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공감'대화법 (15)교류분석1

배정우 승인 2020.05.15 21:38 | 최종 수정 2020.05.15 22:39 의견 0
교류분석의 창시자 에릭 번 [Unknown author / CC BY-SA 4.0]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상대방을 공감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거나 자신도 모를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은 자기중심적이기에 객관적 상황이나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주관적 판단이나 자신의 입장에서 말을 하므로 대화가 어긋나고 단절됩니다.

이번 글부터는 대화의 종류를 나누어 소통이 어긋나는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효과적인 해법을 제시한 교류분석 이론을 소개하겠습니다. 오늘은 우선 이론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을 통해 인간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하겠습니다.

교류분석이란?

교류분석(交流分析, Transactional Analysis)은 한 마디로 인간관계 교류를 분석하는 것인데 인간관계가 존재하는 모든 장면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이자 기법입니다. 교류분석에서는 의사소통을 ‘교류(transaction)’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교류란 ‘(사람의 다섯 가지 자아 기능 중에서) 어떤 사람의 하나의 자아 상태에서 보내지는 자극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하나의 자아 상태에서 반응이 되돌아오는 것’을 말합니다.

이 이론은 미국의 정신의학자 에릭 번(Eric Berne, 1910~1970) 박사에 의해 개발된 임상심리학에 기초를 둔 인간행동에 관한 분석체계 또는 이론체계로서 ‘정신분석학의 안티테제(Anti-these)', '정신분석학의 구어판(口語版)’이라고도 불립니다. 교류분석은 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체계적 심리치료법으로서 성격이론, 의사소통이론, 아동발달이론, 병리학이론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교류분석은 정신분석이론과 그에 기초를 둔 치료법의 창시자인 프로이트(Freud)의 사고방식인 인간의 내적인 경험이나 의식을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고, 외부로부터 관찰 가능한 행동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하는 와트슨(W. B. Watson) 등의 행동주의(behaviorism)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해서는 학자 간에 찬반양론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교류분석은 이 흐름에 입각하면서도 일반인이 알기 쉬운 새로운 사고방식이나 방법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릭 번의 후계자들은 정신분석학과 행동과학을 바탕으로 삼아 번의 지적 편향을 극복하고, 프리츠 펄즈(Fritz Perls)의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 등 정서적 행동 변화 이론과 기법 등을 도입하고, 아울러 행동치료(Behavior Therapy) 등을 도입하여 이른바 '교류분석(TA) 통합이론'을 완성했습니다.

교류분석 이론의 기본적 시각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태도의 기본적인 부분은 유전적·체질적으로 부모로부터 받은 것과 유아기의 경험에서 얻은 것에 의해 형성되며 그것이 그 이후의 인생을 규정해간다는 가설이 심리학 분야에서 통설입니다. 교류분석(TA) 이론도 이 가설에 입각해서 이론을 세운 것입니다. 이제까지는 유아기까지에 형성된 것을 그 뒤에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TA 이론의 기본적인 시각은 인간의 의식은 변화되고, 행동은 고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TA이론은 자기이해, 타인이해, 자기와 타인의 관계 이해(또는 조직과 사회의 이해) 등 세 가지로 구분하여 인간관계의 이해를 깊게 하고, 그것에 의해 사고 혁신, 감정 혁신, 행동 혁신이라는 삼위일체적인 인간행동의 변화를 꾀합니다. 자기를 이해한다는 것은 자기의 사고·감정·행동을 알고, 나아가 자기의 습관과 성격경향, 생활태도 등을 앎으로써 자신의 심적 작용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자기이해는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기이해와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와 조건이 필요할까요? 첫째, 자기를 수용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 즉 자기 긍정성(OKness)을 지녀야 합니다. 둘째, 자존감(Self-Esteem)을 가져야 합니다. 셋째,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一切唯心造)’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넷째, 죄업(罪業)을 끊어야 합니다. 다섯째,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이상에서 자기이해와 자아실현의 열쇠가 되는 다섯 가지에 대해 언급했는데 자기이해와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열쇠는 ‘수지맞는 장사를 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의 교류(Transaction)라는 단어에는 거래(去來)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래라는 말에는 상거래(trading) 내지는 흥정(bargaining)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즉 교류분석은 수지맞는 인생 장사를 하는 법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의리와 인정을 꾀할 때 “(나는) 당신에게 빚진 게 있다.”라는 표현이 흔히 사용됩니다. 교류분석은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행위나 감정을 ‘교환’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론입니다. 즉 상대가 협력하면 자신도 협력한다는 협력 장면이나, 대립하고 있을 때 서로 양보하여 의견을 일치시키는 타협 장면에 이 이론을 적용합니다. TA이론은 모든 인간관계를 장사나 거래라고 여깁니다. TA이론은 이 같은 관점에 따라 심리를 다루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인간의 가소성(可塑性)

지구 상의 동물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변하는 동물입니다. 다른 동물들은 몇 백 년, 몇 천 년이 지나도 이전의 행동을 그대로 반복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성격(personality)이란 무엇일까요? ‘저 사람 성격은 참 까다로워’, ‘저런 성격을 지닌 사람이 좋아’ 등 성격과 관련된 말을 누구라도 한 두 번은 하거나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누구든지 성격이 원만하고 훌륭하다는 평을 듣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타고난 성격을 자신이 바라는 대로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고 비극입니다.

인간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 가운데 성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좀처럼 개선할 수가 없어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누군가에게 심하게 지적을 당하거나 큰 실패나 사건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성격을 바꾸어야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성격을 바꾸면 본래의 자기 자신이 아니게 된다는 생각이 들고 저항감이 일어나게 됩니다.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학설도 있습니다. ‘손디 테스트(Szondi Test)’에서 알 수 있듯이 손디(L. Szondi)는 성격은 유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나름대로 진실성이 있습니다. MBTI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천성보다 양육과 교육이 중요하다’라고 하면서 후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성격을 아무리 바꾸려고 생각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사람도 있고, 의식해서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환경, 연령, 수양에 의해서 자연히 바뀌는 사람도 있습니다. 즉, 성격이 부모로부터의 유전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유아기의 환경이 그 사람의 일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경우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이 연구에 의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반된 결과를 보면 결국 성격이라는 것은 되는 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성격을 구성하는 요소들 가운데 인성(人性, human nature), 기질(氣質, temperament)이라고 부르는 요소는 거의 변하지 않는 부분일지 모르나 다른 요소들은 변한다고 봅니다.

성격분석을 위한 성격의 범위도는 통상 인성·선천적 기질(temperament) → 인격(character/personality)[협의의 성격] → 가치관(the view of value), 신념(faith), 태도(attitude)[습관적 성격] → 역할 성격(role character)/지식·기능 등을 그리게 되는데 그 가운데서 인성과 기질은 변화할 확률이 가장 낮으며, 그 다음의 인격도 쉽게 변하지 않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20세기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발견은 인간은 우리 자신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라고 하면서 인간은 변화가 가능한 ‘가소적 동물(changeable animal)’임을 선언했습니다.

TA이론도 이와 같은 기본적 시각에 입각해 있습니다. 성격을 바꿔야 하겠다고 마음먹고 노력한다면 꽤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는 것이 TA이론의 입장입니다.

정신분석과 교류분석

교류분석에서는 인간의 자아상태를 세 개로 구분하고 각각 ‘어버이’(P: Parent), ‘어른’(A: Adult), 그리고 ‘어린이’(C: Child)라고 부르는데 이를 정신분석(Psycho-Analysis)과 대비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정신분석과 교류분석의 비교

정신분석과 교류분석의 차이점을 보면 정신분석이 본래 타인분석의 도구인데 반하여 교류분석은 자기분석의 도구입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정신을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의 세 부분으로 나눕니다. 이드(id)는 무의식에 속하는 본능적인 충동의 저장고라 할 수 있는데 반해 자아(ego)는 바깥 세계에 방출하려는 에너지의 통로를 지배합니다. 그렇다고 자아(ego)는 의식 자체가 아니므로 자아(ego)의 대부분은 의식밖에 있으며 필요할 때만 의식계로 불러들이는데 프로이트는 이것을 전의식(前意識, preconsciousness)이라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자아(ego)에게 무의식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초자아(superego)는 우리가 말하는 양심/도덕이라고 부르는 자아(ego)의 이상으로서 자아(ego)는 초자아(superego)의 기준에 따라 자기를 생각하고 완전한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만약 초자아(superego)와 자아(ego)의 틈이 너무 벌어지면 죄책감이나 열등의식이 생깁니다. 초자아(superego)는 특히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이드(id)의 충동을 제멋대로 방출시키면 자아(ego)는 초자아(superego)의 꾸중을 듣게 되며,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하는 것을 염려합니다. 그리하여 항상 자아(ego)는 이드(id)의 충동적 욕구와 초자아(superego)의 꾸중과 세상에서 받을 비판을 조절하려 합니다. 즉, 세 사람의 폭군(이드, 초자아, 세상)을 모신 충신 노릇을 해야만 하는데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불안에 빠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자아(ego)는 이드(id)에 대해서 방어를 하게 됩니다. 즉 이드(id)가 명령하는 충동이 발동하는 것을 최대한 억압하여 위험이 없는 방향으로 돌립니다. 이 방어수단을 방어기제(defence mechanism)라고 합니다. 만약 자아(ego)가 자기 임무에 실패하면 사람은 신경증(neurosis)에 걸리게 됩니다.

배정우 박사

이상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정신분석에서 자아(ego)는 의식할 수 있고 회상하고자 하면 회상할 수 있는 전의식층에 있으며, 초자아(superego)와 이드(id)는 무의식층에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교류분석(TA)에 있어서 ‘어버이 ⓟ’, ‘어른 ⓐ’, ‘어린이 ⓒ’는 모두 자기에게도 의식되고 감지되는 것이며, 정신분석의 자아(ego)를 확대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교류분석은 말, 몸짓, 행동 등 드러난 행동을 통하여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방법을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초자아(superego)와 ⓟ, 자아(ego)와 ⓐ, 이드(id)와 ⓒ는 각각의 내용이 매우 비슷하므로 점선으로 연결한 것입니다. 또 정신분석은 전문가의 분석에 의해 진단되지만 교류분석에서는 스스로를 분석할 수 있어서 자율훈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교류분석 이론은 정신분석 이론에 맞먹는 체계를 완성했으며, 나아가 「안녕! 프로이트, 환영! 에릭 번(Eric Berne)」이라고 하여 부분적으로는 정신분석 이론을 넘어서는 이론과 기법을 개발하였습니다.

<한마음상담센터 대표, 인제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겸임교수,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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