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공감’대화법 (10)불완전함 인정하기

배정우 승인 2020.04.10 11:45 | 최종 수정 2020.04.10 12:33 의견 0
모녀의 대화 [사진=픽사베이]

모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어쩌면 자신이 불완전한 인간이며 완벽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부정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대화를 할 때 가끔 본의 아니게 실언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라고 말하려 했는데 ‘어’라고 말이 잘못 나올 때가 있지요. 또 상대의 말을 오해할 때도 있습니다.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가 그럴 때는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인간 존재

불교에서는 개인 존재는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5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5개의 요소를 ‘오온’(五蘊)이라고 부릅니다. 무슨 뜻인지 어렵지요? <철학사전>을 참고하여 최대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사람은 몸과 마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음에는 감정, 생각, 의지 등이 있습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각각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이라 말하는데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색(色)은 물질적인 형태로서 우리의 몸(육체)을 뜻합니다. 수(受)는 감수(感受) 작용인데, 의식 속에 어떤 인상을 받아들이는 것, 감각과 쾌•불쾌 등의 단순 감정을 포함한 작용을 말합니다. 상(想)은 표상(表象) 작용으로서 의식 속에 상(像)을 구성하고 마음속에 어떤 것을 떠올려 관념을 형성하는 것, 대략 지각·표상 등을 포함하는 작용입니다. 행(行)은 형성 작용으로서 능동성·잠재성 형성력을 의미하고, 우리가 경험하는 어떠한 것을 현재에 존재하는 것처럼 형성하는 작용을 말하며, 수·상·식 이외의 모든 마음의 작용을 총칭한 것으로서 특히 의지 작용을 말합니다. 식(識)은 식별 작용을 말하는 것으로서, 대상을 구별하고 인식·판단하는 작용, 또는 마음의 작용 전반을 총괄하는 주체적인 마음의 활동을 말합니다. 수(受), 상(想), 행(行), 식(識) 4온(四蘊)은 정신적 요소로 색온(色蘊)과 결합하여 심신(心身)을 이루기 때문에 명색(名色)이라고도 불립니다.

개인의 존재는 이 오온에 의해 성립하는데, 세속적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여 성립한 모든 것을 총괄하여 아(我), 자기(自己)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중심 주체는 이러한 집합 속에서 인식되지 않습니다. 오온은 현상적인 존재로서 끊임없이 생멸•변화하기 때문에, 언제나 머물러 있는 불변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개인적 존재는 오온(五蘊)이 임시로 모여 구성된 것(五蘊假和合오온가화합)이고, 오온(五蘊)의 그 어느 것도 아로 불릴 수 없다(五蘊無我오온무아)고 합니다. 오온은 또한 윤회(輪回) 생존의 기반이라는 의미에서 오취온(五取蘊)이라고도 불립니다. 후에 오온의 개념 내용이 확대되어, 현상 세계의 모든 구성요소를 의미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대승(大乘)불교에서는 오온 그 자체도 또한 공(空)이고 실재하지 않는다(五蘊皆空오온개공) 주장합니다.

감각기관(눈, 귀, 입)의 불확실성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동시에 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멀리 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자세히 볼 수 있을까요? 눈이 보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는 것도 멀리 보는 것도 자세히 보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정확히 보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본 것에 대해 말할 때는 “내가 본 것은(내가 보기에) ~하다.”, “내 눈에는 ~로 보였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고 “그것은 ~하다(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면 상대가 그렇게 보지 않았을 경우에 의견이 대립하게 됩니다. 만약 상대가 내가 본 것을 부정한다면 “아, 네 눈에는 그렇게 보였구나(너는 그렇게 보았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말하는 게 대립•갈등을 해소하는 좋은 표현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것은 A야. 내가 본 게 맞아!”-“아냐, B야. 내가 본 게 맞아!”라며 해결될 수 없는 다툼을 반복하게 되고 결국 대화가 단절될 것입니다.

엄마: 민주야, 엄마가 말할 때 경청하지 않는 걸로 보여 아쉬워.
아이: 경청하고 있는데요...
부모: 응, 경청하고 있구나. 황당하겠구나. 엄마가 잘못 봤네. 미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동시에 들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멀리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자세하고 정확하게 들을 수 있을까요? 귀가 듣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동시에 듣는 것도 멀리 있는 것도 자세하고 정확하게 보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들은 것에 대해 말할 때는 “내가 들은 것은(내가 듣기에) ~하다.”, “내 귀에는 ~로 들렸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고 “그가 ~라고 말했다(그가 말한 것은 ~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면 상대가 그렇게 듣지 않았을 경우에 의견이 대립하게 됩니다. 만약 상대가 내가 들은 것을 부정한다면 “아, 네 귀에는 그렇게 들렸구나(너는 그렇게 들었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말하는 게 대립·갈등을 해소하는 좋은 표현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A라고 들었어!”-“아냐, 나는 B라고 들었어!”라며 해결될 수 없는 다툼을 반복하게 되고 결국 대화가 단절될 것입니다.

엄마: 민주야, 조금 전에 네가 말할 때 엄마한테 짜증내는 걸로 들려 당황스러워.
아이: 짜증 안 냈는데요...
부모: 응, 짜증낸 게 아니구나. 당황스럽겠구나. 엄마가 잘못 들었네. 미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동시에 대화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멀리 있는 사람에게 내 목소리를 전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내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입이 말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과 동시에 대화하는 것도 멀리 있는 사람에게 내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것도 내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고 난 뒤 상대가 내 말을 정확하게 들었는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중요한 내용일 경우에는 “내 말을 정확히 이해하셨는지요?”라고 물어봐야 합니다. 어떤 기관에 나의 전화번호나 통장계좌번호를 말해주면 그쪽 직원이 반드시 “번호가 맞는지 제가 불러볼게요.”라고 말하고 확인합니다.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대화할 때 “내 말을 어떻게 들으셨는지요?”라고 물어보는 것은 실례가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반대로 상대가 어떤 말을 한 뒤라면 내가 “당신의 말을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내가 이해한 상대의 말을 말해주는 게 좋습니다. 이런 태도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좋습니다. 내가 상대의 말을 잘 이해했다면 상대는 기쁘고 내게 고마울 것입니다. 반면에, 내가 상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상대는 아쉽지만 다시 정확히 말할 기회를 얻어 안심될 것이고, 나는 정확히 이해할 기회를 얻었으므로 고마울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A라고 말했잖아!”-“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B라고 말했지.”라며 해결될 수 없는 다툼을 반복하게 되고 결국 대화가 단절될 것입니다.

아이: 엄마, 내일 아침에 1시간 일찍 깨워주세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엄마: 응, 아침 청소 당번이라서 일찍 가야 하니 1시간 일찍 깨워달라는 말이지?
아이: 네, 정확히 이해하시니 고마워요.

느낌(심리적 정서, 신체적 감각)

느낌은 마음의 느낌, 몸의 느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마음의 느낌을 정서 또는 감정이라고 하고, 몸의 느낌을 감각이라고 합니다. 감정과 감각도 불확실하고 부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감정과 감각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에 타인이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하여 수용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나의 감정과 감각을 공감 받지도 이해 받지도 수용 받지도 못하면 섭섭하거나 화나기 쉽습니다. 그러하기에 내 감정과 감각을 상대로부터 잘 공감 받고 이해 받고 수용 받으려면 솔직하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슬픈 감정을 느꼈다면 “나는 슬퍼.”라고 말하는 게 좋습니다. 너무 슬퍼서 맥이 풀렸다면 “나는 슬퍼. 너무 슬퍼서 맥이 풀려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때 상대가 공감해 주지 못한다면 “내 슬픔이 공감되지 않는가 보구나. 그럴 수 있어. 그렇지만 난 좀 아쉬워.”라고 말하는 게 좋습니다. 이런 반응을 계속하면 상대의 감수성이 차츰 계발되어 조금씩 공감 표현(아니면 최소한 수용하는 태도)이 시작될 것입니다. 만약 상대가 내 감정을 공감해주기는커녕 “그게(그 장면이) 뭐 그리 슬퍼?”라고 비아냥거린다고 해서 “그게(그 장면이) 왜 안 슬퍼? 감정이 무뎌서 답답하고 걱정된다.”라고 말한다면 다투게 되고 결국 대화가 단절될 것입니다.

행동(태도)

우리의 몸은 마음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의학 보고서 따르면, 모든 질병의 85%는 마음에서 비롯된 심인성(心因性) 질병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몸짓은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얼굴 표정, 눈짓, 입술 움직임, 팔 다리의 움직임, 제스처(gesture) 등은 생각과 감정 및 의지와 연관된 것입니다. 나는 나의 무의식적 행동을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상대가 나의 행동에 대해 지적을 할 때 부정하지 말고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이: 엄마, 내 생각이 못마땅한 것 같은 표정이네요.
엄마: 그래? 나는 몰랐는데 그런 표정을 지었나 보구나. 아냐, 좋아. 걱정 마.

배정우 박사

반면에, 상대의 행동에 대해 내가 지적했을 때 상대가 부정한다면 근거를 들면서 따지지 말고 그대로 수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엄마: 엄마가 너의 잘못을 지적하니 인상을 찌푸리네?
아이: 인상 안 찌푸렸는데요.
부모: 그래, 인상 찌푸린 게 아니구나. 당황스럽겠구나. 엄마가 잘못 봤구나.

<상담심리학 박사, 한마음상담센터 대표, 인제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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