동강하구에 도래하던 전체 조류와 물새류는 계속해 감소하고 쇠제비갈매기, 고니류 등의 하구 대표 새는 아예 사라지거나 감소해 대체서식지 조성은 전혀 실효성이 검증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산시가 300ha 규모의 무논을 조성하겠다는 강서구 일원의 논은 제2에코델타시티건설, 연구개발특구 등 개발계획이 이미 수립돼 있기에 무논 조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굳이 교량 건설이 필요 없지만 건설을 하더라도 자연유산을 훼손하지 않고 대중교통과의 연계가 더 좋은 사상대교 건설 등의 대안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검토가 전혀 없었다. 미흡한 대중교통체계로 인해 출퇴근 시간 일시적 교통체증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출퇴근시간 버스전용차로와 출퇴근전용 공용버스 운영 등 즉각 실행할 대책과 같은 즉각 시행할 수 있는 대안은 물론이고 △화명대교 접속도로와 하단녹산선 조기 건설 △가락IC-감전IC간 도로와 교량 건설 △을숙도대교와 낙동강 횡단교량 연결 터널 무료화 등이 대안들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01년 세운 도시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부산시의 토목행정, 특히 거짓작성으로 2020년 반려되고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 부산시의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 2021년 평가서가 반려된 바 있는 장낙대교 환경영향평가서에도 불구하고, 낙동강하구 생태계 파괴행위에 면죄부를 준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는 왜 존재해야 하는 걸까?

기후위기시대, 탄소를 대량 방출하는 비행기 대신 영국 플리머스에서 무탄소 요트를 타고 뉴욕으로 항해해 2019년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한 스웨덴의 청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지도자를 향해 일갈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김해창 교수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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