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도라지꽃 / Leeum
Leeum
승인
2020.11.04 13:18 | 최종 수정 2020.11.04 13:27
의견
0
도라지꽃 / Leeum
누군가 버리고 간
갈대발 가시덤불 사이로
보고픔이 한 뼘 자랐습니다
물기 어린 촌스러운 꽃잎에
15촉 초롱불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힘없는 아침 실바람에도
눈물을 후드득 흘리는 걸 보았습니다
그래요
꽉 모으고 있던 꽃잎 안에는
토해내지도 못하는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말 못 하는 그녀 보내드립니다
<시작노트>
시간은 갇혀있지 않고
하루하루를 몰아쉬며
종일 돌고 돌고
퇴근시간이 30분 빨라지더니
정년퇴직의 날도 가까워졌습니다
마음은 아직도 펄쩍 펄쩍 뛰는데 말입니다
하릴없이 30분 빠른 이른 아침 출근길에 만난 풀초롱입니다
찻길을 사이 두고 사무실 앞 텃밭에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이 가시덤불 사이로 신호를 주듯 바람따라 깜빡였고
핏기 없이 찬찬히 바라보는 나는
보랏빛 꽃잎에서 허기와 목마름을 보았습니다
하필 이길에 도라지까지 슬프게 피는 걸까? 마음을 비우고 죽은 듯 묵언수행하는 날이었습니다
홀로 핀 도라지가 아파
눈시울 짓무르기도 한 날
다 읽지도 못하고
슬그머니 스타리에게 주었습니다
그랬습니다
그 날...
◇Leeum 시인은
▷문예마을 시 부문 신인문학상수상(2020)
▷한양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수상(2020)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시야시야-시선 동인
▷동인지 《여백ㆍ01》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주)금호T/C 재직, 기획공연- 다솜우리대표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