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56) 두부 한 모의 행복 - 이준관

조승래 승인 2024.09.19 10:08 의견 0
[출처:초록마을]


두부 한 모의 행복

이 준 관

퇴근하는 길에
동네 마트에 들러 두부 한 모를 산다.
두부 한 모는 별것도 아닌데
벌써 저녁이 맛있어지고 따뜻해진다.

오늘 저녁엔
두부같이 말랑말랑한 눈이 내리고
우리 집은 두부찌개처럼
보글보글 끓을 것만 같다.

두부 한 모를 사가는 일은
별일도 아닌데
벌써 백열등이 환히 켜지고
둥근 밥상에 둘러앉은
행복한 저녁이 보인다.

내가 사들고 가는
두부 한 모의 행복을
코가 예민한 우리 집 강아지가
벌써 눈치채고
반갑게 짖어댄다.

-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듯》, 동학사, 한국의 서정시 4인(나태주, 권달웅, 유재영, 이준관)시집에서

시 해설

퇴근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먹을 것을 사 가지고 가면 마음이 뿌듯할 것이다. 두부 한 모가 행복의 공통분모다. 그냥 두부라고 할 수 없는 것이 가족들이 좋아하는 것이며 이미 맛에 익숙해진 것이고, 두부가 주는 행복에 이미 습성이 되었다.

시인은 맛과 훈훈함에 미리 취한다. 이런 날 말랑말랑한 눈이 내리면 집안 분위기는 보글보글 두부찌개 끓듯이 사람 사는 맛이 날 것 같다.

두부 한 모로 밝은 전등 아래 둥근 밥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네모 밥상이 아니라 둥근 밥상 아닌가, 서로의 모습이 보이고 표정이 보이는데 홀로 외로운 사람이라도 할 말 다 하고 격려받아서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것이며 그 행복의 힘으로 타인에게도 행복을 전파 시킬 것이다.

콩 심은 데서 정직하게 수확한 콩으로 만든 두부, 코가 예민한 강아지는 두부 한 모를 가지고 반려인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팔짝 뛰고 있다. 사람이 오는 것이 좋은 강아지가 더 즐겁다. 행복예감이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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