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62), 이쑤시개 - 오연복

조승래 승인 2024.11.01 09:56 의견 0

이쑤시개

오 연 복

고기 몇 점 행복하게 영접했는데
바람이 들락이던 치아 사이사이로
날선 대나무 이쑤시개 들락거리네
혀끝에서 감겨오는 으깨진 고기조각
서민들의 입방아에 씹혀진 고깃살
귀족들의 맛 투정에 씹다만 고기맛
씹다만 고기맛 허허헛

대통 쫙쫙 갈라쳐도 대쪽이 남아
죽향에 고스란히 스미는 인생살이
치아 속의 고기조차 귀천이 나뉠쏘냐
답답한 세상 시원히 뚫어나 보세
귀족들의 맛 투정에 씹다만 고기맛
서민들의 입방아에 씹혀진 고깃살
씹혀진 고깃살 씹혀진 고깃살
씹혀진 고깃살 하하하하하

- 월간 시詩SEE 2024. 8

시 해설

이 시는 오연복 시인의 시인데 최현석 작곡, Bar, 양진원이 노래를 부른 것이다. 소재도 시도 읽으면 맛이 절로 느껴진다. 이쑤시개가 필요로 하는 것은 치아인데 인류가 처음부터 치아 사이에 틈이 없는 통 치아 구조였으면 이게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보다가 개별 치아의 손상 치유로 기능 유지가 가능하도록 치아가 나뉘어졌을 거라고 상상한다. 이쑤시개는 치아 틈새에 낀 이물질 제거를 위해 필요한 고대의 발명품이다.

‘고기 몇 점 행복하게 영접했는데’ 음식 먹고 나니 ‘치아 사이사이로 날선 대나무 이쑤시개 들락거리’는구나. 으깨진 고기조각, 서민들의 입방아에, 귀족들의 맛 투정에 ‘씹혀진 고깃살과 씹다만 고깃살’ 이 이빨 사이에 있구나, ‘씹다만 고기맛 허허헛’.

자, 어쩔 것인가, 이 사이에 낀 이물질 뽑아내 버려야만 겉으로는 진지한 대화하는 척 하면서 입속에서는 혀를 휘둘러 찌꺼기 빼내려고 용을 쓰지나 않지, 보기는 좀 그래도 한 손 가리고 솔직히 이쑤시개 쓰는 게 낫지, 그 씹다만 고기맛.

이쑤시개는 대쪽이 갈라져도 죽향은 살아있어, 치아 속의 고기를 귀천 따지지 않고 제거해 주네, 답답한 세상 시원하게 뚫어나 보세, 라면 먹고도 전리품처럼 입에 물고 나오는 이쑤시개, 누구에게나 공평한 대접을 해주었니라, ‘귀족들의 맛 투정에 씹다만 고기맛,서민들의 입방아에 씹혀진 고깃살’. ‘하하하하하’ 시원하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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