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감정이 폭발하지 않을까? ‘침묵은 금’이라고 하지만 말하지 않고 무조건 참으면 좋은 걸까? 답답하고 억울하지 않도록 내 마음을 표현하되 상대와 충돌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감정을 잘 다루려면 먼저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
‘모든 인간은 ( ) 중심적이다.’
괄호 안에 어떤 말이 들어갈까요? 예, 맞습니다. 자기(自己, self)입니다. 혹시 그렇지 않은 분은 손을 드세요. 만약 손을 든다면, 당신이 바로 자기중심적인 사람입니다. ㅎㅎ 자기중심적인 사람을 무조건 비판해선 안 됩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때도 먼저 자신이 구명조끼를 입고 뛰어들어야죠. 타인을 도와주고 봉사를 제대로 하려면 먼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문제는 자신‘만’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더 나쁜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람입니다. 내가 자기중심적이라는 사실을 늘 의식하고 살아간다면 타인과의 관계는 원만해질 수 있습니다. 내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고, 피부로 느끼고, 입으로 말하는 것들이 모두 자기중심적이고 불확실한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면 나의 고집은 줄어들고 타인을 너그러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에서 실수를 줄이려면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나, ‘전지적(全知的)인 나’(meta-I)가 있어야 합니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어떤 싸움이라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는 손자(孫子)의 말이 맞습니다. 어떻게 하면 ‘전지적인 나’를 만들 수 있을까요? 늘 자신의 감정, 말, 행동을 되돌아보는 자기반성적 사고를 꾸준히 한다면 누구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지적인 나’가 생깁니다. 현대인이 불행한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은 자기반성적 사고가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불행이기도 하지요.
심리학자 삐아제(piaget)의 인지발달이론에 따르면, 만 2~6세의 전조작기(preoperational stage)에는 아동들은 비논리적 사고를 하는데 사물을 한 가지 차원에만 초점을 두고 다른 중요한 특성들은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인 ‘중심화’(centration) 경향이 강합니다. 그에 따라 타인이 자신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느끼고 지각한다고 여기고 타인의 관점에서 보지 못하는 ‘자아중심성’(egocentrism)이 강합니다. 또한 사물의 여러 측면에 주의를 기울일 줄 모르고 현재 지각되는 어느 한 사실에만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그 대상을 규정짓는 ‘직관적 사고’(intuitive thinking)를 합니다.
아동기를 벗어나면서 자아중심성이 차츰 약화되는데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객관적 사고가 생기고 자아중심성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나이 먹었다고 어른이 아니다’는 말이 있다시피 성인이 되어도 자아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한 바람에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잖습니다. 대화를 잘 하느냐, 잘못 하느냐 하는 것은 바로 이것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아중심성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효과적인 대화법을 배워 잘 안다고 할지라도 적절히 쓸 수가 없습니다.
감정은 뇌의 작용이기 때문에 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큰 영향을 받습니다. 즉 긍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사고에서 비롯되고, 부정적인 감정은 부정적인 사고에서 비롯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인 감정이 일어나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됨으로써 타인들의 환영을 받게 됩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부정적이고 타인에게 비난 받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고요.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든다(一切唯心造)’는 원효 스님의 말씀이나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조상들의 말씀과 통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주변 환경이나 물질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지만 그 이상으로 정신이 큰 역할을 합니다. 유물론(唯物論)을 무시하고 유심론(唯心論)이 옳다고 여기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마음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부터 감정을 잘 다루는 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용타 스님은 『마음 알기 다루고 나누기』(1997)에서 마음을 알고, 다루고, 나누는 3단계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효과적인 마음 나누기’ 즉 생산성 있는 대화에 대해 일깨워줍니다. 대화의 주제는 사실[정보], 의견[생각], 감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대화가 되려면 대화하면서 그 순간의 주제가 사실인지 의견인지 감정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대화는 사실이나 사실에 대한 의견이지만 그와 연관된 감정을 나누지 않으면 충분한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식탁에 앉은 남편이 아내에게 “여보, 오늘 저녁 반찬 가지 수가 열 가지네요[사실]. 너무 많아요[의견]”라고 말했다면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꾸중한다고 오해하여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남편이 “수고했어요.”라고 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너무 간단하여 아쉽습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게 좋습니다. “여보, 반찬을 열 가지나 준비하느라 힘들었겠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당신이 힘들고 지칠까 봐 걱정돼요. 당신이 만든 음식은 모두 맛있어서 서너 가지만 돼도 충분하니 다음부터는 줄이길 바라요.”라고 감정을 표현한다면 정확히 소통될 것입니다. 더구나 아내의 힘듦을 공감해주고 자신의 걱정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음식 솜씨를 칭찬까지 하니 그 말을 듣는 아내는 얼마나 크게 감동할까요. 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잘 파악하고[마음 알기]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적절한 표현을 생각해서[마음 다루기] 말하는 게[마음 나누기] 좋습니다.
용타(1997) 스님은 나누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누기는 주고받기입니다. 내 감정을 주고[표현] 상대방 감정을 받는[반응] 것입니다. 주려면 줘야 할 내 감정을 감지(感知)[포착]해야 합니다. 받으려면 상대방 감정을 알아야[공감] 합니다. 즉 ‘마음 나누기’란 나의 감정을 감지∙표현[주기]하고 상대방 감정을 공감∙반응[받기]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 고유의 능력이자 인류 공동체가 생존해올 수 있었던 큰 힘인 공감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공감은 자기공감과 타인공감 두 가지가 있는데, 자기공감이 안 되면 타인공감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자기공감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평소 내 감정이 어떤지 살피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감정적인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감정 자체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여 상대를 당황스럽게 하거나 감정에 휘둘려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이지요. 우리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homo sapiens)’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지나치게 감정을 억제하며 살아왔습니다.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원인이며 개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우리 모두 내 자신이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감정적 존재’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긍정감정이든 부정감정이든 상황에 걸맞지 않는 지나친 감정들은 이성이 알맞게 조절하면서 살아가지만 대부분 감정에 따라 행동하며 살아갑니다. 즉 인간은 가끔(!) 이성적인 존재일 뿐입니다.
어떠세요? 지금 감정은?
<상담심리학 박사, 한마음상담센터 대표, 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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