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진주 이슬 열렸는데 / 조희선

조희선 승인 2020.12.05 20:27 | 최종 수정 2020.12.05 20:37 의견 0

진주 이슬 열렸는데 / 조희선

씨줄과 날줄 엮어 
밤새워 먹이 줄 걸었더니
천상에서 선물을 매달았다

어릿광대 닮은 화려한 몸짓으로
남몰래 펼치는 공중묘기,
경이로운 눈빛으로 훔친 천사의 선물

천과 맑은 샘물에 목축이며
통통하게 살 오른 먹이가 당도하길
숨죽여 기다린다

행여 때 놓칠까 부릅뜬
매의 눈빛 들키지 않을까
이슬에 비친 제 모습에 화들짝 놀란 가슴

지주*도 줄을 쳐야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냉엄한 현실에 무릎 꿇었다

ⓒ조희선

<시작노트>

비 온 뒤 거미줄에는 이슬 먹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해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냉엄한 먹이사슬을 슬쩍 비켜났지만
저 가득한 물기 가시면 또 한 번 
생명줄 붙잡을 먹이가 다가오리라 
그것 또한 돌고 도는 생임을 아니까....

*蜘蛛(지주): 거미

조희선
조희선

◇조희선 시인은◇

▶한맥문학에서 시 등단
▶서울문학에서 수필 등단
▶한양문학 정회원
▶「가슴 울리는 문학」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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