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다형 시인의 '시 밥상' (27) 보금자리 홍보영상 / 장용자
전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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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31 18:22 | 최종 수정 2020.08.0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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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홍보영상 / 장용자
수천수만 번을 날아 올린 꿈의 궁전
최신 최고 최적의 기치 아래
선주문 분양공고
발 빠른 입주가 시작되었다
▶장용자 시인 약력: 계간 시선으로 등단
충청예술문화 초대작가
시노래예술마당대표
전자시집 <새집증후군>, 시집 <dicapoem poet>(공저)
▶〈보금자리 홍보영상〉은 디카시*이다. 시인은 벌집에서 ‘보금자리 홍보영상물’을 발견한다. 이 꽃 저 꽃 “수천수만 번을 날아 올린 꿈의 궁전”에 입주하는 꿀벌의 날개짓을 생각한다. 이를 통해 한 집안 가장의 어깨를 짚어본다. 한 채의 보금자리를 마련키 위해 흘린 땀방울의 염도를 재어본다. “최신 최고 최적의 기치 아래 / 선주문 분양공고”를 보고 입주를 결정한 꿀벌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세상 분양 열기 못지않게 “발 빠른 입주가 시작”된 벌집은 꿀이 뚝뚝 흐른다. 이사철, 벌떼같이 모여드는 인파 속에 서 있는 환상은 꿀 수 없는 꿈일까?
입주를 앞두고 서재는 햇볕이 잘 드는 안방에 침실은 작고 아담한 구석방에 바보상자를 없앤 거실엔 원탁 테이블을 거실 중앙에 두고 오순도순 하루치 일과를 나누는 광장이면 좋겠다. 다 저녁이면 하루를 꺼내놓고 도란도란 내일을 충전하는 보금자리면 얼마나 설레고 가슴 벅찰까? 이 디카시는 현재 우리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에 이 시를 바라보는 마음 또한 예사롭지 않다. 꿀벌들이 벌집을 짓기 위해 일생을 바치듯 우리 역시 보금자리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 일한다.
요즘 삼포세대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는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 삼포는 결혼과 아이와 집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내 집 마련인 것 같다. 그리고 비혼 족이 늘어나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혼 삼 년 만에 신접살림집 구하다, 물집이 생사람 잡았든가? 신을 꺾어 신고 ‘이 세상 이 많은 집들 중에 내 집은 없나’ 울었든가? 이 디카시가 곡비를 자청한다.
*디카시의 사전적 정의는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이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전다형 시인은
▷경남 의령 출생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졸업, 박사수료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수선집 근처'(푸른사상사), '사과상자의 이설'(상상인)
▷연구서 '한하운 시 고통 연구'
▷제 12회 부산 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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