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백일홍 편지 - 김종숙
Le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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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6 17:07 | 최종 수정 2021.06.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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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편지
김종숙
이 꽃에서 저 꽃으로
꿀벌 윙윙거리며
귓불 간지럽히는 이야기
눈을 감아도 보이고
뒤를 돌아도 들리는
말도 잠들고
지금은 혼자 쓰고 있는 백일홍 이야기
봄 언덕에 남몰래 핀 제비꽃은 아니어도
유월 강가에서 소곤 소곤 속삭이던 목소리는
어떤 꽃씨보다 다정스러웠어
그 꽃씨 내 마음 밭에 있단다
강물 혼자 울고 있겠네, 삼월에 내린 눈발처럼
<시작노트>
백일홍 이야기는 우리 선생님께서 들려주셨어요.
꽃잎에 순하게 퍼지는 길이 여러 개
이슬 맺힌 풀잎에도 길이 나 있어
아침에 꽃아둔 책 갈피 위 쑥부쟁이가
꽃잎이 뒤집혀 말려 있었어요
여러 해전 여름, 백일홍 꽃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봐봐 나 이제 아무것도 가진 거 없어
오지 마 오지 마
지금은 텅 빈 이 순간이야..."
백일홍은
벌, 나비에게 꿀을 다 뺏기고 꽃잎을 돌돌 뒤로 말아 이제 가진 것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대요.
선생님께 백일홍의 burn out.... 들었어요.
◇Leeum 김종숙 시인은
▷2021 한양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
▷문예마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20)
▷한양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20)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시야시야-시선 동인
▷동인지 《여백ㆍ01》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기획공연- 다솜우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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