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영화를 활용한 공감대화법 연습을 잠깐 쉬고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대화 연습을 해보기로 한다. 여태껏 강조한 ‘공감’대화법은 어느 누구에게든, 어떤 상황에서든 잘 통하는가? 만약 잘 통하지 않는다면 무슨 이유 때문인가? 그때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아래 실제 사례를 통해 배워보기로 하자.
사람들은 거의 다 자연과 꽃을 좋아한다. 그러나 자연과 꽃을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자연과 꽃을 아끼고 보호하진 않는다. 이기심과 후안무치함 때문이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정확히 알아볼 수 있다. 깊은 산에 핀 야생화를 집에 가져가려고 꺾는 사람, 등산용 지팡이로 쓰려고 나뭇가지를 꺾는 사람, 산이나 계곡이나 강가에 음식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사람, 조용한 산길을 가면서 음악을 크게 틀어 다른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사람, 멋지게 사진 찍는다고 꽃밭에 무단 침입하며 꽃을 짓밟는 사람 등 이기심이 발동하여 부끄러움을 잊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오후에 오륙도 해맞이공원에 운동하러 갔다. 나처럼 운동이나 산책하러 온 동네사람도 있지만 날씨가 좋으니 탁 트인 바다와 예쁘게 핀 꽃들을 구경하러 먼 데서 온 시민들이 더 많았다. 산책로를 돌다가 오륙도가 내려다보이는 수선화 꽃밭 안에 한 젊은 여성이 들어가서 포즈를 취하고 있고 울타리 밖에선 일행이 사진을 찍으려는 모습을 목격했다. 운동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아가씨~! 좀 나오시면 좋겠어요~^^”
라고 부드럽게 말하면 좋았겠지만 이기적 욕망이 앞서서 이성이 마비된 몰상식한 인간에겐 부드러운 말이 통하지 않는다. 공감대화법도 효과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좀 거칠고 세게 말해야 한다. 자녀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명백히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아주 엄하게 꾸중하고 다그쳐야 한다. 잘못된 행동을 멈춘 뒤에 감정을 가라앉히고 공감대화를 해야 한다.
그 젊은 여성에게 목소리 높여 말했다.
“보소! 나오소!! 울타리 쳐놓았는데 들어가면 돼요?!! 빨리 나오소!!!”
젊은 여성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주뼛거리며 나온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았으니 양심이 있고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다시 들어가지 않겠지, 판단하고 다시 공원 산책로를 열심히 걸었다. 그런데 웬걸! 한 바퀴 되돌아오니 이제는 한술 더 떠 다른 두 명과 함께 들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괘씸하고 화난다. 이걸 어떡해야 하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가씨, 좀 나오시겠어요?^^ (순순히 나오면) 풍경이 정말 아름답죠? 사진 예쁘게 찍고 싶은가 보네요^^ 꽃밭에 들어가면 더 멋지게 잘 나올 것이라 생각하셨군요. 얼마나 멋지게 찍고 싶으면 아까 나한테 꾸중 듣고도,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데도 다시 들어갔을까요.”
라고 상대의 욕구를 알아주며 부드럽게 말하면 좋지만 옳은 말을 해도 무시한 사람에게 공감대화법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 이다지도 몰상식하고 부끄러움을 전혀 못 느끼는 낯 두꺼워 이기주의자들에겐 더 강하고 거칠게 대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래서 마스크를 벗고 목소리를 최대한 높였다.
“(크게 손가락질을 하며) 나오소!!! 뭐 하는 짓이요?!!! 한번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지!!!”
젊은 여성 세 명이 놀라서 허둥지둥 나온다. 그런데(!) 그들을 촬영하고 있던, 망원렌즈 장착한 큰 카메라를 든 50대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큰소리를 친다.
“됐어요!!!”
(으잉? 뭐 이런 놈이 있어?)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다. 나도 맞대응해 큰소리를 쳤다.
“뭐요?!! 되긴 뭐가 돼?!! 옳은 말하면 들어야지!!!”
“됐어요!!!”
“뭐 잘 했다고 큰소리요?!!”
“됐어요!!!”
그때 산책하던 어느 40대 남자가 다가오며 한마디 거들었다.
“(50대 카메라맨을 보며) 왜 질서 어기고 그라요? 그라이 사진작가들이 욕 듣지.”
그제야 내게 대들던 사진작가(?)가 기가 죽었는지 입을 닫았다.
한마디 보태준 그 남자가 참 고맙다. 정의가 불의와 맞부딪칠 때 모른 척 지나치거나 강 건너 불 구경 하듯이 하는 태도는 불의와 다를 바 없다. 언쟁을 멀뚱거리며 구경만 하던 시민들도 시민정신 부족하긴 오십보백보다.
‘나 하나만이라도’라는 올곧은 정신으로 살아가려면 정말 귀찮고 힘들고 지친다. 그러니까 마구 행동하는 사람이 많고 모른 척 지나치는 사람도 많겠지. 잘못된 행동이 제지당하지 않으니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부끄러움도 못 느껴 악행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고. 세상에는 나쁜 정치인, 나쁜 기업인들만 있는 게 아니다. 곳곳에 부당하고 비인간적인 갑질을 하거나 사회규범과 공중도덕을 함부로 어기는 나쁜 시민들이 있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질 나쁜 시민이 없어져야 세상이 안정되고 평화로워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려면 ‘나 하나만이라도’라는 올곧은 시민정신을 지니고 악행에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 있는 시민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상담심리학 박사, 한마음상담센터 대표, 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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