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첫눈 / Leeum
Le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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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1 19:10 | 최종 수정 2021.01.0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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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 Leeum
살래 살래 고개를 흔들던 풀잎이
낯선 첫눈에 파르르 떨 때
꽃잎이 먼저 놀란다
다 웃지 못하고
다 기억하지 못하고
지독한 사랑에
살아서 작별하는 꽃
<시작노트>
자주, 늘, 허브공원을 산책하다 늦게 핀 꽃을 보았다
캐모마일 위로 순백의 결정이 내려왔다
어떤 이는 길이 미끄럽겠다고 서둘러 집으로 가고
또 어떤 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있던 폰에 사진을 찍고
또 어떤 이는 눈을 뭉치는데
나는, 갓 피어나 웃지도 못하고 찬바람에 얼어 노랗게 질린 꽃잎이 안쓰럽기만 하다
활짝 펴 보지도 못하고 눈뜬 꽃잎 위에 살포시 앉자마자 녹아 흘러내려 물방울이 된 첫눈도,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분간이 안 되는 生離別이다
꽃은 원망의 눈이다 .
내가 너무 뜨거워서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숲을 돌아다보았다 .
시체로 가득했다
겨울은 희고도 너무나 솔직한 계절이다
◇Leeum 시인은
▷문예마을 시 부문 신인문학상수상(2020)
▷한양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수상(2020)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시야시야-시선 동인
▷동인지 《여백ㆍ01》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주)금호T/C 재직, 기획공연- 다솜우리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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