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의 말에 경청하는 태도를 익히기 위해 우선해야 할 ‘나를 버리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사 잘 하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사는 대인관계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사하는 태도나 인사 받는 태도는 상대방에 대한 생각 및 감정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사의 뜻과 중요성
인사(人事, greeting)란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의례화된 언어 및 행동 규범입니다. 인사는 반가움, 고마움, 안부 묻기, 대화를 부드럽게 하는 등의 다양한 기능이 있습니다. 인사는 한자 뜻 그대로 ‘사람의 일 또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사의 뜻을 종합적으로 정의하자면,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하는 말이나 행동,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이름을 통하여 자기를 소개하는 말이나 행동, 입은 은혜를 갚거나 치하할 일 따위에 대하여 예의를 차리는 말이나 행동 등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사에는 이처럼 깊은 뜻이 있고 사람살이에 중요한 것인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사를 주고받는 행동을 예사로 여기고 형식적으로 함으로써 대인관계가 어색해지고 오해가 생기는 일이 더러 있어 안타깝습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지만 감정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두 사람이 만날 때 인사를 통해 각자의 인상(image)이 상대방에게 각인되고, 그 각인된 인상이 감정으로 연결되므로 대인관계에서 인사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인사와 감정의 관계
우리의 말이나 행동은 아무런 이유 없이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꿈결에서 하는 헛소리도 정신분석적으로 검토해 보면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사에는 평소 인간과 인간관계에 대한 우리 각자의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고, 누군가에게 인사하는 순간에는 그 상대방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누군가에게 인사할 때 나의 어투나 표정이나 행동 등을 보고 상대방은 자신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채게 됩니다. 물론 내가 심리적으로 또는 신체적으로 불편한 상황일 때는 나의 인사가 상대방에 대한 나의 생각이나 감정과는 달리 표현될 수가 있어 오해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대체로 들어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사 잘 하는 법
우리가 행복하게 살려면 대인관계가 원만해야 합니다. 대인관계가 원만하려면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합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주체성과 관계성을 조화롭게 발휘해야 합니다. 주체성과 관계성을 ‘조화롭게 발휘한다’는 것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주체성과 관계성의 발휘 정도는 상대방의 성격 또는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이 주체성과 주장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내가 주체성과 주장력을 좀 강하게 발휘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므로 관계성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둘이 만나기로 하고 장소를 정할 경우에 상대방이 머뭇거린다면 내가 먼저 “OO에서 만나는 게 어때?”라고 제안하면 상대방이 편안해지며 반가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주체성과 주장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내가 주체성과 주장력을 덜 발휘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관계성을 발휘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어디서 만나고 싶어? 좋은 곳 알면 말해 봐.”라고 상대방에게 결정권을 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만약 늘 상대방에게 결정권을 양보하기만 하면 상대방은 자기도 모르게 나를 무시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늘 결정권을 양보하기보다는 가끔 “이번에는 내가 아는 좋은 곳에서 만나는 게 어때?”라고 주체성과 주장력을 발휘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게 됩니다. 반대로, 늘 내가 결정권을 행사하기만 하면 나도 모르게 상대방을 무시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늘 결정권을 행사하기보다는 가끔 “이번에는 네가 아는 좋은 곳에서 만나고 싶은데 어때?”라고 관계성을 발휘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게 됩니다.
인사도 의사소통의 한 방법이므로 상대방의 성격 또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현해야 합니다. 주체성이 약하거나 소심한 사람에게는 작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주체성이 강하거나 대범한 사람에게는 큰 목소리로 씩씩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반대로, 주체성이 약하거나 소심한 사람에게는 큰 목소리로 씩씩하게 인사한다면 상대방은 놀라고 당황하며 불쾌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자신에게 화가 난 게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또 주체성이 강하거나 대범한 사람에게 작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인사한다면 상대방은 답답하고 아쉬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자신에게 불만이 있어 인사를 나누기 싫은 것이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인사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얼굴 표정과 행동을 말의 내용과 일치시켜 함께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경우라면, 인사말과 동시에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빨리 내밀며 악수를 청해야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인사하는 경우라면, 인사말과 동시에 편안하고 따뜻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숙이고 절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렇게 할 때 상대방은 나의 인사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나의 상대방을 위한 마음에 공감을 하며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하여 관계가 원만해지고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영화를 통한 인사법 연습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 1997)’를 소재로 등장인물 간의 인사와 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멜빈(Melvin Udall)은 강박증 증세가 있는 로맨스 소설 작가이다. 뒤틀리고 냉소적인 성격인 멜빈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경멸하며, 신랄하고 비열한 독설로 그들을 비꼰다. 그의 강박증 역시 유별나다. 길을 걸을 땐 보도블록의 틈을 밟지 않고,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뒤뚱거린다. 식당에 가면 언제나 똑같은 테이블에 앉고, 가지고 간 플라스틱 나이프와 포크로 식사를 한다. 이러한 강박적인 성격 탓에 모두 그를 꺼려한다.
그러나 식당의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캐롤(Carol Connelly)만은 예외이다. 언제나 인내심 있는 태도로 멜빈을 대하는 그녀는, 그의 신경질적인 행동을 잘 받아주며 식사 시중을 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그녀는 천식으로 고통을 겪는 어린 아들이 있는데 치료를 제대로 못할 정도의 빠듯한 살림을 아이 아빠 없이 혼자 꾸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내 삶의 방해자? 아니면 구원자? 멜빈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는 이웃에 사는 게이 화가인 사이먼(Simon Bishop)이다. 그는 멜빈이 자신의 생활 방식을 싫어하며 또한 그의 작고 귀여운 개 버델도 미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이먼의 작품 중개인이자 연인인 프랭크(Frank Sachs)는 멜빈이 사이먼에게 못되게 굴 때마다 물리적인 위협으로 멜빈을 으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한다. 사이먼이 강도들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멜빈이 사이먼의 애견 버델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처음에 멜빈은 버델을 싫어하지만, 이 작은 강아지로 인해 멜빈의 얼음 같은 심장은 서서히 녹기 시작한다. 그는 버델을 잘 돌볼 뿐만 아니라 사이먼과 캐롤의 개인적인 곤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어느덧 자신 안의 인간미를 느끼게 된 멜빈은 버델의 주인인 사이먼과의 우정을 가꾸고, 그리고 따뜻하게 마음을 열어준 캐롤과의 로맨스를 시도한다.”
●장면 1. 멜빈은 사이먼의 애완견(버델)이 자기 집 앞 복도에 오줌을 싸자 분개하여 개를 쓰레기 투척함에 넣어 버린다. 그 뒤 사이먼이 멜빈에게 개의 행방을 묻자 모른척하며 응답하는 장면
사이먼: 버델! 버델! (개 이름을 부르며 복도를 두리번거린다)
멜빈: 으음… (몸을 숨긴다)
사이먼: 어디 간 거지? (멜빈을 발견하고 부른다) 멜빈 씨! 버델 못봤어요?
멜빈: (모르는 척하며) 인상착의가 어때요?
사이먼: 내가 사랑하는 작고 예쁜 개예요. 몰라서 묻는 거예요?
멜빈: (능청스럽게) 오, 알았다. 강아지를 말하는 거였군요. 흑인 친구(프랭크) 얘기를 하는 줄 알았어요.
◆바람직한 반응 및 해설(※밑줄 친 대화문은 바람직한 반응이고 괄호 안은 해설임)
사이먼: 버델! 버델! (개 이름을 부르며 복도를 두리번거린다)
멜빈: 으음… (몸을 숨긴다)
→ “안녕하세요?” (※보자마자 사실을 말하진 못할지라도 일단 인사를 하는 게 좋다)
사이먼: 어디 간 거지? (멜빈을 발견하고 부른다) 멜빈 씨! 버델 못봤어요?
멜빈: (모르는 척하며) 인상착의가 어때요?
→ “버델이 개 이름인가요? 그 개가 사이먼 씨의 개군요. 미안해요. 개가 우리 집 앞에 오줌을 싸는 바람에 화가 나서 쓰레기 투척함에 집어넣었어요.” (※‘정직함이 최선의 방책’이다. 속이다가 들키면 더욱 곤란해진다.)
●장면 2. 멜빈이 단골 레스토랑에 가서 자기가 늘 앉는 식탁에 앉아 있는 손님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여 내쫓고 그 자리에 앉는다. 그걸 본 지배인이 출입금지 명령을 내리려 하자 캐롤(멜빈의 전담 웨이트리스)이 막으며 멜빈에게 부드럽게 전한다. 그러다가 무심코 내뱉는 멜빈의 말에 정색하며 경고하는 장면
캐롤: 멜빈 씨, 지배인이 내쫓고 다시 오지 못하게 하라고 해요. 나도 내쫓고 싶지만 이번만 봐 줄게요.
멜빈: (못들은 척하며 자기가 갖고 온 플라스틱 포크와 나이프를 꺼내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는다. 그리고 평소와 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캐롤: 매일 같은 것만 먹으면 몸에 해로워요.
멜빈: 나나 당신이나 다 죽어. 당신 애도 그렇고.
캐롤: (캐롤은 아들이 난치성 천식으로 고통을 겪는 중인지라 정색하며 멜빈을 째려본다)
멜빈: (캐롤이 말없이 째려보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당황하고 긴장하며 눈길을 피한다)
캐롤: 우리 애 얘기 또 하면 다신 못 와요. 알겠어요?
멜빈: (아무런 응답 없이 눈을 내리깔고 있다)
캐롤: (자리에 앉아) 알았으면 대꾸하든가, 싫으면 나가요! 알겠어, 이 못된 미친 놈아!!
멜빈: (기죽고 긴장한 표정으로) 그래요. 알겠어요.
캐롤: (약간 누그러진 표정으로) 주문한 것 갖다 드릴게요.
◆바람직한 반응 및 해설
캐롤: 멜빈 씨, 지배인이 내쫓고 다시 오지 못하게 하라고 해요. 나도 내쫓고 싶지만 이번만 봐 줄게요.
멜빈: (못들은 척하며 자기가 갖고 온 플라스틱 포크와 나이프를 꺼내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는다. 그리고 평소와 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 “미안하고 고마워요. 내가 실수했어요. 다음부턴 조심할게요.” (※나중에 다시 실수할지라도 조금 전에 실수한 것에 대해서는 싹싹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게 바람직하다. 그
게 해야 관계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
캐롤: 매일 같은 것만 먹으면 몸에 해로워요.
→ “매일 같은 것만 먹으면 몸에 해롭대요. 건강이 나빠질까 봐 염려되네요.”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실만 설명하기보다 그와 연관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속마음이 전달되는 좋은 소통이다.)
멜빈: 나나 당신이나 다 죽어. 당신 애도 그렇고.
→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그래도 먹고 싶은 것 맘껏 먹을래요.” (※자기 생각을 주장하더라도 상대방의 말이 자신을 위한 것인 경우에는 먼저 감사 표현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앞으로는 조그만 관심조차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극단적인 표현은 절대 해선 안 된다.)캐롤: (캐롤은 아들이 난치성 천식으로 고통을 겪는 중인지라 정색하며 멜빈을 째려본다)
→ “지금 한 말이 무슨 뜻이에요? 내가 얼마나 당황스럽고 속상한지 알아요?” (※무정하고 둔감한 사람에게는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해야 전달되고 자신의 발언의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멜빈: (캐롤이 말없이 째려보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당황하고 긴장하며 눈길을 피한다)
→ “속상하고 화났군요.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해주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리고 약속한다.)
캐롤: 우리 애 얘기 또 하면 다신 못 와요. 알겠어요?
→ “내가 얼마나 아이를 걱정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너무 속상해요. 한 번만 더 그런 말을 하면 못 오게 할 거예요. 조심하세요.” (※상대방의 잘못을 명확하게 짚어주고, 그 때문에 일어난 나의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고, 확실하게 주의를 준다.)
멜빈: (아무런 응답 없이 눈을 내리깔고 있다)
→ “매우 화났군요. 정말 미안해요. 용서해 줘서 고마워요.”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하고, 당장 내쫓지 않고 봐준 데 대해 감사 표현을 한다.)
캐롤: (자리에 앉아) 알았으면 대꾸하든가, 싫으면 나가요! 알겠어, 이 못된 미친 놈아!!
멜빈: (기죽고 긴장한 표정으로) 그래요. 알겠어요.
→ “그래요, 알겠어요. 속상하고 내가 밉죠? 정말 미안해요.” (확실하게 대답하고 공감 표현을 하고,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
캐롤: (약간 누그러진 표정으로) 주문한 것 갖다 드릴게요.
→ “다시는 절대 우리 아이 질병과 관련된 말을 하지 마세요. 부탁해요.” (※한 번 더 구체적으로 요청하여 상대방의 마음에 새겨줄 필요가 있다.)
●장면 3. 멜빈이 사이먼의 개를 돌보고 되어 데리고 캐롤의 레스토랑에서 갔는데 캐롤이 개가 작고 어리니까 지배인이 없을 땐 안으로 데리고 와도 된다며 친절하게 대하자 사적인 질문을 하는 장면
멜빈: (캐롤을 빤히 쳐다보며) 몇 살이죠?
캐롤: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하…
멜빈: 눈가의 주름을 보니 쉰 살은 됐겠군요.
캐롤: (웃으며) 당신 눈은 친절해 봬요. 눈 얘긴 그만 해요. 댁은 몇 살이죠?
멜빈: 먼저 물었잖아요. 당신이 못생겼다는 뜻은 아니에요.
캐롤: 아하… 우쭐해지네요. 당신이 칭찬하면 떨리고 긴장돼요.
멜빈: 내 말 뜻은… (눈 밑의 다크서클을 가리키며) 눈 밑이 왜 검은 거죠?
캐롤: 오늘 새벽에 잠을 설쳤어요. 애가 심하게 아파서요.
◆바람직한 반응 및 해설
멜빈: (캐롤을 빤히 쳐다보며) 몇 살이죠?
→ “오늘 많이 피곤해 보이는군요.” (※에둘러 말하면 알아듣기 힘들어서 소통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다.)
캐롤: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하…
→ “당황스럽군요. 실례되는 말입니다.” (※감정을 표현하고 잘못을 지적한다.)
멜빈: 눈가의 주름을 보니 쉰 살은 됐겠군요.
→ “평소보다 얼굴이 좋지 않아 보여 걱정돼요.” (※지금이라도 상대방의 표정 때문에 느낀 나의 걱정을 표현하는 게 좋다.)
캐롤: (가볍게 웃으며) 당신 눈은 친절해 봬요. 눈 얘긴 그만 해요. 댁은 몇 살이죠?
→ “내 나이보다 많이 보니 실망스럽고 섭섭하네요. 이런 얘기는 하기 싫으니 그만 하면 좋겠어요.” (※상대방의 말 때문에 일어난 감정을 표현하고, 내가 바라는 바를 분명하게 요청한다. 이때 웃으면 안 된다. 말 내용과 표정이 일치해야 오해가 일어나지 않고 명확히 전달된다.)
멜빈: 먼저 물었잖아요. 당신이 못생겼다는 뜻은 아니에요.
→ “말하기 싫은가 보군요. 미안해요. 당신이 못생겼다는 게 아니라 피곤해 보인다는 뜻이에요.”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설명한다. )
캐롤: 아하… 우쭐해지네요. 당신이 칭찬하면 떨리고 긴장돼요.
→ “그렇군요. 기쁘네요. 고마워요. 칭찬해 주니 떨리고 긴장되네요.” (※상대방의 변명과 칭찬을 오롯이 수용하며 감정을 표현한다.)
멜빈: 내 말 뜻은… (눈 밑의 다크서클을 가리키며) 눈 밑이 왜 검은 거죠?
→ “다크서클이 생긴 걸 보니 피곤한 일이 있나 궁금하고 걱정돼요.” (※‘왜’라는 궁금한 이유만 물으면 심문하는 것 같아서 상대방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궁금한 것과 관련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상대방이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캐롤: 오늘 새벽에 잠을 설쳤어요. 애가 심하게 아파서요.
→ “고마워요, 관심 가져 주셔서. 애가 밤새 아파서 잠을 설쳐 피곤하고 힘들었어요.” (※궁금한 까닭은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관심에 대해 감사 표현을 하는 게 좋다. 그리고 궁금함을 풀어주는 설명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장면 4. 캐롤이 아들의 치료를 위해 의사를 집으로 보내주고 치료비를 지불해 준 멜빈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멜빈의 집에 찾아가서 출입문 앞에서 대화하는 장면
캐롤: 의사가 (집 주소를) 알려 줬어요. 밤 늦게 죄송해요.
멜빈: 혹시 인사하러 왔다면… (그런 말할 필요 없다는 뉘앙스로)
캐롤: 그 때문만은 아니에요. 무척 고마웠어요. 의사 선생님이 참 자상하셨어요.
멜빈: 감사 편지에 적어 보내세요.
캐롤: (황당하고 막막한 표정을 짓는다)
멜빈: (큰 수건을 갖고 와서 비에 흠뻑 젖은 캐롤에게 건네준다) 헤어드라이어 있어요.
캐롤: (몸을 대충 닦으며 묻는다) 왜 그런 거죠? (의사를 보내고 치료비를 지불한 일을 한 이유를 묻는다)
멜빈: 식당에 다시 나왔으면 해요.
캐롤: 얼마나 헷갈리는지 알아요? 전 당신이 혹시...
멜빈: (묘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대답할 차례요?
캐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든다)
멜빈: 난 내일 식당에 나갈 거요.
◆바람직한 반응 및 해설
캐롤: 의사가 (집 주소를) 알려 줬어요. 늦은 밤에 죄송해요.
→ “당황스럽겠군요. 죄송해요.”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늦은 밤에 불쑥 찾아갔기에 당황했을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 )
멜빈: 혹시 인사하러 왔다면… (그런 말할 필요 없다는 뉘앙스로)
→ “괜찮아요. 무슨 일 때문에 왔는지 궁금하군요. 혹시 인사하러 왔다면 그럴 필요 없어요.” (※상대방의 “죄송해요”라고 말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은 실례다. ‘하얀 거짓말’을 하는 게 좋다.)
캐롤: 그 때문만은 아니에요. 무척 고마웠어요. 의사 선생님이 참 자상하셨어요.
→ “감사 인사를 하러 왔을 뿐만 아니라 궁금한 게 있어서 왔어요.” (※상대방의 말을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 그 뿐만 아니라’라는 긍정적인 형식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변죽 울리지 말고 찾아온 목적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밝히는 게 좋다.)
멜빈: 감사 편지에 적어 보내세요.
→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여 기분 좋았겠군요. 나도 기쁘고 안심되네요. 그런데 비 오는 심야에 급하게 찾아온 이유를 솔직히 말해 주면 좋겠어요.” (※그 의사에게 감사 편지 보내라고 딱딱하게 반응한 까닭은 상대방이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변죽 울리는 것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내가 바라는 것을 분명히 요청하는 게 좋다.)
캐롤: (황당하고 막막한 표정을 짓는다)
멜빈: (큰 수건을 갖고 와서 비에 흠뻑 젖은 캐롤에게 건네준다) 헤어드라이어 있어요.
→ “감기 걸릴까 봐 걱정되네요. 들어와서 헤어드라이어로 말리실래요?”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분명하게 권유한다.)
캐롤: (몸을 대충 닦으며 묻는다) 왜 그런 거죠? (의사를 보내고 치료비를 지불해 준 이유와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묻는다)
→ “고맙지만 괜찮아요. 제게 큰 친절을 베푼 이유가 무엇인가요?” (※상대방의 친절한 제안에 대해서 먼저 감사 표현을 하는 게 좋다. 그런 뒤에 자기 할 말을 한다.)
멜빈: 식당에 다시 나왔으면 해요.
→ “당신이 내게 서빙을 해야 기분이 좋고 편해요. 다시 식당에 출근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도와드린 거예요.” (※‘바람’만 말하지 말고 바라는 이유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요청하는 게 좋다. 그래야 상대방이 나의 요청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캐롤: 얼마나 헷갈리는지 알아요? 전 당신이 혹시...
→ “내 서빙이 편해서 계속 나의 서빙만을 받고 싶다는 말이죠? 혹시 날 좋아하세요.” (※상대방의 말을 명료화 하고, 궁금한 점을 솔직하게 질문한다.)
멜빈: (묘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대답할 차례요?
→ “헷갈리시나 보네요.” (※상대방의 말을 수용하며 ‘재언급’한다.)
캐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든다)
멜빈: 난 내일 식당에 나갈 거요.
→ “내일 식당에서 만나요. 꼭 출근하면 좋겠어요.” (※나의 기대와 바람을 분명하게 요청할 때 상대방이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
●장면 5. 멜빈이 며칠 전에 강도를 당해 온 몸이 다치고 경제적으로 파산 상태가 된 사이먼의 집에 밤에 수프를 들고 방문하는 장면
멜빈: 안 잘 것 같아서… 중국 수프를 가져 왔네.
사이먼: 아…, 고마워요… (사이먼은 몸을 돌려 멜빈이 자기 집으로 들어오게 한다.)
멜빈: (집 안으로 들어가서 가져온 수프 통을 의자 위에 소리 내면서 놓는다) 이렇게 피곤하긴 처음이야. (사이먼 옆에 앉는다) 한 잠도 못 잤다네. 머리가 혼탁하고 내 정신이 아냐. 골칫거리가 생겼어. 피곤해서가 아냐.
사이먼: 아프고 멀미나고…
멜빈: 졸려.
사이먼: 전부 이상하게 보이고 복통이 나고 불평할 기력도 없지요.
멜빈: 바로 그 증세야. 자네와 대화를 하다니… (잠깐 침묵하다 일어나) 얘기 즐거웠네. (사이먼 방에서 나와 바로 앞인 자기 집으로 간다)
◆바람직한 반응 및 해설
멜빈: 안 잘 것 같아서… 중국 수프를 가져 왔네.
→ “어떠신가? 실례되지 않는다면 들어가도 될까?” (※상대방 집에 들어가기 전에 상대방의 의사를 묻는 게 예의다. 안 자고 있다고 들어가도 되는 게 아니다.)
사이먼: 아…, 고마워요…. (사이먼은 몸을 돌려 멜빈이 자기 집으로 들어오게 한다.)
→ “고마워요. 들어오세요.” (※집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겠다면 분명하게 말로 표현하는 게 좋다.)
멜빈: (집 안으로 들어가서 가져온 수프 통을 의자 위에 소리 내면서 놓는다) 이렇게 피곤하긴 처음이야. (사이먼 옆에 앉는다) 한 잠도 못 잤다네. 머리가 혼탁하고 내 정신이 아냐. 골칫거리가 생겼어. 피곤해서가 아냐.
→ “고마워. 걱정거리 때문에 한 잠도 못자서 너무 피곤해서 어지러워.” (※집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해 준 대 대해 감사를 표현한다. 그리고 방문한 이유를 명료하게 말한다.)
사이먼: 아프고 멀미나고…
멜빈: 졸려.
사이먼: 전부 이상하게 보이고 복통이 나고 불평할 기력도 없지요.
멜빈: 바로 그 증세야. 자네와 대화를 하다니… (잠깐 침묵하다 일어나) 얘기 즐거웠네. (사이먼 방에서 나와 바로 앞의 자기 집으로 간다)
→ “자네와 대화하게 되어 기쁘군. 즐겁고 고마웠네. 잘 자게.” (※앙숙 관계였던 사이먼과 대화하면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상담심리학 박사, 한마음상담센터 대표, 인제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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