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Joanne에게 / leeum

Leeum 승인 2021.01.27 20:23 | 최종 수정 2021.01.29 10:28 의견 0

Joanne에게 / leeum

나리꽃같이 청초한 그녀가
물안개 같은 보드라운 그녀가
싱싱 자전거를 타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질주한다는 것도
해무에 가리어진 바닷물에 감전된 듯
거대한 우체통을 덥석 안아 줄 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난 편지를 써서 보낼 줄 만 알았지
우체통을 안아주어야 한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정말
정말
몰랐습니다

아아 이제야 알았습니다
간절곶 우체통이 파르르 떨었던 것도
편지를 받고서야 알았습니다

내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끼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그녀의 체온이 유월을 닮았다는 걸

<시작노트>

몇 해 전
아이의 손을 잡고 간절곶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바다와 우체통과 바람 속에서 피어난 해국 한 떨기를 쪼그리고 바라본 적이 있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휘몰아쳤던 세상 속의 시간이 이 신선한 자연 속에서  
공해로 추가하는 요지경 세상의 시간에 쫓기고 빠른 일상의 시간에 익숙해져 살았던 나에게 
느슨함과 배려를 가르쳐준 건 
손 편지의 감동과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을 전해 주는 특별하고 거대한 우체통이 있는 풍경을 보고서 알았습니다

편지는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어릴 적 엄마의 품속 같은 곳이란 걸 느낍니다

Joanne이 
덥석 끌어안은 간절곶 우체통은 아주 특별한 모습이었습니다
대단한 우주적인 집채만 한 우체통과 연약하고 섬세한 들꽃 같은 그녀에게서 짓궂지만 
염전의 시를 접했던 예의바른 그녀의 첫 느낌과 소나기 지난 후 염부의 기다림과 
유월의 뜨거운 해의 기운과 여유를 느끼며...

Leeum 김종숙
Leeum 김종숙

◇Leeum 시인은
▷문예마을 시 부문 신인문학상수상(2020)
▷한양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수상(2020)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시야시야-시선 동인
▷동인지 《여백ㆍ01》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주)금호T/C 재직,  기획공연- 다솜우리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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