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빛깔

류 삼 희

가을에 익어가는 과일은
가장 자기에게 맞는 색깔로 열매 맺는다

어여쁜 꽃을 따라가지도 않고
단풍의 화려한 빛깔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눈부신 햇살이나
맑고 푸른 하늘보다

과일 맛이 물씬 풍기고
속마음이 물컹 배어나는 자기 옷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자기만의 얼굴들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반짝인다

- 시와시학, 2023년 겨울호


시 해설

요즘은 기성복이 하도 잘 만들어져서 약간만 수선하면 몸에 딱 맞는 옷이 된다. 예전에는 양복점 맞춤 양복 지으려면 가봉을 두세 번 하기도 했는데 목적은 체형에 맞도록 하는 것이었다. 옷이 너무 커도 작아도 볼품없고 어울려야 좋은 것임을 시인이 표현한다. ‘가을에 익어가는 과일’이 ‘가장 자기에게 맞는 색깔로 열매 맺’으면서 줏대를 가지고 꽃처럼 어여쁘게 되고 싶지도 않고 단풍처럼 형형색색 빛깔을 부러워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색에 순응하는 열매가 얼마나 좋으냐고 시인이 설명하는 것이다.

자신감도 있고 자긍심도 있으면 자신을 더 사랑하고 남이 부러워서 상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제 분수를 알면 현실에 더 만족할 수 있으므로 ‘눈부신 햇살이나 맑고 푸른 하늘보다’는 자신의 향기 즉, ‘과일 맛이 물씬 풍기고 속마음이 물컹 배어나는 자기 옷’을 사랑하는 것이다.

필자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을 만나고 나면 오래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는데 독자들도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 않고 예측이 가능한 사람 곁에서는 긴장감 없이 편안하다.

오랜 수양을 하신 종교인들을 만나면 풍기는 인격에서 잘 익은 과일 같은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느긋한 여유의 멋과 맛이라고 하면 맞을지 모르겠다.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자기만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까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반짝’이는 것이다.

굵은 가시 모양 껍질을 가진 과일인 듈리앙이 잘 익은 뒤 열어보면 상아빛 과육이 구린 냄새를 확 풍긴다. 모르는 사람들은 코를 막아도 한 점 먹어보면 그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사람의 마음처럼 겪어봐야 아는 것은 유사하기도 하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