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살다 보니 / Leeum 김종숙

Leeum 승인 2021.03.25 16:15 | 최종 수정 2021.03.25 16:21 의견 0

살다 보니 / Leeum 김종숙

스무 살에는 
이것을 해야 하고
서른 살에는
저것을 해야 하고 
마흔 살에는
이것저것  할 일도 많은데
가슴 한 귀퉁이 종기가 생겨서
통증 없는 슬픔을 앓고
도려내는 아픔을 담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지

뽀얗고 둥근 보름달은 
마흔두살이란 나이를 무색하게도
초승달인 듯 그믐달인 듯 
기울어 놓고
텅 빈 한쪽 가슴팍에는
하염없이 봄 눈 사각사각 내려
채워지는 정월달 새벽이었다네 

내 안에도 꼭꼭 숨겨놓은 하늘나라가 있다지
돌아가긴 아직 이르다고
그래요
살다보니 살아집디다

<시작노트>

20년 전 오늘, 
잊을리 없지
두모악 뒤뜰  올망졸망한 항아리 옆을 기웃기웃하다가 이젠 슬렁거림도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봄 바람이 불면  망초꽃 하얗게 피듯 내 열꽃도 다시 필까? 
주인 잃은 저 작은 항아리도 
봄비 맞으면 반짝일테니까

芝室 김종숙
芝室 김종숙

◇Leeum 시인은

▷문예마을 시 부문 신인문학상수상(2020)
▷한양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수상(2020)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시야시야-시선 동인
▷동인지 《여백ㆍ01》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주)금호T/C 재직,  기획공연- 다솜우리대표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