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면 동물학대로 처벌 받아요 – 한국편②
지난 9월 28일 서울고등법원은 “개를 전기꼬챙이로 감전시킨 뒤 도살한 행위는 동물보호법 제8조의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인천지방법원의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수십 마리의 개를 전기도살한 피고인에게 동물보호법위반의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 주된 이유는, ‘동물을 죽이는 것 자체가 잔인성을 내포하므로 잔인한 방법의 범위가 너무 넓어지거나 불명확하게 될 수 있어 극히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전기로 죽이는 행위가 목을 매달아 죽이는 경우에 동물이 겪는 정도의 고통에 이르게 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위 판결은 동물학대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따라서 원칙대로라면 처벌되어야 하는- ‘동물을 죽이는 행위’가 개 식용의 현실과 만나, ‘잔인한 방법’의 범위가 매우 축소해석된 사례로, 동물학대 처벌조항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가 많습니다. 2012년 에쿠스 승용차가 개를 매달고 질주해 개가 사망한 소위 ‘악마에쿠스’ 사건의 경우 피의자의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동물에게 커터칼 조각을 먹이고 발톱을 뽑은 행위, 굶긴 개에게 막걸리를 먹여 죽인 행위 모두 처벌되지 않았습니다. 여자 친구 고양이를 14층에서 던진 후 발로 밟아 죽인 행위, 고양이 머리를 짓밟고 목에 줄을 걸어 배관에 묶어둔 행위, 이웃집 개 10마리가 시끄럽게 짖는다는 이유로 제초제를 뿌린 행위 모두 벌금형(각 30만 원, 50만 원, 100만 원)만을 선고받았습니다.
심지어 새끼 길고양이를 내동댕이쳐 죽인 남성은 이미 동물학대로 두 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벌금 600만 원을 선고받는데 그쳤습니다. 이처럼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정도이며, 최근 5년 간 동물학대로 징역형의 실형을 받은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다음 편에 살펴볼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가벼운 정도의 처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인 동물이 말을 할 수 없고, 동물학대 행위는 마치 가정폭력처럼 은밀히 행해지는 경우가 많아 수사나 처벌이 어려운 점은 동물학대 사례의 특성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특히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와 같이 한정적으로 규율하여 다양한 동물학대 사례를 모두 포섭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법규의 미비점도 문제이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법 조항을 제대로 적용하고 그대로 해석하지 않는 검찰, 법원의 동물학대 처벌의지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위 판결의 경우, 이미 ‘개 전기도살 행위’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의 판결과도 서로 모순되는 결과를 낳았고, ‘잔인한 방법’이 어떠한 방법인지 그 해석 또한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2016년 대법원에서는 전기톱으로 로트와일러를 살해한 것에 대해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며 동물보호법위반의 유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는데, 그렇다면 전기톱을 사용하여 죽이면 잔인하고 전기봉을 사용하여 죽이면 잔인하지 않은 행위일까요?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그 기준을 알기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형벌 법규에서 반드시 필요한 명확성을 해하고 있으므로, 법원의 통일된 해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동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동물학대나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동물보호법 제8조가 유일한데 이조차 제대로 적용·집행되지 않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점입니다.
유사한 동물학대 사례에 대하여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학대행위자를 처벌, 조치하고 있는지 다음 편에서 계속하여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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