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어떤 이별(노트) / Leeum
Le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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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11:31 | 최종 수정 2020.12.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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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별 / Leeum
지나가고
다시 와도
알아볼 수 없는 그대
뜰 밖에서 서성이다
짙고 짙어 붉어진 마음
풀숲에 떨어져
혹여 그대 손에 닿게 되거든
그 마음 아픈 마음이니
호호 불어 공주었다고
지나가는 바람에게
기별이나 해주세요
세상을 알지 못하고 태어나
이미 고아가 되어버린 아이
그러나 다행히도 잘 자라서
철부지였던 제 어미보다 훨씬 커버린
지금은 올해 스물세 살
대학 4학년이 되었을 아이입니디
이젠
시도 때도 없이 울지 않습니다 난
어떤 이별은
그저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번지니까요
<시작노트>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울고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슬픈 건지 어떤 건지 모르고 ...
제가 마흔살 쯤 ...
잠시 맡아 기르던 아기가 있었습니다
내 손으로 백일떡을 해주었고
초가을도 함께 보냈고
1998년 겨울과 봄 사이 2월
양부모의 품 안으로 감싸 안겨졌었고.
아기는 공갈젖꼭지 입에 물린채 아주 먼 나라로 그렇게 갔습니다
아기가 자라서 열일곱 살 된 시월에
양부모와 아이는
정말 영화처럼 저를 찾아 왔습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아이
확실한 건 그녀가 나를 불렀습니다
떨림의 목소리로 엄마~ 라고요
아이가 다녀간 지 다섯 해가 지났지만
엄마라고 불렀던 목소리가 저장되어
내 귀와 내 눈에는 또렷하게 남아 맴돕니다
아이는 맑아 보였습니다
양부모님은 가끔 한국 식당에 데려가 우리 음식을 먹이고 한국어도 가르친다 하였습니다,
그래서일까? 김치도 잘 먹었습니다
나는뭉클했지요
아이의 옷차림새나 자세, 음식 먹는 태도, 첫눈에 본 모습에서 밝고 순하게 잘 자랐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가슴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
갑자기 숲속에서 한 마리 아기 새가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습니다
그때 어떤 이별을 지었습니다
◇Leeum 시인은
▷문예마을 시 부문 신인문학상수상(2020)
▷한양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수상(2020)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시야시야-시선 동인
▷동인지 《여백ㆍ01》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주)금호T/C 재직, 기획공연- 다솜우리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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