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64) 알 수 없는 세월1-둔세(遁世)를 생각함, 김우태

조승래 승인 2024.11.14 10:26 의견 0

알 수 없는 세월 1
- 둔세(遁世)를 생각함

김 우 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어.

또렷한 태풍 그 눈 속에
고요한 호수 그 달 속에
꼭 다문 너의 입술 속에
잠시 머물다 간 나의 슬픈 노래여!

왜 시를 쓰지 않느냐고 묻지 마라.

내 가슴 깊은 곳에선
아직도 뜨거운 불덩어리 솟구치노니…

다만, 세상 등지려는 사람에게는
풀벌레 우는 소리만 귀에 가득할 뿐!

- 동인지 하로동선 2023 수록

시 해설

무엇이 시인을 속세를 피하여 은둔하고 싶도록 했을까? 알 수 없는 세월이 그렇게 했다는 말인가? 시인은 제목부터 첫 행까지 회의를 가득 품고 있다. 최선을 다하여 폭풍을 가슴으로 받아내고 밀치고 가는데 순조롭지 않았던 것이다. 타인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고 있음을 시인은 직관으로 안다. 속에 간직하고 있는 꿈이 있기에 시인은 좌절하지 않고 항변한다.

가만 시인을 들여다보면 알 것이다. 태풍은 거대한 바람과 소용돌이로 세상을 다 흔들고 있지만 그는 아직 고요한 태풍의 그 눈 속에 살아 있고, 차갑고 고요한 밤 호수의 달 속에서 시인은 삶을 다듬고 있으며, 자신으로 인하여 입술을 다물 수밖에 없는 그에게 잠시 머물러 불러준 노래는 아직 슬픈 것이니 그는 ‘잠시’ 시 쓰기를 멈추고 있을 뿐이다. 이러하니 타인이 어찌 그에게 시를 쓰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겠는가.

겉으로는 휴화산, 속으로는 펄펄 끓어 넘치는 활화산 같은 그 가슴속에서 들려오는 큰 울림이 느껴지지 않는가, ‘아직도 뜨거운 불덩어리 솟구치노니,,,’라고 했으니 붉은 여의주 입에 물고 절대로 시인은 세상에서 은둔하지 않을 것이다. 귀에 가득한 ‘풀벌레 우는 소리’는 어느 한순간만 머무르고 말 것이므로 생각이 정리되었으니 이제 심금을 울리는 잘 익은 시詩가 펑펑 쏟아져 나올듯한 조짐이다. 뜰채 하나 들고 그 뒤를 살금살금 따라가고 싶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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