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물떼새의 춤
사람들도 크고 작은 종족과 피부색, 생김새를 기준으로 여러 인종으로 나누어지듯이 도요물떼새도 대형, 중형, 소형 등의 크기로 나뉘고, 부리, 눈, 다리에 따라 크게 나누어진다. 세부적으로 생김새와 깃의 변화에 따라 분류된다.
대형은 30cm에서 65cm 크기로 마도요, 중부리도요, 큰뒷부리도요 등이 있다. 중형은 21cm에서 29cm 크기인데 붉은어깨도요, 개꿩, 검은가슴물떼새 등이 이에 속한다. 소형 도요물떼새는 15cm에서 19cm 크기로 좀도요, 넓적부리도요, 세가락도요, 민물도요, 흰물떼새, 왕눈물떼새 등이 그들이다.
인간에겐 인간사 희로애락을 담은 춤이 있듯이 도요물떼새들에게도 춤이 있다.
생산의 춤
낙동강하구를 찾는 도요물떼새들 중 흰물떼새와 꼬마물떼새는 사랑의 세레나데인 '구애의 춤'을 춘다. 암컷이 조르르 달려가면 머리를 쭈뼛쭈뼛 세우다가 조르르 따라가 밀고 당기다 등 위에서 마지막 사랑의 춤을 추고, 알과 새끼를 보고하기 위해 경계하며 다친 모습으로 천적의 관심을 둥지로부터 멀리 돌리기 위해 의상 행동 춤을 춘다.
식(食)의 춤
낙동강하구 갯벌을 우르르 몰려다니며 먹이 선점 달음박질과 날개의 짓, 부리로 갯지렁이를 뽑아 올리지만 찰진 벌에 버티다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갯지렁이와 한 판의 줄 달리기, 찍고자 하는 알락꼬리마도요와 찍히지 않으려는 게의 사투, 조갯살을 빼내 먹는 발 빠른 녀석, 그것을 빼고자 결투를 신청한 녀석과 벌이는 검무, 그 틈에 또 다른 녀석이 물고 달아나는 세가락도요 녀석. 넓적한 부리로 낮은 물가를 오가며 쩝쩝대는 발을 디디는 넓적부리도요, 모래 알갱이 사이를 쪼아 먹는 좀도요, 부리로 조개를 뒤집는 꼬까도요 녀석들이 있다.
모두 나름대로 예의와 절도를 유지하는 생존의 곡선을 갖고 있다.
집의 춤
낙동강하구는 인간에게 빼앗긴 땅으로 인하여 활동공간이 좁아져 나름대로 쉼터를 만들었다.
도요새들은 “집”이 없다. 생존을 위해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이다. 아니 지구 그 자체가 집인 것이다. 낙동강하구 만조에 양식장 말목과 그 사이 줄은 도요새들 쉼터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먹이를 찾아 나갔던 도요새들이 말목으로 모여든다. 그 속에서 자리다툼과 들어오는 물, 파도, 바람에 고초를 겪는다. 일부는 밧줄의 흔들림 따라 출렁이다가 여의찮으면 날개를 펴 지탱해본다. 또 일부는 물가에 자리 잡고 일부는 모래톱 중앙에 옹기종기 모여 안정될 때까지 춤을 춘다.
생존 위협의 춤
모래톱에서 외다리로 서서 부리는 날개 죽지에 묵고 잠을 청하는 세가락도요, 민물도요, 좀도요들 일부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경계의 춤을 무언가 다가가면 춤은 격렬하며 위협을 느끼면 일제히 고개를 쭉 빼 올린다. 다시 잠잠해지다가 너구리, 사람이 가깝게 접근하면 경계로 한발을 쿵쿵 구른다.
매나 맹금류가 나타나면 약속을 한 듯 바다를 향하여 순식간에 날아올라 매와 전쟁을 펼친다. 짧은 시간 동안에 카드섹션 하듯이 매의 추격을 따돌리기에 사투를 벌인다.
사람들은 도요새의 군무를 보고 아름답다 탄성을 지르지만, 그들은 생존의 카드섹션을 하는 것이다. 생존의 날갯짓은 아름답다. 생존의 격렬한 춤을 추며 나갈 것이다.
죽음의 춤
비, 바람을 뚫고 약 1만km 쉬지 않은 날갯짓에 힘겨워 태평양 한가운데서 날개를 가만히 펴고 활강하다 중간기착지 갯벌에 닿기 직전 몸이 무거워 날개를 내려놓아 파도에 실려 갯벌에 영원히 눕는다.
지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천적과 인간의 경계 속에 몸을 만들어 다시 죽음의 춤을 춘다.
도요새는 인간의 총포와 천적의 위협 앞에서 탄생의 춤과 삶을 향한 쉬지 않는 고통의 춤을 추고, 생을 마감하는 죽음의 춤을 춘다.
<글·사진 = 김시환>
◇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현)
▷국립습지센터 습지블로그 모니터링 기자 (전)
▷낙동강하구 탐조 가이드북 『낙동강 하구의 새』 공동저자
▷낙동강 하구 정기조류조사
▷도요물떼새이동표식조사
▷고니조사
▷부산연구원조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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