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66) 단추들 - 손창기
조승래
승인
2024.11.28 11:35 | 최종 수정 2024.12.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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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들
손 창 기
해안선을 따라가면
밀물과 썰물이 다림질하는 듯
바다에서 만을 거쳐 내륙으로 출근하러
와이셔츠를 다림질하는 모양새
단추 달린 쪽이 꼭 바다의 부표 같아서
산들은 철컥 단추를 여민다
바닷물이 육지로 철철 넘치지 않게
잘 오므라들도록
뒤돌아보면
생의 시름에 단추가 돋아나는 낮은 지붕들
마파람, 된새바람에 단추를 채운다
저걸 그냥 폐타이어라 부르지는 않을 거야
여분 단추도 잘 간수해 둬야지
곶에 등대로 서 있는 게 그 단추니까
- 서정과 현실 2024 하반기. 43호
시 해설
해안선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에는 밀물과 썰물 다림질하듯이 보인다. 다리미도 없이 끝없이 ‘와이셔츠를 다림질하는 모양새’이다. 와이셔츠 다림질하던 다리미는 꼭 단추 앞에서 잠시 멈추거나 돌아서 간다. 시인은 바다에 둘러싸인 평야와 산을 한 장의 와이셔츠로 보았고 ‘단추 달린 쪽이 꼭 바다의 부표 같아서 산들은 철컥 단추를 여’미는 것으로 보았다. ‘바닷물이 육지로 철철 넘치지 않’고 ‘잘 오므라들도록’ 하기 위해서.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시인은 ‘마파람, 된바람“이 부는 ‘생의 시름’기에 이를 막기 위해서 단추를 채웠다. 즉, 예방하고 확산을 막기 위한 필요 조치를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시인이 가진 문제 해결용 수단(단추)을 무한정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상 상황을 대비한 ‘여분 단추도 잘 간수해 둬야’겠다고 한다. 단추는 바다를 내다볼 수 있는 좋은 길목에 서 있는 등대 같은 것이다. 그걸 누가 ‘그냥 폐타이어라 부르’겠는가, 알뜰히 아껴 쓰는 소중한 것인데 말이다.
일이 꼬일 때마다/ 내 이름 들먹이지 마라// 바늘의 몸을 관통하여/실로 단단히 묶어 놓아도/풀리면 끝장이라는 거/ 뻔히 안다// 남을 위하는 것이 나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고/ 그저 묵언하며 세상을/ 뜬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 필자의 시 〈단추〉 전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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