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대 김해창 건설환경도시공학과 교수.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홍보팀의 김모 팀장이란 사람이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 오후 전화가 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 교수님이죠? 칼럼하나 쓰실 수 있겠어요? 신재생에너지의 장점 같은 걸로요.” 내가 이야기했다. “어디다 쓰시게요?”. “동아일보나 문화일보에 게재할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황당했다. “동아일보나 문화일보에 왜 내가 그런 걸 써야 하며 또한 팀장님은 원자력문화재단에 있으면서 왜 그런 일을 해요?”라고 되물었다. 그 팀장 하는 말이 이랬다. “지금 너무 원전 홍보 일색의 기사가 많이 나서 반론도 좀 실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고, 김 교수님의 여러 글을 읽어보고 그렇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드렸어요. 지금 원자력문화재단도 무조건 원전홍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뀌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말이 안 된다 싶어 “됐어요. 정 하려고 하면 보수언론사에 칼럼을 내주겠느니 하는 것보다 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제가 쓴 칼럼을 올려주시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생각할수록 황당해서 카톡으로 지인 몇 분께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 중 한 분이 내게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님, 기분이 좀 나쁘시더라도 그 언론의 독자들을 만난다고 생각하고 칼럼을 한 번 써줘 보시죠.”
그래서 다시 김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칼럼을 보내면 질질 끌지 않고 확실히 동아일보에 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아니면 다른 언론사에 칼럼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팀장은 지금 출입기자들과 연락을 해 조치를 해보겠다고 했다.
얼마 뒤 그는 내게 전화를 해 "동아일보 쪽에는 데스크에서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문화일보 쪽에는 산업부 출입기자를 통해 얘기가 됐다”면서 “문화일보 담당 기자분 연락처를 드릴테니 통화를 하시든지 해서 칼럼이 되는 대로 써보내시면 됩니다”고 했다.
그래서 하루 이틀 고민한 끝에 칼럼을 써보냈다. 2학기 ‘신재생에너지의 이해’라는 과목의 교재 원고를 다음달 초까지 탈고해야 하기에 바쁜 와중에 ‘사명감’을 갖고 시간을 쪼개 글을 정리해 24일 밤에 담당기자에게 이멜로 하나 보내고, 김 팀장에게도 참고하라고 보내줬다.
26일 오후 김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 교수님, 죄송하지만 문화일보에서 게재가 어렵겠다고 합니다. 어쪄죠?” 나는 화가 났다. “김 팀장님, 애시당초 말이 안 된다 싶긴 했는데, 지금 와서 책임도 못 질거면서 왜 그런 일을 해요?”.
김 팀장이 미안해 하길래 이렇게 말했다. “제가 보낸 칼럼을 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올려주세요. 남의 언론사에 칼럼을 보낸다느니 할 것이 아니라 원자력문화재단에 재단과는 다른 의견임을 전제로 올려주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자 김 팀장은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재단에 칼럼을 올리는 것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김 교수님 칼럼 톤을 조금 낮추시면 문화일보에 다시 한 번 부탁해보고, 아니면 다른 언론사를 한 번 찾아보면 안 될까요?”라고 한다.
나는 이젠 그만 전화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마디 했다. “이보세요. 김 팀장님, 이사장님한테 보고를 드리든지 해서라도 제 칼럼을 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에 게재해주세요. 애시당초 보수언론에는 보낼 생각이 없었으니까 싣지 않아도 괜찮아요. 전화 끊어요.”
참 황당하다. 내가 평소 잘 아는 선후배도 아니고 전혀 뜬금없이 전화를 해 ‘탈핵칼럼’을 써 자기에게 보내주면 보수언론에 칼럼을 게재하도록 해주겠다니. 정말 ‘고양이가 생선가게 걱정해주는 꼴’이었다. 나는 김 팀장이 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에 내 칼럼을 게재하도록 상의하고 있다는 전화가 다시 오기를 바라지만 하루가 지난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아마 문화일보에 원래 칼럼을 싣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것 같다. 그래도 빠른 시일에 ‘칼럼 게재 가부 통보’를 해준 데 대해선 고맙고 한편 직장인으로서 홍보맨의 고충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세상은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될 것 같다. 과연 이게 원자력문화재단 홍보팀 직원이 할 일이며, 언론사와 재단 관계자가 이런 식으로 ‘칼럼 게재’를 ‘알선’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 말이다. 솔직한 내 생각은 원자력문화재단은 이제는 없어져야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원자력안전문화재단’ 또는 ‘에너지문화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동아일보나 문화일보 또는 원자력문화재단에 게재하려고 했던 나의 칼럼을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알린다. ‘무늬만 언론’보다는 ‘진정성을 가진 1인 SNS 언론’을 믿기로 했다.
‘원전 쇄국’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개항으로 나가야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새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특히 신고리5,6호기 백지화 여부를 두고 원자력업계의 반발이 거세 보인다. 친원전 전문가들은 미국, 일본, 중국에서 원전붐이 일어나고 있고, 원전이 줄면 ‘전기요금폭탄’에다 우리나라 산업기반이 단번에 무너질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는 ‘침소봉대’이자 원전업계의 항변에 불과하다. 석탄, 석면산업이 공해산업으로 퇴출되고 있듯이 ‘불안하고 불완전한’ 원자력산업도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원자력사업은 사양산업이며, 대세는 재생가능에너지이다. 세계원자력산업동향보고서(WNISR)과 영국 석유기업 BP의 2000년~2015년 세계 풍력, 태양광, 원자력발전 설비용량 추이 자료를 보면 2000년에 비해 2015년 말 원자력이 27GW(신고리5, 6호기의 경우 2.8GW) 늘어났다면 태양광은 229GW(8.5배), 풍력발전은 417GW(15.4배)이다.
1997년~2015년 세계 전력 생산변화 추이를 봐도 1997년에 비해 2015년 말 원전은 178TW(TW=1000GW=1,000,000MW) 늘어났는데 비해 태양광이 252TW(1.4배), 풍력이 829TW(4.7배)이다. 원전은 2010년 366TW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경우 원전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2015년 말 현재 시설투자는 원전이 27GW인데 비해 태양광은 43GW(1.6배), 풍력이 146GW(5.4배)이다. 풍력 투자가 원전보다 5배가 넘는다. 이것이 팩트다. 세계원자력산업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은 1995년 세계 전력의 17.6%를 차지했으나 2015년 말엔 10.7%로 떨어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원전에 비해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평균 kWh당 발전단가가 2014년에 석탄 60년, 원자력 120원, 태양광 180원, 풍력 90원이던 것이 불과 3년 뒤인 2020년에는 석탄 70원, 원자력 130원, 태양광 80원, 풍력 70원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자력보다 싸지는 ‘제너레이션패리티(generation parity)’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A)가 발표한 세계 지역별 육상풍력발전의 발전단가는 2014년 kWh당 6~12 센트(67원~134원)로 2010년보다 7~12% 하락했다. 2015년 태양광의 발전단가도 2010년보다 약 58% 하락한 12센트이다. 우루과이의 경우 8.6 센트(97원)까지 내려갔다. 태양전지모듈 가격이 2010년보다 2015년엔 65~70% 하락했다.
그러면 전기요금은 얼마나 올랐을까.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공개한 산업부 자료에서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노후원전 8기를 멈추기 직전 해인 2010년 MWh당 244유로에서 2015년 295유로로 21% 상승했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119유로에서 149유로로 25% 상승했다. 일본의 경우 원전비율이 2010년 26%에서 2015년 0.3%로 줄어든 5년 새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20.37엔(204원)에서 24.21엔(243원)으로 19% 상승했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13.65엔(137원)에서 17.65엔(177원)으로 29% 인상됐다. 2011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상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4.4%로 높일 경우 실질전기요금 상승률을 39.3%로 예상했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10년간 2%를 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찔끔인상’이 아니라 체계적인 인상이며, 에너지절약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48%나 올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10년간 휴대폰 통신비는 얼마나 올랐을까.
전 정부는 전력수요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지난 10년의 피크수요를 근거로 미래 발전비용을 과다추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다수호기, 활성단층문제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한 신고리5,6호기의 ‘졸속허가’야말로 부울경지역 주민에게는 ‘국가폭력’이었다. ‘원전업계를 위한, 원전전문가에 의한 정책’이 아니라 이제 주권자인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원전쇄국’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의 개항’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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