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5 : 봄소식 - 산나물의 대표 취나물 & 미역취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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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7 16:30 | 최종 수정 2021.05.0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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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의 대표 취나물
우리나라 산나물의 대표로서 육군의 보병처럼 모든 산채정식과 묵나물의 기본재료가 되는 취나물입니다. 그래서 언양지방에서 아예 나물추라 부르기도 하고 곤달비(곰취)와 대칭개념으로 양달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른 봄엔 향긋한 봄향기로 다가오는 이 복스러운 산나물은 낮은 언덕이나 도랑가에도 자라고 깊은 산속에서도 잘 자라는데 해발고도가 높을수록 부드럽고 향도 진합니다. 그래서 산골사람이나 언양5일장의 할머니들은 그냥 산나물이 아니라 <깊은 산의 나물> 또는 <가지산의 나물추>, <신불산의 배배추>등으로 따로 부르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우리조상들은 봄에 딴 산나물을 이듬해 겨울을 지나 새 나물이 나올 때까지 일종의 저장식품인 묵나물(묵은 나물)을 만들어 먹었는데 여러 종류의 나물을 섞을수록 맛이 좋다고 하는데 그 묵나물 재료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나물추입니다.
묵나물은 여러 종류의 나물을 삶아 말려 요즘 유행하는 컬링공처럼 동그랗게 뭉치고 메주처럼 대여섯 가닥의 짚으로 감싸 햇빛이 안 드는 곳에 매달아 건조와 자연발효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한 자연식품으로 깊고 오묘한 풍미를 풍깁니다. 지금쯤이며 야산이건 큰 산이건 개울가든 골짜기든 어디에든 발견할 수가 있고 초가을에는 키가 무릎까지 자라 연밥처럼 동그랗게 뭉친 하얀 꽃송이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역취
미역처럼 잎이 길쭉해서 미역취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언양지방에서는 미역추라고 부릅니다. 나물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산나물로서 묵나물을 이루는 원투펀치에 해당됩니다. 매우 부드럽고 식감도 향기도 다 좋은데 잘못 삶으면 보글보글 거품이 나 좀 그렇긴 합니다. 미역취라 나물국으로도 무난하지만 특히 어릴 적 나물죽으로 많이 먹은 기억이 납니다.
야산, 고산 할 것 없이 두루 자생하며 논밭의 둑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자생지는 신불산에서 남쪽 취서산 방향 언덕 너머 동쪽 비탈면에 자부룩한 군집을 이루고 있으며 다른데 보다 나물이 크고 북시럽습니다. 가을이 되면 제법 높게 자라며 하얀 꽃이 피기도 합니다.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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