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로 간 여자
이송희
언제부터 인지 기억은 없다. 알래스카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막연한 환상이 되어 여자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여자가 맨해튼의 현란한 불빛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점 메말라 가고 있었을 즈음일까…
그 곳은 여자가 좋아하는 연어를 실컷 먹을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길 화이트패스와 유콘 루트가 있고 그리고 거기 어디쯤에는 아직도 금이 많이 있다고 했다. 또 건강한 피부색을 가진 훤칠한 원주민 사내들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들리는 말에는 한 번 가면 다시 돌아 올 수 없다고 했다. 그 곳에 사는 많은 토템 신들은 그 땅에 한번 온 사람은 놓아 주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여자는 더욱… 그래서 더 가고 싶은 곳이었을까
자동차만 타도 멀미가 심했던 여자, 신기루 같은 그 곳에 발을 얹을 수만 있다면 어지러움과 구토 정도는 멀미 약 없이도 얼마든지 견딜 자신이 있었다. 비행기와 배를 갈아 타면서 망망대해에서 여자는 여자의 어제를 던졌다. 알래스카의 흙이 발에 닫는 곳에서 여자는 흰머리 독수리를 만났다.
아이스하우스 지붕에서 흰머리 독수리가 왜 이제 왔느냐는 눈빛을 하고 여자를 내려다 본다.
그 눈빛이 여자의 심장을 뛰게 한다 그토록 여자를 알래스카로 부른 것이 흰머리 독수리의 눈빛임을 알게 된 순간 드디어 안도의 숨이 여자의 명치에서 올라 오고 있다.
이송희 시인
◇ 이송희 시인
▷2007년 미주아동문학 동시 등단
▷2008년 뿌리문학 시 등단
▷수상 : 문학공간 신인문학상, 경희해외동포문학상, Famous Poets Free Poetry Contest 영시 입상, 황순원디카시공모전 수상, 대한민국통일예술제 문학대상, 에피포도문학상 본상
▷한국디카시인협회 시애틀지부장, 서북미문인협회 이사, 미주문인협회 이사
▷시집 《나비,낙타를 만나다》, 동시집 《빵 굽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