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處所에서 / 김종숙 

Leeum 승인 2021.05.04 20:43 | 최종 수정 2021.05.04 20:53 의견 0

處所에서 / 김종숙 


얼씬도 못 할 어느 별에 
떨어져 갇혀있는가
눈이 푹푹 무릎까지 쌓이는 날부터
살갗으로 파고들던 앙칼진 한기가
새벽, 달력 찢는 소리에 풀리고
구름도 들떠 달려오는구려


이제 곧 혼을 빼놓을 매화 향기가 
남쪽에서부터 덮칠 것을, 아직 거기 머물고 계시다니요
종점입니다 
자, 내 손 잡아요, 어서요
우리 도망칩시다
그대는 풍악을 울리세요, 우리 춤을 추어요

다시 보니 
낮달처럼 뽀얗게 살이 올랐구려

<시작노트>
들어갈 때는 겨울, 나올 때는 봄
동선이 겹쳤다는 이유로, 함께 식사를 했다는 이유로, 
함께 거주하는 가족과의 접촉 금지
갇혀서 행동반경이 한계가 있다는 것 
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마음만은 가둬 놓지 말기를...
아, 지금은 나라에서 보내드린 위문품에 감동받으신 
수녀님의 귀국과  14일간의 독립된 공간에서 자가격리 중 ...
들어갈 때는 봄. 나올 때는 여름
지하철 스크린 도어 안을 바라보며 어설픈, 서글픈 생각들이 교차하는 중
사랑하는 이의 자가격리 13박 14일 탈출기입니다

芝室 김종숙

◇Leeum 김종숙 시인은

▷2021 한양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
▷문예마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20)
▷한양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20)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시야시야-시선 동인
▷동인지 《여백ㆍ01》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기획공연- 다솜우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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