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이 애 리
정감이마을 할머니들
머리에 염색을 한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는 잊어라
와인색 단발머리 초록이 롱부츠 신고
잘나가던 그 시절 강남 언니로 돌아간다
멋진 강남 오빠들 불러 세우고
세련된 강남 언니들 다 모여서
오늘밤, 인생 연애의 첫 설레임처럼
할미꽃 던져버리고 장미꽃 입에 물고
강남 언니로 젊어진다
- 시와시학 2024 가을호
시 해설
노년기 할머니라고 아름다움을 모르고 예쁜 꽃도 무관심하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 정감이마을 할머니들이 모여서 변신을 시도 했다. 머리에 염색을 한 것이다. 염색도 흰머리 가리기 위한 검은색 염색이 아니다. 과감하게 와인색으로 도전했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보다 한 단계 위의 컬러 염색이다. 혼자만 하기에는 수줍었는지 모여서 결정했다. 젊은 시절처럼 머리도 단발머리다. 40여 년 전에 유행하는 가요 젊은 시절 목청 가다듬어 부르던 ‘단발머리’가 떠올랐나 보다.
마음껏 멋을 내려고 초록색 롱부츠도 신었겠다, 자, 잘나가던 그 시절로 출발! 이제 강남 언니가 되었으니 짝다리 집고 서서 휘파람도 불며 멋진 강남 오빠들 한번 세워볼 참이다. 우리는 ‘세련된 강남 언니들’이니까 모여라 모여! 때는 바로 지금, ‘오늘밤’ 마치 첫 연애 첫사랑의 설레임 가득 안고, 우리는 더 이상 할머니가 아니다. ‘할미꽃 던져버리고 장미꽃 입에 물고’ 실눈 흘겨 뜨고 ‘강남 언니로 젊어진다.’ 우리는 청춘이다.
시인은 할미꽃을 소재로 하여 할머니들의 잠재적인 마음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나이가 들었다고 그늘에서 늙은이 행세를 하는 것보다는 활력을 가지고 살아야 함을 재미있게 보여 준 시라서 할미꽃 속에 항상 장미꽃이 도사리고 있음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