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하다 보면 이해되지 않거나 궁금한 게 생겨 질문을 하게 됩니다. 상대에게 질문을 했는데 답을 하지 않고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도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이 있습니다.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이고 어떤 질문이 나쁜 질문일까요?
질문하는 이유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려면 타인을 잘 이해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타인과 소통해야 합니다. 우리는 상대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이해가 되지 않거나 궁금한 점을 질문합니다. 요약하자면, 질문은 안전하게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 도구입니다.
그런데 질문이 효과 있어 대화가 잘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역효과가 나서 대화가 끊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질문인가, 질문 형식이 어떠한가, 어떤 마음으로 하는 질문인가에 따라 질문의 효과와 대화의 질이 달라집니다.
‘자기중심적’ 질문과 ‘타인 중심적’ 질문
질문이 소통에 도움 되고 효과적이려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지니고 내가 하려는 질문을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리 생각해야 합니다. 상대에게나 의사소통하는 데 도움 되지는 않고 다만 나의 궁금함을 풀기 위해 하는 ‘자기중심적 질문’은 거의 대부분 상대의 불쾌함과 저항을 불러일으킵니다.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관계가 깨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내게 고민을 털어놓는데,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합시다. 가만히 듣고 보니 나도 친구의 결혼 상대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합시다. 그럴 때 내가 친구에게 “(결혼 상대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하고 물었다면 친구의 감정은 어떠할까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마 황당하고 섭섭할 겁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그냥 다 좋아.”라고 두루뭉술하게 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에 상대를 도와주고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해 하는 ‘타인 중심적 질문’은 상대가 잘 수용하고 효과가 있습니다. 상대가 말을 두서없이 장황하게 하거나 생각이 혼란스럽거나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할 때 질문을 통해 상대를 도움으로써 소통이 정확하고 원활하게 될 수 있고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친밀해지고 깊어질 겁니다. 앞의 예를 다시 들자면, “확신이 들지 않아 아쉽지만 함께 있으면 좋아서 결혼하고 싶다는 말이지?”라고 한다면 상대는 자기 마음을 알아준다면 기뻐하고 고마워할 겁니다. 이런 표현 방식을 상담에서는 반영(reflection)이라고 부릅니다. 질문형식이므로 ‘반영적 질문’이지요.
어떤가요? 당신은 상대가 ‘자기중심적 질문’을 해주길 바라는가요, ‘타인 중심적 질문’을 해주길 바라는가요?
‘닫힌’ 질문과 ‘열린’ 질문
질문은 ‘열린 질문’(개방형 질문, open question)과 ‘닫힌 질문’(폐쇄형 질문, closed question)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열린 질문은 대화 상대가 자유롭게 대답함으로써 상대가 자신의 상황과 심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탐색하고 더 상세한 답변을 하게 하는 질문입니다. 열린 질문은 대체로 육하원칙(六何原則: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을 사용합니다. 닫힌 질문은 상대에게 “예”, “아니요” 또는 짧은 사실적 답변을 하게 하여 정보를 한정하는 질문입니다. 열린 질문의 목적은 상대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탐색하여 자신이 드러날 수 있게끔 하여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의 제한적인 정보를 명확하게 해주기 위하여 닫힌 질문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로 열린 질문을 하는 게 좋습니다.
질문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따지거나 캐내려는 것처럼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고 부드럽게 유지하며 천천히 말해야 합니다. 또한 상대가 가장 에너지를 쏟고 있는 주제에 대해 짧고 쉬운 형태로 질문해야 하며, 같은 종류의 열린 질문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상대를 이해하고 있다는 공감반응과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열린 질문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상대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특히 대화를 시작할 때 도움이 됩니다. (예) “어떻게 지냈어요?”, “언제 만날까요?” 등
둘째, 상대가 특정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예) “그 일이 일어났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셋째, 상대가 말하고 있는 것을 내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예) “그 사람과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지요?”
넷째, 상대가 자신의 느낌과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게 해줍니다. (예) “지금 그렇게 말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그것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처럼 열린 질문은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또한 대화를 풀어가는 책임을 상대에게 두고 상대가 나의 평가와 판단에 따른 준거 기준에 강요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 생각, 가치관, 행동, 태도 등을 탐색하도록 해줍니다.
열린 질문의 유의점
열린 질문 형태로 말하더라도 상대가 자신을 드러내는 의사소통에는 도움 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조언, 판단, 추궁, 공격의 의도를 가진 질문을 할 경우에는 상대는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내가 호기심으로 상대가 말하는 주제에서 벗어난 질문을 할 경우에 주제가 모호해져서 효과적인 대화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상대가 방어 없이 자신을 탐색할 수 있도록 열린 질문을 할 때는 다음 사항에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제안하는 형태의 질문은 삼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학업성적이 오르지 않는 자녀에게 부모가 “성적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봤지?” 같은 질문을 하면 자녀는 충고하고 조언하는 것처럼 들려서 반발심이 일어나고 관계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둘째, 추측이 들어 있는 질문은 삼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몇 달 전에 동료직원과 말다툼을 하여 사이가 좋지 않은 부하 직원에게 직장 상사가 “지금은 ○○ 씨와 관계가 많이 좋아졌죠, 그렇죠?”라고 추측하여 물으면 부하 직원은 동료와의 관계가 좋아지길 바라는 상사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진실하게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 호기심에 따른 질문은 삼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과보호한다는 호소를 하고 있는 학생에게 담임교사가 “엄마가 과보호하는 이유가 뭐지?”라고 물으면 답답함을 호소하고자 했던 학생의 사고나 감정의 흐름이 끊길 뿐만 아니라 논의의 초점이 학생 자신에게서 학생의 어머니로 바뀌게 되어 학생의 생각과 감정을 탐색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넷째, “왜 그랬어요?”처럼 ‘왜’ 질문은 유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왜 공부하기 싫니?”라고 물으면 상대는 자신의 잘못을 비난하는 것으로 느끼게 되어 공격적이거나 회피적인 반응을 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행동이나 정서의 배경과 원인을 살펴보고 싶을 때는 ‘왜’라는 질문 대신에 ‘~한 이유가 궁금하다’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공부하기 싫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네?”, “무엇 때문에 공부하기 싫은지 궁금하네?”라고 표현합니다.
다섯째, 성급한 마음을 갖고 하는 질문은 삼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그래서 핵심이 무엇입니까?”와 같이 물으면 상대는 놀라게 되고, 말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묻는 사람의 성급한 마음은 듣는 사람을 위축되게 만듭니다.
여섯째, 한 번에 여러 개의 질문(이중 질문, double question)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어떤 감정을 느낍니까?”라고 연속 질문을 하면 상대는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지 헷갈리며 혼란스럽게 되고 질문의 효과도 사라지게 됩니다.
일곱째, 질문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대화를 진행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계속적인 질문은 상대에게 위협감을 줄 수 있고, 내가 혼자 대화를 통제하면서 대화를 부적절하게 끌고 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와 다툰 뒤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는데도 받지 않는 자녀를 보고 부모가 자녀에게 “화났니?”, “얼마나 많이 화났니?”, “전화 받기 싫을 정도로 화났니?” 등으로 계속해서 질문을 하면 자녀는 짜증이나 화가 나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닫힌 질문의 사용
닫힌 질문은 한두 마디의 답으로 내가 원하는 정보나 자료를 얻기 위해 사용합니다. 닫힌 질문은 상대가 자기 방식대로 이야기할 수 없게 하고 자기탐색을 자극하지 못합니다. 오래 전에 ‘답정너’라는 유행어가 있었지요?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뜻입니다. 묻는 사람이 듣는 사람의 의견을 듣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견에 동조해주기만을 바라는 태도를 비판하는 유행어지요. 그러나 닫힌 질문이 유용할 때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추거나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닫힌 질문이 쓸모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정류소에 ○○번 버스 섭니까?”, “오늘 3시에 만날 수 있습니까?” 등의 닫힌 질문은 정보를 명확하게 얻을 수 있게 합니다. 상대의 동의를 구할 때도 “지금 내가 한 말이 맞나요?”, “내가 제대로 이해했습니까?”와 같은 닫힌 질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잠재적으로 위협적이거나 위험한 상황에서는 상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닫힌 질문이 유용합니다. 특히 위기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닫힌 질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Tip] 효과적인 질문
- “오늘은 무슨 일에 대해 말씀하고 싶으세요?”라는 열린 질문은 상대의 말문을 열게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한다.
- ‘왜’로 시작하는 질문은 추궁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상대가 방어하게 만들므로 피한다.
- 이중 질문(double question)은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피한다.
- 판단적이고 유도적인 질문은 상대가 자신을 탐색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 상대의 상황에 대한 주관적 관점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나요?”하는 질문이 유용하다.
- 논의의 초점을 상대에게 둔 열린 질문은 상대의 문제를 명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 특정한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이끌어내는 질문은 상대의 자기이해를 도울 수 있다.
- 닫힌 질문은 구체적인 사항에 초점을 맞추고 상대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상담심리학 박사, 한마음상담센터 대표, 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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