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영가’ 치료 대상일지도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하려면 ‘수신제가修身齊家’ 하라. 수신제가 하려면 ‘성의정심誠意正心’ 하라. 성의정심 하려면 ‘격물치지格物致知’ 하라.
사서삼경 가운데 대학의 첫 구절에 나오는 말로서 너무도 유명해진 것이다. 모두 네 토막으로 돼 있는데, 사람들이 보통 처음 두 토막(치국평천하와 수신제가)까지만 회자하고 나머지 둘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여야 모두 10여 명이 넘는 잠룡들이 내년 대선을 향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동북아 정치사에 위 대학 네 구절의 장구만큼 영향을 준 것도 없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리관유 전 수상은 자기 손녀의 이름을 ‘수제修齊’라 지었다고 ‘포린 어페어스 Foreign Affairs’지에 자랑하기까지 한 적이 있다. ‘서양식 민주주의 저리 가라, 우리 동양엔 서양보다 더 탁월한 정치사상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김대중 대통령은 같은 잡지에 우리 한국엔 ‘인내천人乃天’ 사상이 있다고 리관유에게 맞대응하였다.
이제 천하를 평정하겠다고 대권을 꿈꾸는 용들이라면 철학과 정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이 ‘낮술’ 문제로 저잣거리가 시끄럽다. 심지어는 무속인들까지 나서 윤석열의 술은 ‘술귀신’에 씐 정도라서 몸속에서 이 귀신을 쫓아내야 한다고 한다. 무속에서 이런 잡귀를 몸에서 몰아내는 것을 ‘영가靈駕’라고 하는데 윤석열이 국가와 국민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하루 속히 영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일갈하고 있다.
다음에 소개할 최근 몇 가지 저잣거리에 나도는 언론 기사를 보면 무속인들의 말이라도 경청해야 할 지경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진중에서 애국충정 일념으로 왜구들과 싸울 때에 매일 아침마다 새벽 기도를 올린 기도문을 통해 대학 장구가 말하려고 하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낮술’은 윤석열의 민낯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웅호걸은 ‘술과 여자를 좋아 한다’는, 그래서 대권을 꿈꾼다면 적어도 호방豪放하고 호탕豪宕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음인지, 그래서 음주가 지지율 상승에 상당한 정도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음인지, 아래 언론 기사들을 보면 그의 호방하고 호탕해 보임이 호감(?)을 살 만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인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며 대권 행보에 가속도를 붙인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브랜드는 ‘술’이다. 정치적 고비 때마다 돌파구를 마련하는 자리에 술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7일 부산 서구의 한 식당을 방문,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식사하던 중 시민이 권한 소주를 마시는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오후 6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치맥을 나누는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살구나무 밑에서 동지애를 맺는 ‘도원결의桃園結義’와 같음인가, ‘치맥결의’를 하고 있는 윤석열과 이준석 사진 말이다. 이들의 우정이 치맥과 함께 영원 할까는 두고 볼 일이다.
“아직은 여의도가 낯선 정치 신입. 국민의힘 안팎 정치권 인사들과 스킨십을 늘려가며 본인의 세를 불려가는 데 허심탄회한 술자리는 제격일 수 있다.” 언론들은 치맥결의를 이렇게 미화 기사화 하고 있다. 이날 윤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는 광진구 건대입구역 근처 한 치킨집에 마주 앉아 맥주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맥주 500cc를 15분 만에 비우고 곧바로 한 잔을 더 주문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윤 전 총장은 회동 도중 떨어져 앉은 서범수 국민의힘 대표 비서실장과 건배를 한 뒤 맥주를 '원샷'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이날 함께 마신 맥주량은 총 4500cc. 500cc 기준, 이 대표가 3잔, 윤 전 총장은 6잔을 마셨다고 한다.
7월 27일 대권 행보 이후 처음 부산을 찾은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인 장제원, 김희곤, 안병길 의원과 만나 오찬을 함께했다. 이때도 부산의 대표 소주인 '대선 소주'로 반주를 걸쳤다. 이때 언론에는 '대선' 소주로 부산 민심을 공략하는 한편 부산 지역 의원들도 각별히 챙기며 친윤계 관리에 본격 돌입하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왔다. 또다른 술친구는 민주당을 탈당해 제3지대에 머무르고 있는 금태섭 전 의원이다. 7월 31일 오후 금 전 의원과 통화를 하던 중 저녁 번개 약속을 잡고 90분가량 식사하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번 낮술 명칭은 ‘번개 소주’로 명명되었다.
윤석열과 금태섭은 문재인 진영을 탈출해 적진에 들어가 손자병법의 고육계苦肉計를 구사하고 있는 점에서 유사한 것 같아 보인다. 적진에 달려가 자기가 상처 난 부위를 보여주며 죽도록 매 맞고 왔으니 믿고 써달라고 애원하는 계책 말이다. 그러나 고육계란 배신자들이 구사하는 것이 아니고, 충신들이 하는 진영을 떠나지 않고 하는 병법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지금 진영을 배신하고 가 고육계를 구사하고 있다.
민주당의 술, 과연 ‘내로남불’인가? 그러나 윤석열 캠프에서는 이재명 지사의 과거 음준운전 전력과 지난 19대 대선 때에 민주당 경선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 이 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이 맥주잔을 기울인 모습이나, 2017년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의 1차 회동에서 ‘호프미팅’을 가진 모습을 제시하며 ‘내로남불’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정말 정확한 대비인가? 독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예수도 바리새인들로부터 술 마시고 음식을 탐한다고 비난을 받았다는 기록이 복음서에 나온다. 한국에 온 선교사들은 음주와 흡연을 엄격하게 금했다. 그래서 윤석열 캠프는 분명히 알라. ‘술자체’를 문제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증세 확산세가 심해져 가고 국민들이 모두 어려워하면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겨워 하는 상황에서 백주 대낮, 아직 현장에서 사람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시간에 낮술을 마시고 그것도 잘난 짓이라고 언론에까지 공개하면서 하는 행동이 과연 옳은가 이다. 무엇보다 한 두 번도 아닌 상습적으로 낮술을 마시며 거리를 비틀거리며 돌아다닌 다는 것, 그것도 대권에 도전하는 유력후보가 그래도 되는가 이다.
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백주 대낮에 이렇게 낮술을 마실까? 구한말 사람들이 삶의 희망을 잃었을 적에 부른 ‘희망가’의 한 구절 “이 풍진 세상 만났으니 나의 희망이 무엇인가?” 실로 희망 아닌 희망가이다. 윤석열, 세상만사 다 잊고 싶어서인가? 호방하고 호탕해서인가? 석열의 낮술, 국민들은 지금 이장희의 노래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고 또 마시자” “나도 마시자” 할 것만 같다.
미국 서부 인디언 보호 구역을 가면 대낮에 인디언들이 모든 희망을 잃고 술병을 들고 거리를 해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윤석열, 영가라도 받고 제 정신 차리고 대선에 임하기를 바란다. 이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수신제가, 성의정심, 격물치지’. 일단 윤석열 후보의 장모는 지금 징역 3년 형으로 법정구속 돼 있다. 그리고 그의 부인 김건희의 수사 중인 안건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삼부토건과 한명숙 전 총리의 모해 위증 사건 등, 과연 수신제가를 제대고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격물치지格物致知’란 가장 유교다운 덕목이다. 지금의 언어로 바꾸면 ‘현실감’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지식은 항상 사물에 꿰뚫고 있어야 하고 아는 것과 사건은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덕목이다. 가난한 자는 불량식품이라도 먹고 배를 채우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120시간이 모자라도록 일을 해서라도 노동자들은 자기의 궁여지책을 해결해야 한다. 출산율 저하가 페미니즘 때문이다. 이들 언론에 거론되는 사례들은 그가 근본적으로 격물치지가 안 돼 있음을 의미한다. 자기가 아는 지식이 사물과 사건에 일치되도록 하라는, 다시 말해서 ‘현실감’에 대한 강조는 영원한 진리일 것이다. 유교가 수 천 년 동안의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격물치지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윤석열이 앞으로의 시간 동안 얼마나 이 덕목에 대한 내공을 쌓을지는 모를 일이다. 만약에 격물치지에 미달한다면 이 나라와 사람들을 사퇴하고 스스로 내공을 쌓아야 할 것이다.
대학의 네 덕목을 지금 사람들은 봉건주의 시대의 버팀목이었던 낡은 유교 윤리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치국평천하’는 사회와 집단을, ‘수신제가’는 가정과 개인을, 그리고 ‘성의 정심’은 정신적인 관념적인 것을, 격물치지는 물질적 유물론적인 것을 균형 있게 강조한 바, 실로 유교가 어떻게 동양을 수천년을 동안 이끌어 왔는가는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가치관이다.
이러한 가치관은 이충무공의 삶 속에 그대로 묻어 배어 있었다. 충무공의 마지막 기도이순신 장군은 신새벽이면 어머니 계신 곳을 향해 절을 함으로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수신제가의 상징이 아닐까 한다. 이순신은 진중에서도 그의 아들과 아내 모두에게 정성으로 보살폈다. ‘효’는 모든 것의 근본임을 몸소 실천했다. 충무공도 진중에서 술을 마셨다. 진중일기에 자주 음주 장면이 나온다. 다음 얘기를 하기 전에 이 말을 먼저 하는 이유는 윤석열과 그의 캠프에서 충무공도 진중에서 술을 마셨다고 할 것이라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런 말로 윤석열이 자기 음주를 ‘호도’하려 한다면 상식이 판단할 것이다.
충무공이 이 땅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 우국충정은 그의 일기 속에 구구절절 남아 있다. 충무공 이순신은 왕의 신하였지만 윤석열은 지금 왕조 시대라면 왕이 되려고 한다. 그래서 그의 가슴 속에 일루의 우국과 충정을 발견하고 싶다. 오직 그의 입에서는 ‘문재인 심판’만 나오고, 나라와 사람들을 향한 그의 그림은 오직 위에서 말한 놀랄 만한 발언들뿐이다. 이순신은 조선왕조에서 무과에 합격을 했다. 그래서 그의 기본 정치사상은 대학의 그것과 멀지 않다.
격물치지 앞에 있는 ‘성의정심’을 말해 보자. 치국평천하 하자면 수신제가를 해야 하고 그것보다 먼저 “정성을 다해야 하고 마음을 바로 가져야 한다”는 이 절구는 너무 부담스러워서인지 ‘수신제가’에서 끝나고 만다. 수신제가가 윤리적이라면 ‘성의정심’은 종교이고 철학이다. ‘지성감천’이라고 한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돕고 감동한다는 것이다. 마음을 바르게 잡고 정성을 다하라는 것이다. 충무공은 새벽에 별을 향해 기도하고 참배했으며, 마음을 정돈하고 정결케 했다. ‘정성을 다 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중용은 말하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 직전에, 상제님께 올린 간절한 기도는 우리의 흉금을 울리고 있다.
7년의 전쟁 중 일본군은 조선 팔도를 유린하며 짓밟았고, 백성들은 불안한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임진왜란 7년 전쟁으로 백성들의 피가 산과 들에 뿌려졌고, 국토가 일본군의 총칼 아래 장악되어갔으나 바다는 그렇지 않았다. 바다에는 이순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1598년 11월 18일(음력) 무술년,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를 구원하러 온 500여 척의 일본 함대와의 결전을 앞둔 날 자정. 이순신 장군은 손을 씻고 배위에 올라가 상제님께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노량해전 직전, 이순신이 올린 기도는 아래와 같다. 時日三更에 舜臣이 跪祝于天曰“ 이날 삼경(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이순신이 무릎을 꿇고서 상제님에게 빕니다. ”今日固決死하오니 願天必殲此賊하소서“ 오늘 진실로 죽음을 각오했사오니, 원컨대 상제님께서는 이 왜적을 반드시 섬멸시켜 주시옵소서.”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제17권 「선조조고사본말宣朝朝故事本末」 조선 후기 이긍익李肯翊(1736-1806)-
관음포 앞바다
침략자의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요구했던 최후 최대의 전투 노량해전. 충무공 이순신이 전사한 남해 관음포 앞 바다. 이곳은 성난 파도도 지날 때 숨을 죽이고 간다고 한다. 충무공은 노량해전에서 생을 마감했다. 신은 인간의 요구를 들어 줄 때에 항상 희생제물을 바랐음인가? 문재인을 죽이는 것이 윤석열 대권 꿈의 처음이고 마지막이라면, 그것이 이순신을 죽이는 것이 저 왜구들의 마지막 소원이었던 것과 같지 않기 만을 바란다.
충무공은 세계 해전 사상 백전백승한 장군으로 알려져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성의정심 격물치지’라고 본다. 반면에 윤석열의 잇따른 말실수와 행보의 오판과 오류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각건대 그의 음주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술, 그것도 대낮에 ‘낮술’을 그렇게 마신다는 것은 그의 판단력을 그르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그의 거의 모든 주요한 행보가 술로 시작한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의 음주를 이재명의 음주운전과 문재인 일행들의 축하주에 빗대며 호도하려고 하는 태도는 국민들의 판단력을 무시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내년 대선을 생각하면 생각하기도 두렵다. 지난 4·7 보선에서 일본 자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에 축하 전화를 했으며, 내년 대선에도 승리하라 격려했다고 한다. 충무공이 지하에서 통곡을 할 것만 같다. 충무공의 기도는 결코 끝이 아니다. 이 민족 이 역사를 사랑한다면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기를 천지신명에게 절실히 기도할 때이다. 내년 대선은 어느 동아줄이 내려오느냐에 따라 국운이 요동칠 것이다. 촛불 민심을 모아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전 한신대학교 철학과 교수>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