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미운 일곱 살 - 김종숙
Le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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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30 11:27 | 최종 수정 2021.05.3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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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일곱 살
김종숙
큰 대문 열고 들어서면
감나무와 대추나무가 마주 보고 있었지
두 나뭇가지 사이에 빨랫줄에는
땅끝 닿을 듯 말 듯
풀 먹인 홑청이 울고 있었어
바람이 불었고
빨랫줄이 휘청거렸어
걸쳐놓은 홑청은 바스락거리고
받쳐 놓은 바지랑대 끝에서
잠자리가 떨고 있는데 말이야
엄마 눈을 마주친 아이는
책보 冊褓 안을 뒤적뒤적 하더니
백로지 白露紙 한 장 꺼내 들고 쭈뼛거리고 있었어
빳빳이 마른 홑청 보다 더 팽팽한 긴장감
손 때묻은 오십 점짜리 시험지 말이야
<시작노트>
동시는 언제 들어도 똑똑하다
우화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시는 홍수시대다
가끔은
하늘과 바다를 맞닿은 수평선이나
지평선이 보이는 들판 끝에서 달려오는 바람은
엄마 치맛자락을 잡거나
장바구니를 들고 밭둑길을 걷던 유년의 기억을 불러다 주었다
네댓 살에 딸기밭을 따라가거나,
모래찜을 따라다녔던 그때처럼
또 50점짜리 시험지처럼...
초여름 보리피리를 불면
춤을 출 줄 아는 아이가 다녀가고
치맛자락 밑으로 가끔 비치는
舞姬의 흰 버선코를 바라보면
저절로 시선은 내 손끝을 내리다 보며 움찔하기도 한다
풀 깎는 소리가 아프다가도 풀냄새가 좋다
지금...
◇Leeum 김종숙 시인은
▷2021 한양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
▷문예마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20)
▷한양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20)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시야시야-시선 동인
▷동인지 《여백ㆍ01》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기획공연- 다솜우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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