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바닥론 / 전다형
전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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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3 17:58 | 최종 수정 2021.04.0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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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론 / 전다형
바닥을 쳐본 사람은 알地
깍아지른 절벽을 사는 사람이地
절벽인 몸을 벼랑 끝으로 내몰地
청천벽력, 진퇴양난의 난관에 서地
바닥에서 출발해 바닥에 닿는 순례자地
바닥을 밑천 삼은 사람은 바닥이 전 재산이地
바닥 친 바닥이 바닥바닥 깎아지른 낭떠러지地
바닥에 무릎 꿇은 한 무릎이 끙 바닥을 부축하地
바닥 한복판에 바지랑대로 밀어 올린 게르 한 채
바람이 꽂은 항복의 깃발이地
손바닥 발바닥이 펼쳐놓은 누항이地
고무대야가 하체인 남자
온몸으로 바닥을 밀고 가地
고달픈 민달팽이 행렬이地
연지곤지착지 낙인 찍은 배밀이 철학이地
맨바닥이 바닥에 누워 밑바닥을 들우어 보地
바닥에서 출발한 사람은 바닥 쳐도 본전이地
무심히 지나치는 직립의 보행자는 바닥을 깔보地
와불의 사내가 시장바닥을 무겁게 끌고 가는 동안
구성진 뽕짝 메들리는 제 흥에 겹地
효자손고무장갑실바늘돋보기 날품팔이地
빈 소쿠리 동전 몇 닢은 물 건너간 입치레地
치고 오를 일만 남은 절망이 최대치 희망이地
절박한 어제를 갈아엎는 오늘의 근육들이
완성된 죽음을 질질 끌고 가地
평등한 죽음이 바닥의 지지대地
오체투地, 거룩한 발바닥 순례자地
누운 바닥은 관이고 선 바닥은 신전이地
◇전다형 시인은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2년 첫 시집 『수선집 근처』
▷2020년 『사과상자의 이설 』
▷2012년 제12회 부산작가상 수상
▷부경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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