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겨울 초입에 서서 / 조희선
조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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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2 15:21 | 최종 수정 2020.12.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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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입에 서서 / 조희선
가로등 불빛이 날카롭게 갈라질 때
짧게 그은 한 줄의 잠자리 비집어
밭은기침이 기어들면
창문을 통과한 그 빛은
촉수 세운 채 가만히 눕는다
노란 꿈 잘게 부서진 조각이
까맣게 흩어진 꿈은
꿈이 아니라 추억이라며
스스로의 삶을 포기한 검은 페이지가
멈춤 없이 일방통행이라는 그의 말이 무겁다
두껍게 쌓은 이야기가
태연하게, 그렇게 간다
단편 수필 귀퉁이에 담긴 사랑은
때늦은 후회와 숨 막히는 시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침묵이
단 하나의 진실도 담지 못하는
나는, 두 얼굴 악마의 시간을 걸었다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계절은
한숨 속에 몸을 숨기고
낮게 가라앉은 감각을 따라서
무거운 하늘에 허한 눈길이 머문다
그래,
이것이 인생인 게지
눌림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던
버겁게 얹힌 짐 내려놓으면
그대를 기쁘게 바라보겠지
사납던 영혼이 부드러운 날개 다는 날
<시작노트>
계절이 소리 없이 가듯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말없이 멈춤 없이 간다.
싫어도, 좋아도 그것이 인생이려니,
그것이 삶의 무게이려니 여기며 그저
무탈하기만을 기원하던 마음은
어느덧 황혼과 마주 선다
후회와 회한이 교차하는 삶을 돌아보며
그래도 괜찮게 살았노라 스스로
위로를 건넨다.
이것이 인생이려니.
◇조희선 시인은◇
▶한맥문학에서 시 등단
▶서울문학에서 수필 등단
▶한양문학 정회원
▶「가슴 울리는 문학」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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