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대인관계의 시작과 끝이라고 볼 수 있는 인사하기에 배웠습니다. 인사하는 태도나 인사 받는 태도에 상대방에 대한 생각 및 감정이 들어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상대방의 자존감을 높여줌으로써 관계를 더 깊게 만드는 ‘칭찬·인정하기’에 대해 배워 보겠습니다.
칭찬·인정의 필요성과 중요성
칭찬이란,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하는 것 또는 그런 말’을 뜻합니다. 인정이란, ‘확실히 그렇다고 여기는 것’을 말합니다. 칭찬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중요한 척도로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칭찬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입니다. 칭찬을 하면 상대방이 기뻐하고 감사함에 따라 칭찬하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고 표정도 밝아지므로 칭찬은 자신을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타인을 칭찬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 받을 때 당황스럽거나 쑥스러워지므로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도 머뭇거리게 됩니다. 사랑 받은 사람이 사랑을 잘 할 수 있듯이 칭찬 받은 사람이 칭찬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칭찬은 언어적 행동뿐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까지 포함합니다. 칭찬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상대방이 칭찬 받을만한 행동을 했을 때 즉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타이밍을 놓쳤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늦더라도 하는 게 좋습니다. 늦은 꾸중은 역효과가 일어나지만 늦은 칭찬은 적은 효과라도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칭찬하는 데도 요령이 있고 연습이 필요합니다. 칭찬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우리의 욕구(need) 가운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는 매우 중요한 욕구입니다. 왜냐하면, 칭찬·인정 욕구는 자존감(self-esteem)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보다는 부모형제와 같이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더 칭찬·인정을 받길 바랍니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일수록 칭찬·인정에 인색하여 섭섭함을 느끼게 됩니다. 잘못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하고 용서하며 오순도순 살아가야 할 가족이 갈등과 충돌이 많은 까닭은 평소에 칭찬·인정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고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나는 한 번 칭찬을 받으면 두 달 동안은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두 달마다 한 번씩, 1년에 여섯 번 칭찬을 받으면 기쁘고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칭찬과 인정은 대인관계에 매우 중요합니다.
칭찬·인정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칭찬과 인정이 얼마나 큰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상대방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 실제 사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덴마크에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그 소년의 아버지는 자그마한 양복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지 않지만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매일 밤마다 아들에게 <아라비안나이트>와 같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습니다. 소년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는 꿈을 갖게 되었고, 학교에서 틈틈이 시나 산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의 시선을 차가웠습니다. 소냔은 그들로부터 ‘글이 재미 하나도 없다’, ‘넌 글재주가 없는 것 같다’, ‘다른 꿈을 찾아보는 게 어떻겠니?’ 등 냉정한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 말을 자꾸 듣자 소년은 자신이 글재주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어 낙담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소년의 어머니는 아들을 뒷마당으로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들아, 저 들꽃을 봐. 참 예쁘지? 저 들꽃 이름을 아니? 엄마도 모른단다. 우리가 저 꽃의 이름을 모른다 해도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아들아, 네가 쓴 글도 저 들꽃처럼 아름답고 예뻐. 너도 분명히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이렇게 어머니의 칭찬과 인정을 듬뿍 받은 소년은 자라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 소년은 ‘동화의 왕’ 안데르센(Andersen, 1805~1875)입니다.
칭찬·인정의 기술
칭찬하는 방법과 기술(skill)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표현의 난이도 및 효과의 강도에 따라 초급-중급-고급 3단계, 7수준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초급 단계입니다.
1. 사실을 표현하기 : 객관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칭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목소리가 맑고 예쁘군요’, ‘오늘 넥타이가 잘 어울리네요’ 등과 같이 사실대로 장점과 강점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상대방과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경우에 알맞은 표현입니다. 이 정도로 표현해야 상대방이 어색해 하거나 부담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2. 감탄을 표현하기 : 객관적인 사실을 감탄하는 표현을 넣어서 합니다. 진짜, 정말, 완벽하게, 역시, 와~ 같은 강조부사와 감탄사를 함께 표현합니다. 예를 들면, ‘목소리가 매우 맑고 예쁘군요’, ‘오늘 넥타이가 완벽하게 어울리네요’ 등과 같이 사실 표현에 강조부사나 감탄사를 덧붙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상대가 좀 더 기뻐하겠지요.
다음, 중급 단계입니다.
1. 과정에 대해 칭찬하기 : 상대방이 노력한 과정이나 행동을 구체적으로 칭찬합니다. 예를 들면, ‘오늘 넥타이가 어울리네요.’보다는 ‘오늘 넥타이가 완벽하게 어울리네요’가 낫고, 그보다는 ‘오늘 옷에 어울리는 넥타이를 고른 센스가 뛰어나네요.’가 더 나은 칭찬표현입니다. 또 ‘승진 축하해요’, ‘승진 진심으로 축하해요’보다는 ‘누구보다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멋지다 생각했는데 역시 좋은 결과가 있군요. 축하해요!’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이 칭찬기술은 평소에 상대방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칭찬기술입니다. 즉 관심 없이는 칭찬을 잘 할 수도 없고 상대방도 진심을 느끼기 힘들 것입니다.
칭찬할 때 재능에 대해서 칭찬하지 말고 노력에 대해서 칭찬해야 합니다. 칭찬 받는 사람이 자신이 한 노력보다 재능에 대해 칭찬 받게 되면 그 사람은 심리적으로 노력의 필요성과 가치는 중시하지 않게 되고 그 과정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보여주는 우수한 성적표를 보고 부모가 칭찬할 때 ‘역시 머리가 좋아!’라고 선천적인 두뇌와 재능에 대해서 칭찬하면 아이는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지 않게 되어 좋은 성적을 유지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반면에,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 기쁘고 뿌듯하겠네.’라고 아이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칭찬하고 공감을 해준다면 아이는 신나서 계속 노력하여 좋은 성적을 얻게 됩니다. 만약 추후에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경우에도 자신이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반성하여 더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우수한 성적을 다시 얻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 예상하지 못한 칭찬하기 : 상대방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을 칭찬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면, 키가 큰 사람에게 ‘키가 크니 옷이 맵시 있게 보여요’라고 하면 상대방은 자주 듣는 말이라서 별로 기뻐하지 않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키가 큰 만큼 마음도 크고 넓어서 대화할수록 마음이 편해지네요.’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내용으로 칭찬한다면 상대방은 감동하게 되고 칭찬의 효과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또한 상대방의 의도한 행동이 아닌 의도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칭찬을 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복잡한 지하철에서 어떤 학생이 다음 역에서 내리려고 좌석에서 일어서는데 바로 앞에 서있던 노인이 “학생, 고마워. 양보해 줘서.”라고 한다면 그 학생은 자신이 의도치 않았던 행동이었기에 당황하고 쑥스러워 하면서 미리 양보하지 않은 데 대해 반성을 하게 되고 앞으로는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바람직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마지막으로, 고급 단계입니다.
1. 상대방을 높이는 표현하기 :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칭찬을 하는 것입니다. 에를 들면, 상대방이 다이어트를 성공했다고 말한다면, “와~! 어떻게 성공하셨어요? 대단해요! 나는 먹고 싶은 것 참기 어렵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기도 힘들어 여러 번 실패했는데 그렇게 힘든 걸 해내시다니 놀라워요!”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과 비교하여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면서 칭찬해주면 진심이 더 잘 전달되어 효과가 더 커질 것입니다.
2. 존재[인격]를 칭찬하고 도움 요청하기 : 상대방의 존재[인격] 자체를 칭찬·인정하고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선생님, 선생님처럼 인격이 훌륭한 분을 만난 건 내 인생에서 최고의 행운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선배님, 평소 선배님의 훌륭한 인품과 뛰어난 업무능력을 존경했는데 이번에 팀장으로 모시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잘 가르쳐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칭찬하고 인정하면서 도움을 요청한다면 상대방은 기쁨을 넘어 인간관계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한편, 사람을 칭찬을 할 때는 반드시 이름[명칭]을 부르는 게 좋습니다. 이름[명칭]을 부르지 않으면 칭찬의 효과가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특정인이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좋은 성과를 낸 경우 그것에 대해서 칭찬할 때 단순히 “일이 잘 됐네!”라고 칭찬하는 것보다 “김 대리, 일이 잘 됐네!”, “김 대리, 일이 잘 됐네! 수고 많았네. 뿌듯하겠군.”이라고 그 특정인을 지목하며 칭찬하는 것입니다. 만약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고 단순히 “일이 잘 됐네!”라고 칭찬한다면 그 특정인은 ‘누구에게 하는 말이지? 내가 잘한 건데.’라는 의문이 들고 아쉽고 섭섭함을 느껴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3. 제3자를 이용하여 칭찬하기 : 제3자의 말을 이용하여 칭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배님,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부장님께서 우리 팀의 에이스가 선배님이라고 하셨는데 함께 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라고 칭찬한다면 상대방은 기뻐하면서 나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져서 나와 관계도 좋아질 것입니다.
이제까지 3단계 7수준의 칭찬기술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입니다. 아무리 좋은 칭찬기술을 익혀서 사용하더라도 칭찬하는 사람에게 진심이 없으면 상대방은 입에 발린 칭찬, 립 서비스(lip service)임을 알아챕니다. 진심 없이 말하면, 상대방은 칭찬한 사람을 못미더워하게 되고 오히려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표현하기 힘들 경우에 침묵하는 것이 더 나은 것처럼 칭찬기술을 잘 쓸 수 없을 때는 그냥 진심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또한, 칭찬할 때는 지나치게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진심을 담아야 합니다.
한국인에게 알맞은 칭찬·인정 기법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가 다르므로 기본적인 사고체계와 감정양식도 다릅니다. 그러므로 똑같은 칭찬이라도 인종과 민족에 따라 각각 다르게 반응합니다. 인사법이 다르고,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지점이 다른 것처럼.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맞는 칭찬·인정 기법은 무엇일까요?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한국인에게 통하는 칭찬기법에 대해 말하면서 ‘관계주의(關係主義)’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관계주의란 ‘관계’의 의의를 특히 강조하는 입장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리케르트(Heinrich Rickert)는 구극자(究極者)란 ‘일자(一者)와 타자(他者)를 합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바로 일자와 타자와의 ‘관계’ 자체야말로 절대와 상대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근원적인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이와 같은 자신의 입장을 ‘관계주의(Relationismus)’라고 하였습니다(출처: 두산백과). 관계주의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과 관련해서 자주 나오는 용어인데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는 여러 가지 인식 방식에서 확인됩니다. 다음의 심리테스트 결과만 보더라도 동양인과 서양인은 매우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원근(遠近)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테스트입니다.
위의 우주선 그림을 보여주며 ‘A가 앞일까요, C가 앞일까요?’라는 질문을 했더니 동양인은 C, 서양인은 A라고 답했습니다. 동양인은 ‘가장 아래에 있는 거요’, ‘큰 것이 앞에 있어요’라고 답했고, 서양인은 ‘제일 멀리 있는 거요’, ‘가장 위에 있는 거요’라고 답했습니다. 즉 동양인은 자신과 가까이 있는 것이 앞이라 생각하고, 서양인은 자신과 멀리 있는 것이 앞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체계는 다릅니다.
다음으로, 분류 방식에 대한 사고를 알아보는 테스트입니다.
위 그림을 보여주며 ‘원숭이, 팬더, 바나나 중 둘을 하나로 묶는다면 무엇과 무엇을 묶겠습니까?’라고 질문했더니 동양인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었고, 서양인은 원숭이와 팬더를 묶었습니다. 그 이유로 동양인은 ‘원숭이가 바나나를 좋아하니까’, 서양인은 ‘원숭이와 팬더는 같은 동물이니까’라고 답했습니다. 답을 고른 이유를 보면 동양인은 감성적이고 서양인은 이성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체계는 다릅니다.
그러므로 동양인이자 한국인이 우리의 이성과 감성에 알맞은 방식으로, 또 상대방의 성격을 고려하여 칭찬을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칭찬법은 무조건 옳고 누구에게나 언제나 잘 통할 것이라 생각하여 상대방의 누구인지 어떤 성격인지를 고려하지 않고 표현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사람인데도 많은 사람 앞에서 과장하여 칭찬하면 그 사람은 당황하고 부끄러워하면서 칭찬한 사람을 원망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칭찬은 상대방이 기분 좋으라고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와 관계가 더 좋아지길 바라기에 하는 것인데 그 목적을 잊어버리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한 칭찬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일방으로 표현하면 폭력이 됩니다.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어 그만 먹겠다고 했는데 ‘맛있고 귀한 음식이니 좀 더 먹어라’고 계속 권하면 얼마나 짜증나겠습니까. 뜻은 좋을지라도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말과 태도는 폭력입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성격을 고려하여 내향형-사고형이며 배려심이 많은 편인 사람에게는 약간 약하게, 외향형-감정형이며 주도적인 성향의 사람에게는 약간 과장하여 칭찬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초급 단계의 2수준, 즉 ‘강조부사와 감탄사를 넣어 칭찬하기’는 외향형-감정형이며 주도적인 사람에게 효과적이지만 내향형-사고형이며 배려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비효과적입니다.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내향성-사고형이 많으므로 상대방의 성격을 잘 모르는 경우에는 칭찬을 가볍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인데 강하게 칭찬하면 상대방의 성격이 외향형-감정형이라 할지라도 좀 당황하고 경계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통한 칭찬·인정하기 연습
영화 <예스맨(Yes Man, 2008)>을 소재로 등장인물이 칭찬·인정하는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출회사 상담 직원 칼 알렌(Carl Allen)은 ‘NO’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모든 일에 부정적인 남자인데 이혼하고 혼자 외롭게 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부정적인 사고와 태도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친구의 권유로 ‘인생역전 자립 프로그램’에 가입하면서 그의 인생이 180도 뒤바뀐다. 칼은 ‘긍정적인 사고가 행운을 부른다’는 프로그램 규칙에 따라 모든 일에 ‘YES’라고 대답하기로 결심하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세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번지점프 하기, 한국어 수업 듣기, 모터사이클 타기, 남의 인생 간섭하기, 온라인으로 데이트상대 정하기 등…. 정말로 ‘YES’라고 대답하니 지루했던 예전의 일상과 달리 인생이 너무나 유쾌하다. 하지만 접수되는 대출신청 서류마다 무조건 YES, 구매강요 온라인 쇼핑몰 메일에도 YES, 만나자는 여자들의 전화에도 YES, 무조건 YES를 하다 보니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나 그 긍정적인 ‘YES 정신’ 덕분에 알게 된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고 용기를 내어 고백하여 긍정적인 대답을 듣게 된다.”
●장면 1. 절친(best friend)이 레스토랑에서 칼에게 애인과 약혼했다며 반지를 보여주며 약혼식에 초대하는 장면
절친: 어쨌든 와 줘서 고마워. 칼, 중대 발표가 있어. (자기야, 보여줘 봐. -약혼자가 칼에게 손을 내보이며 약혼반지를 보여준다-)
절친 약혼녀: 우리 약혼했어요.
친구: 축하해!
칼: 진도 많이 나갔네!
절친: 그래, 진도 정도가 아니지.
칼: 너무 서두르는 거 아냐? 아직 6개월밖에 안 됐잖아.
약혼녀: 아뇨, 2년 되었어요.
칼: 아, 6개월이 아니고.
절친: 21일에 약혼식 하기로 했어. 칼, 시간 되지?
칼: 음... 좀 보고.
◆바람직한 반응 및 해설(※밑줄 친 대화문은 바람직한 반응이고 괄호 안은 해설임)
절친: 어쨌든 와 줘서 고마워. 칼, 중대 발표가 있어.
절친 약혼녀: 우리 약혼했어요.
친구: 축하해!
칼: 진도 많이 나갔네!
→ “오, 축하해! 두 사람 잘 어울려.” (※매사에 부정적인 칼은 축하하고 칭찬하기는커녕 비아냥거리고 있다. 축하할 때는 단순히 축하한다고만 말하기보다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 ‘늘 행복할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이면 더 좋다.)
절친: 그래, 진도 정도가 아니지.
칼: 너무 서두르는 거 아냐? 아직 6개월밖에 안 됐잖아.
→ “약혼할 때가 됐지.”(※실제로 두 사람이 사귄지 6개월밖에 안 됐다고 하더라도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므로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상대방의 기분만 나빠질 것이다. 상대방의 결정을 무조건 인정해 주는 게 좋다.)
약혼녀: 아뇨, 2년 되었어요.
칼: 아, 6개월이 아니고.
→ “아, 미안해요. 2년이나 되었으니 서로 충분히 잘 알겠네요. 바로 결혼해도 되겠네요.” (※말을 실수했더라도 이와 같이 표현한다면 만회될 수 있을 것이다.)
절친: 21일에 약혼식 하기로 했어. 칼, 시간 되지?
칼: 음... 좀 보고.
→ “응, 그럼. 내가 당연히 참석하여 축하해야지.” (※만약 진짜 참석하지 못할 사정이 있더라도 친구의 약혼녀가 있는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응답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나중에 친구에게 전화하여 사정을 알리며 양해를 구하는 게 좋다.)
●장면 2. 칼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옆집 할머니가 칼이 출근할 때를 기다렸다가 다가와서 자기 집에 들어와서 아침식사를 하라고 권하는 장면
칼: 안녕하세요?
할머니: 칼, 잘 잤어? 우리 집에 와서 아침 먹고 갈래?
칼: 아, 저도 그러면 좋겠는데 안 되겠어요.
할머니: 시리얼이나 요플레라도 먹지, 왜?
칼: 아니에요.
할머니: 토스트는 어때?
칼: 회사에 가봐야 해서요. 죄송해요.
◆바람직한 반응 및 해설(※밑줄 친 대화문은 바람직한 반응이고 괄호 안은 해설임)
칼: 안녕하세요?
할머니: 칼, 잘 잤어? 우리 집에 와서 아침 먹고 갈래?
칼: 아, 저도 그러면 좋겠는데 안 되겠어요.
→ “할머니, 따뜻하게 챙겨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어쩌죠? 늦어서 식사할 시간이 없어요.”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은 ‘하얀 거짓말white lie’을 하는 게 좋다. 하얀 거짓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칭찬하는 말을 넣는 게 더 좋다.)
할머니: 시리얼이나 요플레라도 먹지, 왜?
칼: 아니에요.
→ “고마워요. 그런데 도저히 안 되겠어요.” (※상대방이 자신을 위해서 그러는 것임이 분명하므로 상대방이 섭섭함을 느끼지 않도록 단순히 ‘NO’라고만 말하는 것은 매정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감사 표현을 하고 나서 거절 표현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NO, thank you’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Thank you, but …’라고 표현하는 게 낫다. 왜냐하면, 감사 표현을 먼저 들으면 그 영향으로 뒤에 거절하는 표현에 대한 아쉬움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할머니: 토스트는 어때?
칼: 회사에 가봐야 해서요. 죄송해요.
→ “고마워요. 할머니는 정말 친정하시고 마음 따뜻하세요. 제가 아침에 바쁘고 입맛도 없어서 식사를 안 해요. 죄송해요.” (※출근하려는 칼이 바쁜 줄 할머니가 왜 모르겠는가. ‘사실 지향적 대화’보다는 ‘관계 지향적 대화’를 하는 게 관계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가 더 이상 채근하지 않게 된다.)
●장면 3. 칼이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친구 엘리슨에게 고백하기 위해 엘리슨이 일하는 곳으로 예고 없이 찾아가서 대화하는 장면
엘리슨: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네요. 예측 불가능이에요. 신비주의인가 봐요?
칼: 엘리슨, 저는 인생을 즐겁고 치열하게 살고 싶어요. 그게 안 맞을 것 같으면 시작하지 않는 게 낫고요.
엘리슨: 전 좋아요. 사람들은 어떻게 지루한 일상을 똑같이 반복하면서 사는지 모르겠어요.
칼: 저는 그렇게 못살아요!
엘리슨: 물론이죠! 만나던 남자가 하나 있었는데... 자기 틀 안에서 갇혀 사는데 정말 짜증나서 죽는 줄 알았어요.
칼: 네, 진짜 짜증나죠. 그런 사람을 보면 잡고 흔들면서 ‘정신 차려. 기회를 잡으란 말이야. 이건 네 인생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엘리슨: 정말 그래요.
◆바람직한 반응 및 해설(※밑줄 친 대화문은 바람직한 반응이고 괄호 안은 해설임)
엘리슨: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네요. 예측 불가능이에요. 신비주의인가 봐요?
칼: 엘리슨, 저는 인생을 즐겁고 치열하게 살고 싶어요. 그게 안 맞을 것 같으면 시작하지 않는 게 낫고요.
→ “황당하고 당황하셨나 봐요. 고마워요, 불쑥 찾아와 폐를 끼쳤는데도 짜증내지 않고 반갑게 맞아 줘서.” (※칼은 엘리슨의 말에 호응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엘리슨의 감정을 공감해 주고 나서, 엘리슨의 친절함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칭찬하는 게 좋은 반응이다.)
엘리슨: 전 좋아요. 사람들은 어떻게 지루한 일상을 똑같이 반복하면서 사는지 모르겠어요.
→ “열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당신은 멋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칼이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면서 엘리슨의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엘리슨은 칼을 칭찬해 주는 게 좋다.)
칼: 저는 그렇게 못살아요!
→ “변화와 도전을 추구하는 당신이 멋있어요.” (※엘리슨도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면서 칼에게 동조하며 칼의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칼은 엘리슨을 칭찬해 주는 게 좋다.)
엘리슨: 물론이죠! 만나던 남자가 하나 있었는데... 자기 틀 안에서 갇혀 사는데 정말 짜증나서 죽는 줄 알았어요.
→ “멋져요!”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일수록 칭찬과 인정의 욕구가 강하다. 그러므로 ‘멋지다’, ‘훌륭하다’는 표현을 반복해도 효과가 있다.)
칼: 네, 진짜 짜증나죠. 그런 사람을 보면 붙잡고 흔들면서 ‘정신 차려. 기회를 잡으란 말이야. 이건 네 인생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 “매우 짜증났겠군요.” (※이때는 공감 표현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
엘리슨: 정말 그래요.
→ “짜증나고 답답하고 걱정되나 보군요. 그런 사람은 대하기 귀찮을 텐데 외면하지 않고 올바로 깨우쳐주려는 마음씨가 따뜻하고 감동적이네요.” (※칼의 감정을 공감해주고 나서 칼의 인성을 칭찬하는 게 좋다.)
<상담심리학 박사, 한마음상담센터 대표, 인제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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