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수 "소셜미디어 면책 대신 규제 흐름…알고리즘 보완할 인력고용 필요해져"
EU의 잊힐 권리, 미국의 성적 인신매매 책임 입법 등 "이제 시작"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1. 미국의 자동차 제조 업체 제너럴 모터스는 한창 절정기이던 1979년 미국에서만 61만8천 명, 전 세계적으로 85만3천 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반면, 페이스북 직원은 지난해 2만5천 명을 약간 넘는 수준. 그마저 2015년 1만2천700 명이던 것이 늘어난 결과다. 증시 시가 총액으로 세계 3위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직원도 약 7만5천 명에 불과하다.
2. 언론사 등 전통적인 발행업자들은 아동 외설물 같은 불법적인 내용을 발행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고 명예훼손이나 저작권 위반일 때는 법적인 제소를 당할 수도 있다.
반면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서비스 업자들은 전화회사처럼 단순 전달만 하는 '매개자'라는 이유로 이런 법적인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그 덕분에 '적은 고용, 큰 수입'의 신경제 사업 모델이 가능했다.
3. 미국과 유럽에서 규제기관과 입법자들이 페이스북 등을 단순 매개자로서가 아니라 "데이터 처리자와 관리자" 등으로 새로 인식하면서 규제에 나서기 시작함으로써, "겨우 수만 명을 고용해 수십억 사용자들로부터 초거대의 수익을 올리는" 테크 기업들의 `기존' 사업 모델은 끝났다. 이제는 곧 규제 준수를 위해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야 해서 커다란 일자리 창출 기업으로 변하게 돼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헨리 파렐 교수가 최근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신경제의 구사업 모델은 끝났다"고 주장하면서 편 논지다.
기껏 수만 명의 종업원으로 전 세계 수십억 사용자들을 거느리게 된 것은 인력을 대체하는 알고리즘과 기계학습 덕분이지만,1990년대 이들 기업을 규제로부터 제외해준 정치적 결정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파렐 교수는 지적했다.
빌 클린턴 시대, 전자상거래 활성화, 정보 고속도로 구축 등을 명분으로 정보유통에 따른 책임을 면해준 통신품위법 제230조가 없었다면, "아무리 영리한 알고리즘를 사용해도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인력을 더 많이 쓰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파렐 교수는 말했다.
당초 경이로운 신문물이던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은 성숙하면서 선거에서부터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삶의 핵심 부분이 됨에 따라 그 폐단이 드러나고 이에 시민과 정치인들이 주목하게 됐다.
페이스북의 반유대인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겨냥 광고,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 유튜브의 사회 혼란을 유발하는 음모이론 범람 등은 이들 업체가 의도한 게 아니나, "그게 바로 문제"라고 파렐 교수는 강조했다. "시장을 창출하고 자극적인 내용을 사용자들에게 차려주는 알고리즘에 의존한 사업 모델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사용자의 특정 기호를 파악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알고리즘에만 맡겨두면, "원예에 관심 있는 사용자에게 관련 내용을 서비스하는 것과 반유대주의자에게 관련 내용을 서비스하는 것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리즘은 모른다"고 파렐 교수는 설명했다.
유튜브 영상의 경우도 사용자 기호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은 점점 충격적이고 놀라게 만드는 내용의 영상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따라서 "페이스북, 구글 등이 정말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 알고리즘이 잘못되지 않도록 하고 잘못된 경우 이를 바로 잡을 "인간의 판단이 더 많이" 필요한 만큼 이 업무를 할 사람을 더 많이 고용하거나, 그 비용이 부담이 된다면 사업 내용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파렐 교수는 주장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이 점을 의식해 의회 청문회에서 알고리즘을 더욱 영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변했으나,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도 뒤죽박죽 섞인 정보에 숨은 구조를 발견하거나 데이터를 범주화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복잡한 정치적 판단을 하거나 이를 정당화하는 데는 젬병"이라고 파렐 교수는 설명했다.
바로 이 복잡한 정치적 판단 부분을 규제기관들과 입법 의원들이 주목하고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이 급성장하도록 해준 면책의 보호 거품이 터지기 시작한 조짐의 하나로, 파렐 교수는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잊힐 권리'를 내세워 구글 검색 결과에 나오는 개인정보를 삭제토록 판결한 것을 들었다.
이 판결 자체도 구글로서는 걱정스럽지만, ECJ가 구글을 "데이터 처리자 및 관리자"로 규정한 게 더 무서운 일이라고 파렐 교수는 주장했다. "이제는 단순 매개자라는 변명 뒤에 숨을 수 없게 됐으며, 미래엔 정부와 사용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의무를 지게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규제기관들은 더 나아가 저작권, 증오 연설, 유료 콘텐트 같은 분야에선 정보유통 책임을 지우는 모델로 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성적 인신매매 금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이트에 대해선 통신품위법 제230조 상의 면책을 제한하는 입법이 이뤄졌다.
파렐 교수는 "기술 거대기업들의 행태에 대한 정치인들과 시민들의 걱정이 커지면서 이들 업체는 새로운 규제 부담을 지게 됐으며, 준법 관리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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